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시가 ‘AI 당직’ 체계 단계적 도입에 대해 11일 발표했다. ⓒ 부천시
설 연휴나 주말 밤, 시청으로 전화를 걸어본 시민이라면 단순 문의 하나를 남기기 위해 공무원 당직이 유지되는 구조가 과연 효율적인지 한 번쯤 의문을 가져봤을 법하다. 부천시가 이런 질문에 답하듯, 기존 공무원 당직제도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전면 개편하는 실험에 나선다.
부천시는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당직제도 개편 기조에 맞춰 '올인원(All-in-One) AI 스마트 당직 시스템'을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단순 민원은 AI가 자동 응대하고, 재난이나 긴급 상황은 통합상황실이 전담하는 구조로, 행정 효율성과 시민 안전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지난 11일 열린 직원 월례조회에서 해당 계획을 공유하며, 제도 개편을 통해 연간 약 10억 6천만 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야간 당직 민원 10건 중 8건은 '단순 문의'
부천시는 제도 개편에 앞서 기존 당직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해 야간 당직 민원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민원의 81.7%가 단순 문의나 부서 이관에 그쳤고, 실제 현장 출동이 필요한 경우는 2.3%에 불과했다. 반복적인 단순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다수의 공무원이 야간 근무를 서는 기존 방식이 고비용·저효율 구조라는 판단이 나온 이유다.
이에 따라 시는 올해 상반기를 사전 준비 기간으로 정하고, 8개 부서가 참여하는 AI 당직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시·구청 당직 통합 시 예상되는 업무량을 사전 검증하고, 구청 야간 당직 폐지에 따른 시민 불편 가능성과 행정 사각지대도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점검하고 있다. 관련 조례와 규칙 개정, 법제 심사도 5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3단계 로드맵... '통합상황실'로 재난 대응 일원화
부천시는 오는 7월부터 내년 1월까지 3단계 로드맵에 따라 AI 스마트 당직 체계를 완성한다.
1단계로 7월부터 원미·소사·오정 등 3개 구청의 야간 당직을 전면 폐지하고, 시청 당직으로 통합한다. 당직 인력은 기존 16명에서 8명으로 줄어 약 3억 1천만 원의 예산 절감이 예상된다. 구청 청사는 무인경비시스템과 전문 경비인력이 관리해 공백을 최소화한다.
2단계는 오는 10월이다. 시청 당직실과 재난안전상황실을 통합한 '통합상황실'을 출범시켜, 민원 응대와 재난 대응 기능을 하나로 묶는다. 이 단계까지 누적 약 3억 8천만 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3단계는 내년 1월부터 본격 가동되는 'AI 당직 시스템'이다. 야간 시간대 즉시 처리가 어려운 단순 민원은 AI 보이스봇이 24시간 자동 접수하고, 긴급 상황이나 복합 민원은 즉시 통합상황실로 연동되는 AI-인간 협업 체계다.
부천시 행정지원과 총무팀 관계자는 "1단계는 구청별로 운영되던 야간 당직을 폐지하고 시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고, 2단계에서는 기존 재난안전상황실과 당직 기능을 통합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단계"라며 "3단계에서 AI 당직 시스템을 도입해 단순 민원은 자동 응대하고, 긴급 상황은 즉시 사람이 대응하는 구조를 완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산 절감 넘어 '행정의 밤'을 바꾸는 실험
부천시는 이번 개편으로 절감되는 예산을 시민 생활과 민생 사업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AI 기반 표준화된 민원 응대를 통해 행정 품질을 높이고, 공무원의 야간 근무 부담을 줄여 근무 환경 개선과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당직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당직 근무 이후 발생하는 대체 휴무로 인한 행정 공백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크다"며 "당직으로 하루를 쉬게 되면 그만큼 행정력이 빠지는데, 이런 구조적 비효율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이용 불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는 즉시 상담원 연결 등 보완책을 마련했으나 실제 현장에서의 정착 여부는 시행 이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당직 문화를 데이터와 기술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하는 진짜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AI 당직 시스템은 예산 절감을 넘어 시민의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공무원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행정 환경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혁신처의 당직제도 개편 흐름을 지역 실정에 맞게 창의적으로 적용해 지방행정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천시는 광주광역시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서 유사한 시스템이 논의·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비교적 선도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제도 안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