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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 포착된 수달의 얼음낚시 최호림

11일 이른 아침, 전주 덕진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최근 이곳은 왜가리, 백로, 수달 등 도심에서 보기 힘든 야생 동물들이 잇따라 출현하며 '핫한' 생태 공간으로 떠오른 곳이다. 필자 역시 이곳의 생태를 주제로 이미 여러 차례 기사를 기고한 바 있지만, 오늘 마주한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그동안 멀리서만 지켜보던 수달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났다. 흔히 야행성으로 알려진 수달이 아침 시간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신기했지만, 녀석은 필자를 발견하고도 도망치기는커녕 마치 아침 인사를 건네듯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얼음 낚시를 시작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격언은 이제 새가 아닌 수달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덕진공원의 수달은 정글의 포식자처럼 물속을 유영하며 수많은 물고기 사이를 가로질렀다. 자잘할 것이라 예상했던 물고기들의 씨알은 제법 굵었다. 수달은 물고기를 입에 문 채 얼음판 위로 올라와 비축하듯 내려놓고, 다시 차가운 물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얼음 아래로 비친 수달의 실루엣은 마치 돌고래가 포효하며 유영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잠시 후 자리를 옮기던 중, 덕진공원의 명물인 연화교 아래에서 다시 녀석을 만났다. 녀석은 직접 낚은 물고기를 먹고 있었다. 필자를 힐끔 바라보던 수달은 마치 따라오라는 듯 물가를 헤엄쳐 이동하더니, 연화교 옆 구조물 위로 당당히 올라가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얼음낚시 후 연화교 아래에서 식사하는 덕진공원 수달 최호림

꼭 영상을 더 잘 찍어 달라는 듯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식사를 마친 수달은 돌고래처럼 멋진 점프 묘기를 선보인 뒤 유유히 사라졌다.

식사를 마친 수달은 돌고래처럼 멋진 점프 묘기를 선보인 뒤 유유히 사라졌다. 최호림

경이로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멀리 유리 난간 위에 서 있는 백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인기척을 느끼면 금방 날아갈 것이라 생각해 숨을 죽이고 영상 촬영 버튼을 누른 채 접근했지만, 이 백로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필자와 정확히 눈을 맞췄다. 도심 한가운데서 야생 백로의 눈을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본 것은 생전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도심 한가운데서 야생 백로의 눈을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본 것은 생전 처음 최호림

짧은 시간 동안 마주한 수달과 백로의 모습은 덕진공원이 단순히 사람들의 휴식처를 넘어, 살아 있는 야생의 현장임을 여전히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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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씁쓸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최근 덕진공원 호수 곳곳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눈에 띄게 늘었다. 야생동물이 먹어서는 안 될 플라스틱 쓰레기가 호수의 얼음판 위에 붙어 있는 모습도 보였다. 배고픈 동물들을 위한다는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일지 모르지만, 이는 오히려 야생성을 해칠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의 선의가 야생을 파괴해서도, 자연을 우리 곁에서 떠나게 해서도 안 된다. 덕진공원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와 호수 내 쓰레기 투기는 반드시 삼가야 함을 전주 덕진공원을 찾는 관광객과 시민들께 간곡히 부탁 드린다.

현재 전주시는 덕진공원을 명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성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올바른 야생 동물 관찰 에티켓을 알리는 적극적인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전주시가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달과 백로의 삶까지 세심히 살피는 내실 있는 관리에 힘써주길 기대해 본다.

#수달#백로#전주#덕진공원#야생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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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림 (cromwell) 내방

"현장을 기록하는 눈으로 중년의 삶을 읽어냅니다." 반갑습니다! KTV 국민리포트와 오마이뉴스에서 활동하며 세상의 이야기를 전해온 최호림입니다. 수많은 삶의 궤적을 취재하며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이제 유튜브[중년본색TV]에서도 활동 중입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당신의 오늘을 응원하고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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