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 돌진 사건이 발생한 미시간주 유대교 회당 ⓒ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올드도미니언대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총격범을 포함해 두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을 테러 범죄로 보고 수사 중인 FBI는 총격범인 모하메드 베일러 잘로가 총격 전에 "신은 위대하다(Allahu Akbar)"고 외쳤다고 밝혔다. 졸로는 2016년 IS를 물적 지원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1년 형을 받고 복역하다 2024년 12월 풀려났다.
같은 날 미국 미시간주 웨스트 블룸필드의 한 유대교 회당에 차량이 돌진해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고 범인은 경비원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국토안보부는 범인이 레바논에서 태어났고 2011년 미국으로 와 2016년 미국 시민이 된 아이만 모하마드 가잘리라고 밝혔다. FBI는 범인이 차에 다량의 폭발물을 싣고 있었다며 유대인 공동체를 겨냥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3월 1일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술집에서 총격이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FBI는 범인이 세네갈 출신의 은디아가 디아뉴로 이란 국기 디자인과 '알라의 자산(Property of Allah)'이라는 글이 새겨진 셔츠를 입고 있었다며 이런 이유로 이란 전쟁과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과의 전쟁 이후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테러들

▲공습으로 파괴된 테헤란 도심의 건물들 ⓒ AFP / 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발생한 테러 사건들은 한 가지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과 관련됐을 가능성과 동시에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증오가 발단이 됐을 가능성이다. 그런데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고 이미 예상됐던 것이기도 하다.
미국 외교협회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후 이른바 '외로운 늑대'의 테러와 사이버 테러에 대해 경고했다. 주정부들과 지방정부들도 미국 본토에 대한 보복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3월 1일 이런 경고에 답이라도 하듯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이란 공격과 관련된 테러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이어 발생한 테러 사건들도 이란 공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이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전쟁이 끝나더라도 관련된 테러가 미국 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유럽에서도 잇단 테러 의심 사건 발생으로 테러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 전쟁이 시작되고 약 일주일이 지난 3월 8일 노르웨이에서는 3명의 이라크 출신 형제가 오슬로의 미국대사관에 폭탄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이 사건이 이란과 연계되어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9일 새벽 4시 벨기에 동부 리에주의 유대인 회당에서는 폭발이 발생했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지만 벨기에 당국은 12일 자신들의 범행을 주장하며 시아파 온라인 군사 커뮤니티에 공유된 폭발 당시 영상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특히 이란 전쟁 이후 유대인 공동체를 겨냥한 테러가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9일 사이프러스에서는 하마스와 연계된 무기 밀매업자가 체포됐다. 이에 대해 독일 연방 검찰은 밀수된 무기가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에 있는 이스라엘 또는 유대인 기관의 공격을 위한 것이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겨냥한 테러 공격을 우려하는 이유는 이것이 단지 이란 공격 이후에 생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유대인 시설 및 기관을 겨냥한 테러는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프랑스 사법당국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2023년 10월에만 유대인 회당과 학교 근처에서 화염병 공격과 협박 등의 사건이 92건이나 발생했다. 2023년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사건은 한 해 전에 비해 4배나 증가했다. 독일에서도 이스라엘 기관을 겨냥한 공격들이 잇달아 발생했다. 2024년 9월에 뮌헨의 이스라엘 영사관을 공격하려던 18세의 오스트리아 국적 남성이 사살됐고, 10월에는 베를린의 이스라엘 대사관 공격을 모의한 리바아인이 체포됐다. 영국에서는 2025년 10월 유대인 회당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두 명이 사망했다. 영국 경찰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유대인 회당을 겨냥한 사건이 562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 및 유대인을 겨냥한 테러가 증가하던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을 끌여들여 시작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란 전쟁이 시작됐다. 가자지구 공격으로 폭발한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반감과 증오가 이란과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맹렬한 공격으로 거의 최고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유럽 국가들에서 테러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건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미국 또한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 테러, 전 세계 확산 가능성도

▲13일 새벽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되는 이란 미사일 ⓒ 로이터=연합뉴스
게다가 이전에 비해 더 복잡해진 현재 상황은 테러에 대한 우려를 한층 높이고 있다. 이전의 테러는 주로 북미와 유럽의 기독교 세계에 대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반감과 증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기에 더해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반감과 증오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조직이든 개인이든 극단주의 이념을 가진 잠재적 테러범들이 악용할 수 있는 핑계가 늘었고 그 결과 실제 테러가 늘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중동지역 상황이 악화하고 전 세계 극단주의 세력들과 개인들 사이에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공감이 높아지면 테러가 전 세계로 확산할 수도 있다.
조지타운대학의 극단주의프로그램(Program on Extremism) 국장인 로젠조 비디노는 <유로뉴스>에 "지난 2년 반 동안 유대인과 이스라엘인에 대한 협박이 증가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며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주의 대응 프로젝트(Counter Extremism Project)의 한스-제이콥 쉰들러 상임국장 또한 <유로뉴스>에 이란 전쟁으로 인한 새로운 급진주의 등장을 경고했다. 그는 "온라인와 오프라인 모두에서 폭력적인 이슬람 극단주의가 더 과격화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2021년 시작한 아프간 전쟁과 2003년 시작한 이라크 전쟁 이후 세계는 테러 확산으로 공포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IS의 등장과 참혹한 테러, 그리고 IS와 연계됐거나 IS를 추종하는 극단주의 무장세력들과 '외로운 늑대'들의 테러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때 세계는 정당하지 않은 전쟁과 무력 사용이 전 세계를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오랫동안 계속되던 테러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이동이 제한되면서 잠잠해졌다. 그러나 가자지구 전쟁 이후 왜곡되고 부정의한 국제 정치가 야기한 테러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제 이란 전쟁으로 한층 증가할 위험이 감지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이란을 공격했고, 공격 첫날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암살한 점은 이란은 물론 세계의 극단주의 조직들과 개인들에게 분노할 충분한 이유와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그들의 분노와 명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점진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명 피해가 늘수록 분노와 명분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테러 공격이 증가할 것이고,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다는 테러의 특성상 많은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