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가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합의안을 공식 발표했다. ⓒ 신문웅(김충현 대책위 제공)
고(故)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가 한전KPS 하청노동자 전원 직접고용을 골자로 한 최종 합의안을 발표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비극 이후 8개월여 만에 도출된 이번 합의는 발전산업 구조 개편과 '위험의 외주화' 종식을 위한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협의체는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합의안을 공식 발표했다. 협의체는 국무총리 훈령에 따라 구성됐으며, 김선수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정부 부처, 고 김충현 대책위, 전문가 등이 참여해 지난해 8월 13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총 26차례 회의와 현장 방문, 설문조사를 거쳐 합의에 도달했다.
한전KPS 하청노동자 전원 직접고용 원칙 합의
가장 핵심은 한전KPS가 발전설비 경상정비 하도급 계약에 따른 노동자 전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점이다. 전환 기준은 2025년 6월 2일(김충현 노동자 사망일) 당시 계약 인원을 기준으로 하며, 간접인력도 포함된다. 2025년 6월 2일 이전 입사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환채용 방식으로 직접고용하고,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노사전협의체에서 정하기로 했다.
화력 분야는 3월 31일까지 세부 협의를 마치고 5월 31일까지 직접고용을 완료하며, 원자력 분야는 4월 30일까지 협의를 마친 뒤 6월 30일까지 완료한다. 직접고용 전까지는 기존 하도급 계약을 연장하도록 명시했다.
직제와 처우에 대해서는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반영해 노사전협의체에서 구체화하되, 전환 이전보다 근로조건이 개선되도록 했다. 협력업체 근무기간도 경력으로 인정한다.
특히 합의문에는 "소 취하 등 기존 소송 당사자에게 불리한 사항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포함돼, 불법파견 소송 승소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했다. 앞서 태안화력 2차 하청노동자 24명은 한전KPS를 상대로 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전부 승소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선수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사망률 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며 "위험한 작업을 하청·외주로 떠넘기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산재를 막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김충현 협의체가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하청노동자 사망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되는 마지막 협의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한전KPS의 직접고용 합의는 국민주권정부 노동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 대해 "합의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도록 끝까지 관리·감독하라"고 주문했고, 한전KPS 노사에는 "하청노동자를 차별의 대상이 아닌 동료로 받아들이는 연대의 정신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회에는 '석탄발전전환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언론에는 합의 취지 왜곡 자제를 요청했다.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 신설… 2040 로드맵 반영

▲고(故)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가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합의안을 공식 발표했다. ⓒ 김충현 대책위 제공

▲고(故)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가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합의안을 공식 발표했다. ⓒ 김충현 대책위 제공
합의는 직접고용에 그치지 않는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기후부 주관)가 가칭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다. 연료환경설비 운전 하청노동자, 경상정비 민간협력사 노동자, 발전5사 및 자회사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다.
이 협의체는 고용영향 평가와 함께 업무 재배치, 직무전환 교육,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논의하고, 2040년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과 탄소중립 기본계획 등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는 단순한 고용 유지가 아닌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합의 축은 '노무비 지급·관리 개선'이다. 발전사는 연료 환경 운전 분야 1차 협력업체와 협의를 거쳐 노무비를 전용 계좌로 지급·정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가 이를 점검·관리한다. 하청구조 속 임금 체불과 중간착취 우려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협의체는 "이번 합의는 종결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합의 취지와 범위를 벗어난 정치적 해석은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는 이미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 또다시 김충현 노동자를 떠나보냈다. 그 사이에도 동해·울산 등 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반복된 비극 끝에 도출된 이번 합의가 현장에서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안화력을 비롯한 전국의 석탄발전소에서 일을 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더 이상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이번 합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조를 바꾸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현장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에 정부와 발전사들이 신속히 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