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한 이후 당 내홍이 2주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최고위 구성원 중 한 명인 한병도 원내대표가 합당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9일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1월 22일 정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1월 29일, 2월 5일) 및 최고위원회의(1월 23·26일, 2월 2·4·6·9일)에서 '합당'을 직접 언급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최고위원들이 회의에서 합당 이슈로 거세게 충돌할 때도 한 원내대표는 민생·개혁 법안 등을 중심으로 발언할 뿐이었다.
한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정 대표와 3선 의원 간 간담회에도 참석했으나 합당과 관련해선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복수의 3선 의원들은 "한병도 원내대표는 얘기를 안 했다", "원내대표가 거기서 얘기하기 좀 그러니까 안 한 거겠지"라고 <오마이뉴스>에 전했다.
다만 한 원내대표는 합당 추진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갖고 있으나 지도부 내 갈등 상황을 고려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원내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합당 추진에 대한) 한 원내대표의 입장은 명확히 정리돼 있다"라며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세게 붙는 상황이라 관리와 조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도 "한 원내대표가 (당내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 처지에 있기 때문에 찬반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합당 추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한 원내대표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 원내대표 측 다른 관계자는 한 원내대표의 입장을 묻자 "(원내대표에게) 따로 물어보진 않았다"라며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여러 생각이 있으실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친청·반청 대립 구도, 한병도 '캐스팅보터' 될까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현재 당 지도부는 '친정청래계(친청계)'와 '반정청래계(반청계)'가 구도상 팽팽하다. 반청계로 분류되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은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을 두둔하고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박지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여러 의원들과 최고위원들 사이에 사전 의견 수렴과 숙의가 부족했단 아쉬움이 적지 않아 보인다"라며 합당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삼석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으나 친청계로 분류된다는 게 지도부 의원들의 평가다. 민주당 지도부 내 합당 관련 찬반이 한쪽으로 명확히 기운 상황이 아니라 한 원내대표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원내대표이다 보니 당내 분열이 생길까 해서 함부로 의견을 낼 수 없다"라며 "지금 의견을 내면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싸우는 격이 된다"라고 우려했다. 반면 가까운 다른 의원은 "(한 원내대표가 합당으로 불거진 당내 갈등을) 수습하려는 입장 아니겠나"라며 "소신대로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의 합당 추진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한 원내대표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본인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한 원내대표가 입장을 안 밝히고 있는데 (합당을 강행하는) 상황까지 가면 정 대표 편은 못 들 것"이라고 했다. 합당 추진에 반대하는 지도부 소속 한 의원도 "한 원내대표가 결정적 순간엔 우리 쪽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원내대표는 8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가 제안한 합당 관련 전당원 여론조사 실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전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대신 먼저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정 대표는 오는 10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합당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번 의원총회는 2주 넘게 내홍을 겪던 합당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마침 10일 의원총회가 잡혔기 때문에 그날이나 그다음 날 정도에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열려서 입장이 정리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