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특별자치시의 국세청 본청. ⓒ 김종철
'돈가방 투척', '7시간 문열기 거부', '김치통 속 5만 원권 현금뭉치'.
영화 같은 장면이 현실이 됐다. 국세청은 26일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재산을 숨기고 호화 생활을 이어온 고액·상습체납자 124명에 대해 전방위 현장수색을 벌여, 모두 81억 원을 징수 또는 압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고액체납자 추적 특별기동반'의 첫 대규모 성과다. 체납이 발생하면 재산을 빼돌리기 전에 먼저 압류하고, 실거주지와 차명으로 의심되는 주소지까지 동시 수색하는 방식으로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돈가방 던지고, 김치통에 숨기고…"끝까지 찾았다"
▲돈가방 투척하며 국세청 직원과 대치하는 상습체납자들
국세청
국세청이 이날 공개한 사례는 극적이다. 부동산을 양도하고 세금을 내지 않은 A씨는 가족에게 현금을 증여하고 일부를 빼내 숨겼다. 전 배우자 주소지까지 동시 수색에 나선 국세청은 출근을 이유로 가방을 들고 나가던 딸을 제지했고, 강한 거부 끝에 던져진 가방 안에서 5만 원권 1억 원을 발견했다. 이어 집안 추가 수색으로 6000만 원을 더 찾아 총 1억6000만 원을 압류했다.
법인 자금을 빼돌린 대표 B씨는 실제 거주지 화장실 수납장 김치통에 5만 원권 2억 원을 숨겨 뒀다. 현장 압류 이후 압박을 느낀 B씨는 2주 만에 나머지 체납액을 전액 납부해 총 5억 원이 징수됐다.
고가 건물 양도 후 세금을 내지 않은 C씨는 선순위 근저당(16억 원)을 내세워 강제매각을 방해했다. 그러나 서랍 속 가상자산 월렛 USB 4개가 압류되자 스스로 근저당을 해제했다. 별도 거주지에서는 명품시계·가방 등 4억 원 상당이 추가로 나왔다.
양도대금을 수백 차례 현금인출기로 쪼개 인출한 E씨는 국세청 직원과 7시간 넘게 문 앞에서 대치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옷장을 비롯해 화장대, 베란다 종이박스 등에서 5만 원권 2200장(1억1000만 원)을 발견했다. 또 다른 체납자 G씨의 안방 금고에서는 황금두꺼비·골드바·황금열쇠 등 순금 151돈과 현금이 나왔다.
"체납은 선택, 징수는 원칙"…고액 체납자 현장 중심으로 대응 강화

▲국세청이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현장 강제징수에 착수했다. 사진은 체납자의 배우자 집안에서 발견된 현금뭉치. ⓒ 국세청

▲국세청이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현장 강제징수에 착수했다. 사진은 체납자의 집안에서 발견된 금고와 현금뭉치. ⓒ 국세청
국세청은 이번 수색에서 현금 13억 원, 금·명품 등 68억 원 등 총 81억 원 상당을 확보했다. 현금은 체납액에 충당하고, 물품은 공매 절차를 밟는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선제·동시·현장'이다.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거주지 불일치, 가족 소비지출 과다, 고가 주택 거주·해외여행 빈번 등 생활실태 분석을 통해 수색 대상을 좁혔다. 필요 시 경찰과 함께 현장 조사에 들어갔고, 이를 거부할 시 강제 절차도 통보했다.
유지만 국세청 징세법무국 과장은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는 조세정의를 훼손한다"며"은닉 수법이 지능화하고 다변화되는 만큼 현장수색을 더욱 신속, 정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현장 강제징수에 착수했다. 사진은 집행과정에서 체납자쪽에서 강하게 저항하는 모습과 압류된 고가의 물품들. ⓒ 국세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