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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16 12:14최종 업데이트 26.02.16 15:10

삼척 시민들이 차례상에 문어 올리는 이유

중앙 시장 수산 골목 풍경... "집안에 복 들어오고 자식들도 잘 풀려"

설을 하루 앞둔 16일, 강원 삼척 중앙 시장 수산물 골목을 방문했다. 장터 구석구석은 방금 경매로 올라온 문어가 주인의 현란한 손길과 마지막 춤을 춘다. 겨울 바다 숨결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설이 다가오고 차례 준비 손길이 분주해질수록, 시장 중심에는 어김없이 '문어'가 인기다.

삼척중앙시장 문어 삼척중앙시장 문어 골목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싱싱한 문어
삼척중앙시장 문어삼척중앙시장 문어 골목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싱싱한 문어 ⓒ 조연섭

삶아 붉게 물든 문어 다리가 줄지어 놓인 풍경은, 설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가장 분명한 신호다. 명절 전후 문어 판매량은 어느 정도 될까요? 기자의 질문에 삼척 중앙 시장에서 문어를 파는 '장군문어' 한승학(남·58) 대표는 답했다.

"설을 앞두고 약 열흘 정도는 하루 200kg 가까이 판매하고 있고 손님들은 차례상에 올릴 문어를 미리 준비하려고 꾸준히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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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준비에 나선 시민들은 문어의 크기와 빛깔을 꼼꼼히 살핀 뒤 가격을 흥정하고, 상인들은 삶은 문어를 잘라 무게를 달며 분주히 손을 움직인다.

시장 골목 곳곳에서는 "이 문어 오늘 아침에 경매로 막 들어온 겁니다!"라는 상인들의 활기찬 외침이 이어진다. 양손 무겁게 장을 보던 할머니 신옥선(여·85)씨는 "시어머니 때부터 차례에는 꼭 삼척 문어를 올렸다"며 "크고 싱싱한 문어를 올려야 한 해 동안 집안에 복이 들어오고 자식들도 잘 풀린다고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신씨의 말처럼, 문어는 예부터 설 차례에서 빠지지 않는 제수(祭需)다. '문(文)' 자가 학문과 문운을 뜻해 자손의 출세와 번창을 기원하는 상징으로 여겨졌고, 다리가 여러 갈래로 뻗은 모습은 집안의 복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여기에 동해안 지역 특유의, 바다의 풍요를 조상께 올리려는 정성까지 더해진다. 한 대표는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설 차례 상 만큼은 다들 정성껏 준비한다" 며 "문어는 제수용품이라 꼭 사야 한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은 가족 규모가 줄어 작은 문어를 찾는 손님이 늘었지만, 차례에 문어를 올리는 전통은 여전히 굳건히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 명절은 가족이 모이는 시간인 동시에, 지역 시장이 가장 활기를 띠는 시기이기도 하다. 삼척 중앙 시장의 문어는 조상과 후손을 잇는 의례의 상징이자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겨울의 동력이다.

차례상 위 붉은 문어 한 마리는 바다에서 시작해 시장을 거쳐 집으로 들어온다. 그 길 위에는 어부의 새벽, 상인의 손길, 그리고 가족의 마음이 겹겹이 쌓인다. 설이 가까워질수록 시장의 문어가 먼저 팔려 나가는 이유는, 아마도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설#문어#삼척중앙시장#장군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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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섭 (tbntv) 내방

영동종합방송프로덕션 대표, 동해케이블TV 아나운서, GTI 국제무역 투자박람회 공연 총감독,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송정막걸리축제, 뮤지컬, 동해의 신선 심동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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