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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국립공원 지역에서 해제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항 전경
2023년 국립공원 지역에서 해제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항 전경 ⓒ 이성엽

"국립공원에 토지를 소유한 태안군민들은 47년 동안 국가 정책을 위해 일방적인 희생을 감내해 왔다. 2023년 일부 지역 해제 이후에도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지역 조정을 최소화하고, 산림청은 해제 임야 대부분을 공익용 보전산지로 유지하려 한다. 주민들은 또 다른 규제에 직면해 있다."

3년 넘게 충남 태안군 국립공원 해제지역의 합리적 용도지역 조정을 위해 노력해 온 '국립공원 해제지역 합리적 국토 이용 조정을 위한 태안주민협의회'(아래 태안주민협의회) 윤현돈 회장은 지난 10일 격양되어 있었다.

지난 2023년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 지역 중 일부가 해제되었지만 그동안 관계 부처 간 입장 차이로 규제 개선은 여전히 더디고, 이중 규제라는 비판도 있어 왔다. 국립공원에서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토지 이용은 여전히 막혀 있어 "국립공원 해제의 의미 자체가 사라졌다"는 지역 사회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항과 천리포항 등 국립공원에서 해제된 항·포구에서는 국립공원 해제 이후 오히려 종전보다 강화된 새로운 규제로 인해 토지 이용이 더 어려워졌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47년 규제… "이제는 풀어준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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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해안지역은 1978년 국립공원 지정 이후 무려 40년이 넘는 기간 강력한 개발 제한에 묶여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건축 제한 ▲토지 이용 제한 ▲개발 행위 금지 등으로 인해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

이러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0년 국립공원 구역 조정과 2020년 국립공원 재조정을 통해 일부 지역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당시 정부는 "국립공원 지정으로 과도하게 제한된 지역의 주민 불편과 재산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태안군민들은 지금 상황을 두고 "국립공원 지정만 해제되었을 뿐 실제 규제는 그대로"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안군 소원면 모항항 인근 지역이다. 모항항은 제1종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항구다. 어항은 원칙적으로 어업과 관광, 지역경제 거점 역할이다. 항 배후지에 다양한 어업 관련 시설과 인근 만리포 등을 찾은 관광객들을 위한 음식, 숙박업들의 활성화가 시급한 지역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 2023년 5월 모항항 인근 지역이 국립공원 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 해제되었지만, 해당 토지 대부분이 공익용 산지로 분류되어 임야로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항구 배후지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 모항항은 국가지정 1종 어항임에도 불구하고 냉동시설, 급유시설 등의 부재로 지역의 소형 어선들만이 정박해 있을 뿐 항구 주변은 나대지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특히 이 지역은 과거 국립공원 지역일 때는 집단시설지구로 6층짜리 건축 허가가 나왔던 곳이다. 그러나 국립공원에서 해제된 이후 오히려 용도지역 지정이 미뤄지면서 지목상 임야라는 이유로 공익적 보전산지로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해당 토지주들은 이를 두고 "국립공원일 때보다 지금이 더 규제가 심하다" 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원 해제했으면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2023년 국립공원 지역에서 해제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항 항공 사진
2023년 국립공원 지역에서 해제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항 항공 사진 ⓒ 이성엽

해당 토지주들은 현재의 문제 핵심이 용도지역 조정 미비라고 지적한다. 국립공원에서 해제 되었지만 토지 이용계획이 현실에 맞게 조정되지 않으면서 개발도, 활용도 모두 막혀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해당 토지주 박아무개씨는 "40년 넘게 참고 기다렸다. 공원 해제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이 됐다"며 "해제했으면 최소한 항구 배후지 정도는 계획관리지역(비도시 지역 중 향후 개발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지역)이나 관광 관련 용도로 조정돼야 당초 정부가 밝힌 해제의 의미가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형평성 논란은 소원면 천리포항 사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천리포항 인근의 임야를 소유한 지아무개씨는 지역 어민들과 충남도의 항만 사업을 위해 국립공원 해제지역 임야 약 1천여 평을 항만시설과 주차장 용지로 기부했다. 이후 충남도는 해당 토지를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 고시하고 항만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필지에 있는 지씨가 보유한 나머지 토지는 여전히 공익적 보전산지 규제로 묶여 있는 상태다. 윤현돈 회장은 이 상황을 두고 "공공기관 사업에 필요한 땅은 용도 변경을 해주고 주민 땅은 그대로 묶어두는 것 아니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지씨는 "공공기관 사업에는 규제가 풀리고 주민 재산권에는 규제가 유지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회장은 "심지어 국립공원지역에 해당하는 토지에서도 '공공용'이라는 이유로 계획관리지역으로 용도를 임의로 변경 고시한 사례를 태안반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제지역 또 규제… 정책 모순"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정책 모순으로 보고 있다. 태안지역의 합리적 용도지정 용역을 수행한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한범호 교수는 지난 2025년 12월 태안문화원 아트홀에서 열린 '태안해안국립공원 해제지역 합리적 용도지역 지정을 위한 공개 포럼'에서 "국립공원 해제는 원래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재산권 보호 ▲합리적 토지 이용을 위한 정책"이라며 "해제 이후에도 용도지역을 지정하지 못해 산지 규제와 보전지역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면 정책 목적 자체가 무력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국립공원 해제는 단순히 선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토지 이용 체계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태안군은 서해안에서도 대표적인 해양관광 지역이다. 해양 관광과 어업, 지역경제가 결합될 경우 발전 잠재력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하지만 국립공원으로 묶여 있다가 해제지역이 된 상당수가 여전히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규제 상태로 유지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 다변화를 위한 개발을 기대했던 태안군민들에게 절망만 주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규제 합리화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불합리한 규제 정비 ▲지역경제 활성화 ▲재산권 보호 정책 방향에 맞춰 정부의 관계 부처와 충남도가 국립공원 해제지역에 대한 신속한 용도지역 지정을 했으면 하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태안군 역시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2023년 해제된 국립공원 지역을 대상으로 태안군이 실시한 합리적 용도지역 지정을 위한 용역이 이번달 안에 마무리 된다. 국립공원 해제 이후 3년여 만이다. 이번 용역은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제 목적에 맞는 합리적인 용도지구를 설정하기 위한 절차로, 이를 통해 주민 재산권 행사를 돕고 지역 공익개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태안군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국 최초로 국립공원 해제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도움을 주고자 태안군이 이번 용역을 실시했다"며 "그동안 태안주민협의회와 지역 주민, 용역 수행자들과 정책토론회, 현지 조사, 주민 간담회, 공청회 등을 통해 모아진 용역 결과서를 충남도에 3월 중에 접수해 지역민들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충남도에 의견을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국립공눰해제#태안군#국립공원공단#합리적용도지역#기후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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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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