1월 31일 저녁, 경기 용인시청 야외음악당에 수백 개의 촛불이 켜졌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 움직임이 일자 이에 분노한 용인시민들이 국가산단을 지켜야 한다며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사수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용인시청 야외음악당에서 열렸다. ⓒ 용인시민신문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듯 사회자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가 약속한 정책의 신뢰를 지키고 용인의 100년 미래를 사수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외침"이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무대에 오른 이상일 시장은 작정한 듯 정부와 정치권의 모호한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시장은 "용인에서 잘 해줘야 나라가 발전하고 이들 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야 다른 지방 곳곳에 균형 발전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느닷없이 용인 반도체를 마치 파전 갈라 먹듯이 갈라 먹자는 목소리가 나와 시민들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정부에 의해 수립된 계획은 반드시 그대로 하겠다고 하면 끝나는 것인데 그 말씀을 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어디로 가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정도로는 안 된다"면서 "용인에 계획된 10개의 반도체 팹은 반드시 계획대로 하며, 전력과 용수는 정부가 책임지고 공급한다고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장 발언 이후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시민 10명이 단상에 올라 취지문과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은우 용인애향회장은 취지문에서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교통, 주거, 교육 등 사회 인프라 구축이 이전 논의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이는 단순한 산업 시설 이전 문제가 아닌 도시의 중·장기 발전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수를 결의한 뒤 삭발했다. /YSB용인시민방송 화면 갈무리 ⓒ 용인시민신문
노승식 용인예총 회장은 "우리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국가가 공식 지정한 국가 전략 산업임을 분명히 하며 흔들림 없이 원안대로 추진돼야 함을 강력히 천명한다"고 했고, 이옥희씨는 "전력, 용수, 교통 등 인프라 구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 의무임을 분명히 하며 이를 이유로 한 이전론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숙씨는 결의문에서 "용인시민, 자영업자, 노동계 등 지역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외면한 채 추진되는 그 어떤 이전 시도에도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촛불문화제는 결의문을 낭독한 시민 세 명이 삭발을 감행하며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수에 대한 의지를 표시했다. 사회자는 삭발식 후 "(삭발식은)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110만 용인시민 최후의 경고"라며 "정부가 책임 있게 답할 때까지 이 빛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도·시의원과 당원 등 보수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한 도·시의원과 입후보 예정자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용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진석 의원은 "대통령이 국가산단 이전이 없다고 밝혔 데다 일부 지역 정치인이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이슈를 만드는데 굳이 장단을 맞출 필요가 있겠느냐"며 "특히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들이 주도해서 시청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문화제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소속 박병민 의원은 "대통령께서 반도체 산단 이전은 없다라고 못을 박아 둔 데다, 호남 쪽 지역에서는 일부 정치인이 정치적으로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일 뿐 이전 논란은 끝난 상태"라며 "현수막까지 걸면서 과도하게 시민들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우리가 굳이 이슈를 만들며 같이 맞장구쳐주는 것이 다른 지역 정치인 등이 바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촛불문화제의 정치적 편향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