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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과학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사로, 2025년 국립중앙과학관 모니터링단 활동을 하였습니다. 과학문화 확산에 관심이 많으며 시민 과학교육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삼으며 AI, 우주 산업, 첨단 R&D 분야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6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약 35조 5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AI·우주·반도체·기초연구 등 전략 분야 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시민이 일상에서 과학을 체감하도록 하는 '과학문화 확산' 정책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다룬 과학기술 뉴스 화면. 최근 AI·반도체·우주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 기술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되며 과학기술 정책의 무게가 커지고 있다.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다룬 과학기술 뉴스 화면.최근 AI·반도체·우주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 기술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되며 과학기술 정책의 무게가 커지고 있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이 흐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6년 지역과학기술 혁신 및 학·연 협력 사업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지역 자율형 R&D와 혁신 생태계 구축에만 총 1082억 원이 투입된다. 수도권 집중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주도의 과학기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투자다.

정부는 '4극(중부·호남·대경·동남)'과 '3특(강원·전북·제주)'이라는 전략 거점을 설정하고, 이들 지역에 890억 원을 집중 투자해 자생적 혁신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정책의 중심이 중앙에서 지역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정책의 규모가 커질수록 실제 '아이들은 과학을 제대로 만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교과서 밖에서 과학을 '경험'하는 공간

국립중앙과학관 야외 과학 행사 ‘사이언스데이’ 현장.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과학을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야외 과학 행사 ‘사이언스데이’ 현장.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과학을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있다. ⓒ 송민규
우리는 매일 과학 속에 산다. 스마트폰 통신, 전기차 배터리, 의료 영상 장비, 인공지능 서비스까지 과학은 이미 생활 기반 인프라다. 하지만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이 모든 것은 단지 '편리한 기술'일 뿐, 과학 개념과 연결된 경험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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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과학이 교과서 속 암기 과목으로만 남는다면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학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과학과 삶이 아직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연결을 만들어주는 가장 직접적인 장소가 과학관이다. 과학관은 추상적인 개념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경험으로 전환하는 공간이다. 방학 중 과학관 방문 한 번은 교과서 여러 장보다 더 강한 과학적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과학은 배우기 전에 먼저 만나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관 전시 모습. 다양한 생물 표본과 화석 전시는 어린이 관람객이 과학을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관 전시 모습.다양한 생물 표본과 화석 전시는 어린이 관람객이 과학을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 송민규

그래서 과학관은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전시 방식과 설명, 체험 구조가 계속 업데이트될 때 과학관은 살아 있는 교육 공간이 된다. 이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가 있다.

관람객에서 공동 제작자로... 국립중앙과학관 모니터링단

국립중앙과학관은 2월 27일까지 '2026년 모니터링단'을 모집 중이다. 시민이 전시 서비스, 시설, 편의 공간을 점검하고 개선안을 제안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모집 대상은 만 18세 이상 성인 30명 내외. 선발된 단원은 4월부터 11월까지 활동하며 전시 이해도, 안내 체계, 정보 오류, 관람 동선 등을 분석해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는 단순한 체험단 활동을 넘어 시민 참여 기반의 현장 평가 시스템에 가깝다.

국립중앙과학관 모니터링단 교육 현장.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관 운영 개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모니터링단 교육 현장.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관 운영 개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 송민규

2025년 활동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과학관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설계하는 공간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시 설명 하나까지 다르게 보였어요." 단원증과 위촉장, 무료 입장, 행사 초대 등의 혜택도 제공되지만 참여자들이 말하는 진짜 가치는 따로 있다. 바로 과학관을 가장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권리이다.

과학은 만남에서 시작된다

과학은 거대한 예산과 정책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가 눈앞에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왜?"라고 묻는 순간 비로소 살아난다. 과학관은 그 만남이 시작되는 장소다. 시민의 시선이 더해질 때 과학관은 더 정교해지고, 그 경험은 아이들에게 더 깊이 남는다.

국립중앙과학관 강연장에서 열린 우주 과학 특강. 전문가 강연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학을 실제 이야기로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강연장에서 열린 우주 과학 특강.전문가 강연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학을 실제 이야기로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송민규

새 학기를 앞둔 지금, 아이들에게 과학을 시험 과목이 아니라 만나는 세계로 소개하고 싶다면 가까운 과학관의 문을 두드려볼 만하다. 관람객으로 방문해도 좋고, 과학관을 함께 만들어가는 모니터링단으로 참여해도 좋다(지원은 2월 27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 누리집에서 가능). 정책은 숫자로 시작되지만, 과학은 결국 만남에서 완성된다.

덧붙이는 글 | 2024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자이자, 충남융합과학연구회 회장으로 교실 기반 과학 교육과 과학관 연계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학교육#과학문화#국립중앙과학관#과학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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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child left behind. 교육의 희망과 미래를 믿습니다. 교육소식을 기록하고 교육정책을 연구하는 과학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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