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개 군 지역이 2월 26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옥천군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월간 옥이네> 104호에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1인당 월 1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속가능한 농어촌' 만들기에 기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봤습니다.

▲전북 장수군민에게 '농어촌 기본소득'이 처음 지급된 2월 26일 장수군청 앞에서 진행된 상생소비 한마당에서 한 군민이 기본소득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충북 옥천군을 포함한 10개 군 지역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2월 26일 시작됐다. 시범사업 기간인 2027년까지 10개 군 주민은 매달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는다.
제도적 실험은 언제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실험을 먼저 실시한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2022년부터 약 3800여명에 지급)의 기록은 시범사업을 앞둔 지역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지갑을 채워주는 것을 넘어, 주민들이 병원 방문을 가능하게 만들고, 이웃과 식사를 나누며 잊고 지냈던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하는 마중물이 됐다. 그러나 동시에, 지역 내 자금 선순환의 한계와 공동체 조직화의 부재 등 극복해야 할 과제 또한 선명하게 남겼다.
이에 청산면 시범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사업이 맞이할 변화와 준비해야 할 대안을 정리했다. 현금 지원이 일회성 복지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드는 데 주목해야 지점이 무엇인지, 청산면 시행착오를 이정표 삼아 그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정책효과분석'(2025) 자료를 참고했다.
소비의 양적 확대... 매출 오른 사업체의 관내 재지출 구조 만들기는 과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남긴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뚜렷했다. 관계자 면담 조사 결과 외식·카페·소매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상인회에서는 대체로 5~15%가량 매출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문을 닫았던 식당이 다시 영업을 시작하고 옷 가게, 정육점, 미용실, 약국, 편의점 등 그간 청산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업종들이 새롭게 들어섰다.
슈퍼나 편의점은 기존에 취급하지 않던 두부나 생활용품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하며 주민들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면내 소비 위축으로 폐업까지 고민하던 상인들에게 농어촌 기본소득은 삶의 터전을 지켜준 반전의 계기가 된 셈이다.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주민들 또한 관외로 나가 장을 보던 수고를 덜고, 지역 안에서 폭넓은 선택권을 누리는 등 정주 여건이 한층 개선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소비의 양적 확대가 지역 경제 전체의 활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지역 내 자금의 회전율을 보여주는 LM3(지역 승수 효과) 분석 결과를 보면, 정작 수익을 얻은 '사업체의 관내 재지출액'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주요 사용처인 주유소와 편의점은 대부분의 물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벌어들인 돈이 다시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는 재투자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결국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 경제에 깊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돈이 들어오는 통로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그 돈이 지역 안에서 몇 번이고 다시 회전할 수 있는 선순환의 그릇을 단단히 빚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민 수요가 높고 지역 내 재지출 성향이 강한 '로컬푸드 직매장'은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연천군 청산면은 로컬푸드 판매처가 부재했던 탓에 소매점의 관내 재지출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일부 소매점이 지역 농가와의 직거래를 시도했으나, 카드 결제기 미보유나 세금계산서 발행 불가 등 행정적 걸림돌에 가로막혀 포기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청산면이 겪은 이 시행착오들은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을 목전에 둔 옥천군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분명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질적 소비도 확대... '그간 미뤘던 소비' 문화·여가·건강관리에 지출

▲연천군은 지난해 9월 국회 소통관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유치를 위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 월간 옥이네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이후 소비의 질적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의료·교육·교통·생필품 비용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면서, 평소 지출이 어려웠던 건강 관련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청산면은 대조군인 삼죽면과 비교해 건강 전체 분야에서 4.9%의 지표 향상을 보였는데, 이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연구진이 주목한 성과 중 하나이다.
실제 관계자 면담 결과, 고령층의 병원 및 약국 방문 빈도가 높아졌으며, 과일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이른바 '미뤄둔 소비'를 통해 삶의 변화를 체감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식품 섭취의 다양성 또한 대조군 대비 5.3% 증가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층에서 신선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구매가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다. 가구 유형별로 체감도의 차이는 있으나, 농어촌 기본소득이 주민들의 전반적인 웰빙 개선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의 양적·질적 변화는 청산면 주민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시범사업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8.9% 증가했다.
가족·이웃 간 만남 늘어... 공동체 활동으로 나아갈 연결 고리 필요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이후 가족 및 이웃 간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지역사회 내 유대감 강화와 마을 활동에 대한 협력적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기본소득을 활용한 외식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매월 만나는 가족 및 친척의 수는 11.6% 증가했으며, 생활비 부담 완화가 가족 간 유대 강화로 이어졌다는 응답도 다수 확인되었다.
이웃 간의 교류 역시 한층 활발해졌다. 식사비나 다과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자 어르신들이 번갈아 식사 대접을 하거나 카페 모임을 갖는 등 적극적인 소통의 변화가 나타났다. 실제로 이웃을 만나는 횟수는 이전보다 16.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다만, 이번 시범사업은 개인과 가족 단위의 경제적·심리적 혜택에는 집중된 반면 공동체 차원의 조직적 활동으로까지 확대되는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사와 교류가 늘면서 마을 활동 참여를 유도하기는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으나, 이러한 변화가 실제 마을 단체의 활성화나 조직의 외연 확장으로까지는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과제로 제시한 공동체 활성화를 실현하기에는 단순히 현금성 자산을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명확한 한계가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청산면에서 진행된 '주민 참여형' 소생활권 활성화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주민기획단이 지역 현안을 직접 발굴하여 도출한 4개의 실행 계획은, 개인적 혜택에 치중되었던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의 한계를 극복할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주민 면담 과정에서 해당 사업이 지속적으로 언급된 점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가 된다.
기초생활거점사업 등을 통해 지역 재생을 추진해 온 삼죽면이 '마을 참여도'와 '이웃 관계' 부문에서 청산면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참여 중심의 사업 모델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즉,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형성된 지역 내 유대감을 실질적인 공동체 활동과 조직화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주민 참여형 사업이 강력한 가교 구실을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역 내 대표 조직이 사회서비스 수요와 공급 수집·관리해야'

▲연천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유치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운영했다. 시범사업 확대를 앞두고 소상공인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 월간 옥이네
농어촌 기본소득 외에 가장 필요한 서비스로는 '고령자 맞춤형 이동 서비스'가 꼽혔다. 대중교통망이 취약한 농촌 특성상 개인 차량은 생활 필수 수단이지만, 고령으로 인해 운전이 어려워질 경우 면 소재지에 형성된 상권과 인프라에 대한 접근 자체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이는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급되더라도 이동 수단이 없으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해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마을 거주지와 인프라가 집중된 면 소재지를 잇는 촘촘한 교통망을 구축하는 것이 기본소득의 경제적·사회적 효과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핵심 과제로 제언됐다.
주민 면담 결과 면 단위 내의 일자리 창출이 매우 절실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이 종료될 경우 자생적인 일자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역 경제 침체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다. 연구진은 지역 일자리를 해당 지역에 필요한 재화나 사회서비스 생산과 직접 연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청산면 내 로컬푸드 소비처가 부재한 점을 고려해, 슈퍼마켓이나 로컬푸드 협동조합 모델 도입을 제안했다. 사회서비스 공급 과정에서 지역 주민을 우선 고용한다면 기본소득으로 축적된 구매력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이것이 다시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대표 조직을 구성해 사회서비스의 수요와 공급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득-사회서비스-일자리 연계를 탄탄히 해나가기 위해서는 읍면 단위에서 진행되는 여러 정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패키지형 정책' 전달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을 제안한다.
월간 옥이네 통권 104호 (2025년 2월호)
글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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