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태 의원이 13일 사회관계망(sns)에 올린 글 ⓒ 심규상
[기사 보강 : 13일 오후 5시 55분]
더불어민주당 내 인적 쇄신과 특위 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지도부의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번 인선을 두고, 비당권파인 이건태 의원은 물론 직전 위원장인 한준호 의원까지 나서서 "당원의 상식을 저버린 결정"이라며 지도부를 정면으로 저격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1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내 주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기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별위원회'의 명칭을 '2차 종합특검 대응특위'로 변경하고, 위원장에는 강득구 최고위원을 선임했다.
또한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특위' 위원장에는 이성윤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기존 위원장이던 전현희 의원과 한준호 의원이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함에 따라, 최고위원들이 순서대로 위원장직을 맡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는 게 당의 설명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관례에 따른 인선"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균형 인선' vs. '부적격 인사' 팽팽
겉으로 보기에는 비당권파(친명계)인 강득구 최고위원과 당권파(정청래 대표 측)인 이성윤 최고위원을 나란히 선임하며 계파 간 균형을 맞춘 '탕평 인선'처럼 비춰진다. 특히 강 최고위원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반대 여론을 주도했던 만큼, 이번 인선은 표면적으로는 그를 배려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하지만 비당권파 내부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이번에 이성윤 최고위원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된 한준호 의원(전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특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결정은 당원들의 상식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이성윤 위원장의 임명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에 맞서는 자리는 그 피해를 온전히 겪고, 그 싸움을 끝까지 감당해 온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송영길 전 대표를 후임 위원장으로 추천하기까지 했다.
비당권파 친명계 이건태 의원의 비판도 매서웠다. 이건태 의원 (전 조작기소대응특위 부위원장, 변호사)은 이날 인선 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청래 대표를 정면으로 저격했다. 전직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특위' 부위원장이었던 이 의원은 "정 대표는 즉시 이 위원장 임명을 취소하고 대통령과 당원들께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준호 전 위원장- 이건태 전 부위원장 "당원들의 상식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 직격

▲답변하는 이건태 의원더불어민주당 이건태, 박성준, 김승원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가칭)' 출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이들이 이토록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주도했던 '2차 종합특검 후보 추천' 파문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최근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인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을 변호했던 전준철 변호사를 특검 후보로 추천해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의원은 "불과 얼마 전 2차 종합특검 후보에 대통령께 칼을 겨누던 자의 변호인을 추천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이 버젓이 최고위원을 계속하고 있는 이 의원을 임명한 것은 우리 당원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모순적 인선으로 조작기소의 실체를 어떻게 밝힐 수 있겠느냐"며 인선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을 둘러싼 논란은 '청와대 패싱' 의혹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이태형 민정비서관이 전준철 변호사 추천에 대해 두 차례나 부정적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이 최고위원이 이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허위 사실이자 인격 모독"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민정비서관과 통화하며 수사를 잘 아는 검찰 출신이 좋겠다는 의견을 주고받았을 뿐, 어떠한 반대 의견도 통보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전 변호사의 쌍방울 변호 이력은 "나중에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덧붙였다.
지방선거 앞두고 '사사건건 충돌' 예고... 깊어지는 내홍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하지만 비당권파 측은 이성윤 최고위원의 임명을 '정치적 면죄부'로 규정하며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시점에서, 도덕성과 정무적 판단에 흠결이 난 인사가 특위 위원장을 맡는 것은 당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당내에서는 이번 갈등이 단순히 보직 자리를 둘러싼 싸움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당내 반발로 중단된 상황에서, 당권파인 이성윤 최고위원과 합당에 공개 반대했던 강득구 최고위원의 인선이 맞물리며 계파 간의 불신이 또다시 분출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번 충돌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향후 특검 추진 방향과 지방선거 공천 과정 등 주요 현안마다 사사건건 충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 논란이 계파 간의 감정 싸움을 넘어 지방선거 주도권과 오는 8월 당 대표 선거를 앞둔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뒷받침해야 할 집권 여당 내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공방이 지지층 결집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