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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13 15:48최종 업데이트 26.02.13 15:48

선물 같은 독자의 쪽지와 댓글

'행복한 청소부'가 되라는 격려... 덕분에 용기가 납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환경미화원인 필자에게 한 독자가 <행복한 청소부> 책을 추천했다
환경미화원인 필자에게 한 독자가 <행복한 청소부> 책을 추천했다 ⓒ 이혁진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를 보고 소감과 격려를 보내는 독자들이 있다. 간혹 뜻과 생각이 달라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덕분에 일상에서 삶의 용기를 자주 얻는다. 엊그제는 기사를 보고 '아름다운 책'을 추천하고 일독을 권하는 독자의 댓글을 받았다.

기사는 올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환경미화원'을 하게 돼 당황하면서도 한번 도전하겠다는 평범한 일상을 소개한 것이다.

관련기사 : "인공지능이 '노인일자리'도 바꿔 놓겠네"

평생 사무직만 했던 필자의 과거 이력은 이제는 노인일자리에서도 하등 소용없을 것 같다. 앞으로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정과 보조업무는 인공지능(AI)이 대부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작은도서관'에서 갑자기 환경미화원이 된 것은 그런 여파를 고려한 것으로 결정은 힘들었지만 적응하면서 일하는 보람을 느끼던 차에 독자가 댓글을 보낸 것이다.

 행복한 청소부 표지
행복한 청소부 표지 ⓒ 이혁진

독자는 내 마음을 훤히 꿴 듯 환경미화원으로서의 도전을 응원하고 <행복한 청소부>라는 그림책을 추천했다. 이에 감사의 답글을 보내고 다음 날 근무하는 작은도서관에서 '행복한 청소부'를 찾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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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는 매일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이야기다. 그는 유명 음악가와 작가 이름을 딴 거리 표지판을 닦는데 어느 날 음악가와 작가가 궁금해 이들에 대해 취미 삼아 공부를 시작한다. 그는 청소하면서 거리 사람들에게 공부한 내용을 들려주는 것이 새삼 행복하다는 걸 깨닫는다.

청소부를 행복하게 한 음악가와 작가는 글루크,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괴테, 토마스만, 바흐만, 브레히트 등 17명에 이른다. 세월이 흘러 그는 거리 시민들에게 유명해지고 급기야 대학에서 강의를 요청받지만 끝내 청소부 역할에 만족한다는 줄거리다.

독자가 추천하는 책으로 어린이용 그림책은 내 생전에 처음이다. 독자는 짐작컨대 작은도서관 활동가로 보인다. 내게 필요한 책을 딱 맞게 추천해 주었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은 양서를 고르고 독서를 지도하는 전문가들이다.

그림책을 보고 느낀 것은 청소부는 성공이 아니라 행복을 찾아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평범한 기사에서 나의 진정성을 발견하고 책까지 추천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독자도 내가 용기를 내 그런 행복한 환경미화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한 독자가 필자의 환경미화원 도전에 용기를 내라며 행복한 청소부 그림책을 권했다.
한 독자가 필자의 환경미화원 도전에 용기를 내라며 행복한 청소부 그림책을 권했다. ⓒ 이혁진

이에 앞서 또 다른 감동의 쪽지도 받았다. 지난해 12월 '96세 아버지가 이걸 받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어요 기사를 읽고 한 독자가 사연을 보냈다. 기사는 큰 숫자 달력에 매일 그날의 주요 약속과 일과를 기록하는 습관이 고령의 아버지에게는 매우 소중한 일상이라는 걸 이를 지켜본 자식 입장에서 쓴 것이다.

 큰 숫자 달력은 아버지 일상의 기록물이기도 하다.
큰 숫자 달력은 아버지 일상의 기록물이기도 하다. ⓒ 이혁진

독자는 기사를 보고 어머니의 '파작업' 추억을 떠올렸다. 독자는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파작업을 하면서 그날의 작업량을 벽걸이 큰 달력에 일자에 맞춰 기록했다고 회고했다. 어머니의 파작업 일지는 20년 이상 계속됐다.

독자는 어머니가 달력에 쓴 그 기록들은 가족과 식구 생계를 위한 피와 땀이라며 공감했다. 독자가 보낸 쪽지의 마지막 대목에서는 감정이 이입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잊고 있었던 기억 조각들을 추억으로 떠올리고 적어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짧은 글이 선생님의 가족들과 아버님께 작지만 따뜻한 이야기로 전해지길 바라봅니다!! 연말도 따뜻하게 보내시고 가족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당시 독자가 보낸 쪽지는 마치 아름다운 ' 크리스마스 편지' 선물 같았다. 필자가 평범한 일상이 기적같이 소중하다고 느낀 것은 오랜 투병생활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달리 보이는 세상을 부끄럽지만 알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일상의 삶을 기록하고 기사를 쓰는 것은 민낯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공감하며 용기를 주는 독자들 덕분에 세상은 따뜻하고 밝아진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풀빛(2000)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행복한청소부#환경미화원#노인일자리#인공지능#큰숫자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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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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