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오전 10시,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신목봉행'으로 막을 올린 '2026 삼척 정월대보름제'가 사흘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수백 년 세월을 건너온 고귀한 의례와 민속놀이가 오늘, 다시 시민들의 삶 속으로 함께한다. 삼척 정월대보름제는 1973년부터 정기적으로 개최되어 온 지역 최고의 세시풍속 축제다. 특히 축제의 꽃인 '기줄다리기'는 1976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된 전국 최대 민속 놀이다. 네 가닥의 줄이 거대한 게의 형상을 띠며, 수백 명의 군중이 동시에 줄을 맞잡고 당기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하는 공동체 의례다.
축제의 첫 일정은 '신목 모시기'다. 마을의 수호와 풍요를 상징하는 신목을 별신굿 부스로 정성껏 모시는 이 의식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공동체 결속을 다지는 의식이다. 제관들의 엄숙한 발걸음과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경건한 시선 속에서, 삼척은 다시 한 번 한 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했다.
이어진 '조비농악' , '술비놀이' 시연, 어린이와 청소년 '기줄다리기'는 현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 시켰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어르신들의 구수한 추임새가 어우러지며, 세대가 하나의 줄 위에서 교감했다. 이날 기줄다리기는 과거와 현재,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단단한 '시간의 끈'이었다.

▲청소년 기줄다리기2026 삼척정월대브름제 청소년 기줄다리기 ⓒ 조연섭
오후에는 우체국 사거리 일대에서 화려한 '길놀이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취타대의 흥겨운 장단에 맞춰 행진하는 주민들의 행렬은 도심 전체를 축제 무대로 탈바꿈 시켰다. 연신 셔터를 누르던 관광객들도 어느새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놓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역동성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어스름이 깔린 저녁에는 삼척 출신 가수 박상철을 비롯해 초청된 많은 가수들과 함께하는 개막 축하 공연이 이어지며 축제의 서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무대 위에서 삼척의 밤은 활기로 가득 찼다. 차가운 바닷바람 사이로 울려 퍼진 시민들의 함성에는 새해를 향한 간절한 소망이 실려 있었다.
최선도 삼척정월대보름제 위원장은 "전통은 박제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삼척 정월 대보름제는 박물관 속에 갇힌 유물을 재현하는 행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몸소 이어가는 '현재 진행형 문화'이다"라고 말했다.
해양 관광과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삼척 거리에서 펼쳐진 이 전통은, 지역의 뿌리가 여전히 단단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첫날부터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진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신목을 모신 아침의 경건함부터 줄을 당기고 길 놀이를 이어가던 오후의 열정까지.
삼척은 다시 한번 공동체의 힘으로 새해의 문을 활짝 열었다. 정월 대보름의 둥근 달처럼, 사람들의 소망도 넉넉히 차오르고 있다. 삼척의 봄은 그렇게, 줄을 잡은 시민들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삼척정월대보름제 길놀이2026 삼척정월대보름제 길놀이 ⓒ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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