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0여일을 지나는 세종보 천막농성장 모습 ⓒ 박은영
"농성장 난로 아직 켜고 있죠?"
3월이 다가왔고, 입춘도 지났지만 아직 추위가 완전히 가시진 않은 애매한 계절. 아직 난로가 필요한 이 계절에 가장 부지런한 친구들은 할미새와 물떼새, 청둥오리들인 것 같다. 어디선가 푸드덕 하고 날아와 '촤악~'하고 강 위에 슬라이딩 하며 앉는가 하면, 수영 연습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본다. 앉아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삶을 저렇게 부지런히 움직여 살아나가는 모습에 게으른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한 달만 있으면 세종보 천막농성 2년을 맞이한다. 윤석열 정부의 물 정책 역행에 맞서 물떼새 둥지처럼 이 녹색 둥지를 틀었고, 8번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2024년의 봄에 시작해 2025년의 봄을 지났고, 3번째 봄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농성장에서 본 첫 봄의 물떼새 아이들은 자기들의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들이 또 새 둥지를 틀 것이다. 강의 생명들과 함께 밤과 낮을 보낸 그 2년, 우리는 여전히 투쟁 중이다. 이재명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국정 과제가 한없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부 장관 사퇴 요구도... "4대강 재자연화 즉각 추진"

▲우리 강 자연성 회복 발목잡는 김성환 장관 규탄 기자회견 ⓒ 보철거시민행동
"4대강 재자연화 발목 잡는 김성환 장관 사퇴하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지난 5일,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문성호 보철거시민행동 공동대표와 강호열 공동대표,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고령군 포2리 곽상수 이장 등 강 유역별로 4대강 투쟁에 앞서왔던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이재명 정부에 '4대강 재자연화 추진안을 확정하고, 즉각 추진할 것'과 '4대강 16개 보에 대한 보 처리 방안을 연내 확정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반영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와 기후부 물정책 실무자들, 4대강 유역의 강 활동가들은 '4대강 재자연화 추진안'에 대한 15차례에 걸친 숙의 과정 끝에 최종 보고서 작성을 완료했다. 그 안에는 4대강 16개 보 처리 방안 마련 이후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반영의 절차와 시기, 낙동강 취양수장 개선 사업 추진 방향과 일정,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 등이 담겨있다. 장기적으로 하굿둑 기수역의 회복 방안과 수생태연속성확보사업 등의 과제도 포함돼 있다.
'4대강 재자연화 추진안'이 마련되었음에도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한 3개월의 시간이 의미 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추진안을 확정하지 않아 이재명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가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강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은 약 4년간 보를 개방하고 수질, 수생태 등을 모니터링하고 모든 영역에서 강의 회복을 확인한 결과였다. 보 처리 방안이 확정된 2021년 이후의 데이터를 추가 적용하고, 빠르게 물 이용 여건을 조사해서 금강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보완, 확정하면 된다. 또한, 녹조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낙동강의 경우 기후부와 농림부가 관리하는 취양수장을 개선하고 빠르게 보를 개방해, 당장 창궐하는 녹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서는 연내에 16개 보의 보 처리방안을 확정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반영하고 이행해야 한다.
8년째 공회전하는 4대강 재자연화, 이재명 정부의 답은?

▲폭설이 내렸던 천막농성장 1월의 풍경 ⓒ 박은영
이재명 정부의 정책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가 실리와 합리 아닌가. 장관 한 사람의 판단으로 합리적이고 실리에 따라 결정된 국정 과제가 표류한다면, 이는 우스운 일이다. 국정 과제인 4대강 재자연화 추진 의지가 없다면, 장관직 사퇴가 마땅하다.
"강은 흘러야 한다"
이 말은 한 정치인이 내뱉는 공허한 말이 아니다. 강이 흘러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어떤 이는 수백 개의 두통약을 먹어가며 자신의 삶과 목숨을 걸기도 했다. 강을 지키고 싶었던 많은 활동가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다. 그들은 강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채우려는 권력에 맞서왔다.
이재명 정부는 과연 어떠한가. 강 곁의 활동가들과 시민들, 그리고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생명들이 정부를 지켜보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는 8년째 공회전하고 있다. 16개 보 중, 윤석열 정부에 몸으로 맞서 지킨 세종보만이 유일하게 열려있다. 여기 서 한 보 더 전진할 수 있는 정부인가, 아니면 윤석열 정부의 물정책 역행을 고스란히 이어갈 것인가. 이제는 이재명 정부의 답을 듣고 싶다. 여기에서 한 보 더 전진하고야 말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2026년의 봄을 기꺼이 맞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