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토가 다르면 농법도 다르다'(농사직설, 1429년). 한국 날씨와 토질에 맞춰 유기농 텃밭 농사법을 안내합니다.

▲올해 첫 파종 작물인 완두콩이 흙을 들어올리며 올라왔습니다. 이제 진짜 봄 농사 시작입니다. ⓒ 조계환
올해 첫 작물로 심은 완두콩 새싹이 땅을 움트며 올라왔습니다. 생생한 연둣빛이 참 보기 좋습니다. 밭일 하다 보면 주변 숲속이 조금씩 녹색으로 바뀝니다. 이제 또 한 해 농사가 제대로 시작되는구나 싶어 마음이 설렙니다. 오는 4월 유기농 텃밭 농사법으로 감자, 당근, 옥수수, 양배추, 브로콜리, 봄배추, 고추 농사법 등을 정리합니다.
먼저 4월에 감자 관리하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3월 20일 무렵에 심은 감자는 3주 뒤부터 싹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비닐 멀칭한 밭이라면, 검은 비닐 속에 감자싹이 갇혀서 죽을 수 있으니 구출해 주어야 합니다. 감자 심은 곳 주위에 볼록하게 솟아오른 곳이 있으면 조심스럽게 비닐을 벗겨주면 됩니다.
감자의 모든 싹을 다 키우면 감자 크기가 작아집니다. 큰 감자 위주로 수확하려면 싹은 두 개만 남겨놓고 솎아주어야 합니다. 가장 잘 자란 감자싹 두 개만 남기고 작은 싹을 솎아냅니다. 줄기를 중간에서 끊는 것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뽑아올려 제거해야 합니다. 자칫 다른 싹도 뽑혀 올라올 수 있으니, 솎을 때 다른 싹들 주변을 한 손으로 누르며 고정해야 합니다.
아래 동영상을 참고해주세요.
▲감자싹은 두 개만 남기고 솎아줍니다
한 손으로 주변 전체를 누르며 고정한 후 싹을 속에서부터 끌어올려 제거합니다. 조계환
간혹 싹을 한 개만 남겨 놓고 솎으라는 정보도 있는데, 두 개 정도는 남겨주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개만 남겼다가 이 하나가 문제가 생기면 아예 수확을 못하게 됩니다. 감자 솎기가 끝나고 1~2주 정도 지나면 감자가 눈에 띄게 자라기 시작합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따뜻해지면 빨리 자랍니다. 15cm 정도 자랐을 때 감자싹에서 15cm 정도 떨어진 곳에 구멍을 조금 파고 추비로 유박퇴비를 한줌씩 넣어주면 좋습니다.
밭에 바로 씨를 뿌려 심는 당근
4월 작물을 심기 전 밭을 만들 때 퇴비는 100평 기준 축분 퇴비 20kg 12포, 유박퇴비 3포 정도로 넣으면 됩니다. 물론 이건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고, 땅이 거름지고 지난해 퇴비를 많이 넣은 곳이라면 조금 줄여서 넣으면 좋습니다. 패화석을 지난 3년간 한번도 안 넣었다면 100평에 3포 정도 넣어주세요. 욕심 부려 퇴비를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당근 심는 밭은 보슬보슬 흙이 부드러운 밭이 좋습니다. 땅이 너무 딱딱하면 땅 속으로 당근이 잘 파고 들어가지 못합니다. 당근은 씨를 본 밭에 직파(직접 파종)합니다. 심는 간격이 가까우므로 텃밭에 소량 심는 것이라면 비닐 멀칭 없이 심는 것이 낫습니다.
두둑에 호미로 얕게 줄을 긋고 당근 씨를 3cm 정도 간격으로 줄뿌림 해 심습니다. 씨앗이 먼지처럼 가볍고 작기 때문에 너무 깊게 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파종하기 전 가루로 된 유기농 토양 살충제를 뿌려 놓으면 땅속 벌레 방제 효과가 있습니다.

▲당근 싹은 심고 물을 잘 줘야 올라옵니다. 어느 정도 자라면 15cm 간격으로 솎아줍니다. 솎을 때는 남은 당근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제거해야 합니다. ⓒ 조계환
당근을 심은 후에 비가 안 오면 싹이 날 때까지 최소 2일에 한 번씩 물을 줍니다. 4월에는 밤 온도가 낮기 때문에 물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오전에 주는 것이 좋습니다. 당근 싹은 늦게 나오는 편인 데다 새싹 크기도 아주 작습니다. 온도나 습도가 안 맞으면 최대 2주가 걸리기도 합니다. 싹이 올라와서 5cm 정도 자라면 15cm 정도 간격이 되도록 조심스럽게 싹을 솎아 냅니다.
유기농으로 당근을 키우면 모양이 들쑥날쑥한 당근이 나오기 쉽습니다. 텃밭 농사인 만큼 제멋대로 생긴 못난이 당근은 재미로 받아들여도 좋겠지요. 하지만 더 모양 좋은 당근으로 키우고 싶다면 아래 주의 사항을 참고해주세요.
ⓛ 2~3년 된 묵은 종자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묵은 종자는 기형 당근 발생률을 높입니다.
② 땅 속에 돌을 제거해야 합니다. 당근이 자라면서 돌에 걸려 갈라집니다.
③ 완전히 발효된 퇴비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④ 가뭄일 때는 주기적으로 물을 줍니다. 갑자기 수분이 들어오면 당근이 갈라집니다.
옥수수 잘 심는 비법
봄 옥수수는 지역에 따라 4월 초부터 4월 말까지 파종합니다. 직파할 때는 씨앗을 두 개 심고, 나중에 하나를 솎아주면 됩니다. 모종으로 심을 때는 하나씩 심습니다.
저희가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처음에 어려웠던 점 중 하나는, 어느 정도 키가 큰 다음 센 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쓰러져 버린다는 점이었습니다. 강원도에서 오랫동안 옥수수를 전문으로 재배한 농민을 찾아 비법을 물어봤더니 의외로 간단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바로 심는 간격을 바꾸라는 것이었어요.

▲옥수수를 40cm 간격으로 심으면 줄기가 튼튼하게 자라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열매도 커집니다. 사진은 옥수수 모종입니다. ⓒ 조계환
보통 옥수수 관련 농사 서적이나 인터넷에 보면 심는 간격이 25~30cm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래서 이 간격으로 심었더니 대가 튼튼하게 자라지 못해 바람 불면 우수수 쓰러져 버린 것이지요. 40cm 간격으로 옥수수를 심은 이후에는 바람에도 잘 쓰러지지 않고, 크고 상품성 좋은 유기농 옥수수를 제철 꾸러미 회원들에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옥수수는 거름을 아주 많이 먹는 작물입니다. 심고 20~30cm 정도 자라면 역시 뿌리에서 15cm 정도 떨어진 곳을 파고 유박 퇴비를 한 줌씩 넣은 뒤 흙으로 덮어줍니다. 이후에는 곁순이 자라는데,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곁순을 자르지 않아도 수확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품종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곁순이 너무 자라면 고랑까지 침범을 하는 터라, 두 번 정도는 곁순을 떼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4월에 모종으로 심는 양배추, 브로콜리, 봄배추는 비슷한 병충해를 가진 작물입니다. 양배추가루진딧물과 나방유충, 벼룩잎벌레 등이 해충인데요. 4월에 심으면 추워서 비교적 병충해 없이 잘 키울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한랭사를 씌워서 해충을 예방하면 좋습니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따뜻해지는 4월 말이나 5월이 되면 병충해 방제를 시작하면 됩니다. 유기농 병충해 방제법은 5월 농사법 기사에서 자세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고추는 어린 시절 강하게 키워야
고추는 텃밭 농사에 빠지지 않는 작물입니다. 키우기가 조금 까다롭지만, 잘 되면 고추 한 포기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4월 20일부터 심기 시작해서 5월 10일 정도까지 밭에 들어갑니다. 추위에 민감한 작물이니 절대 서리를 맞지 않도록 지역별로 알맞은 날짜를 찾아 심습니다.

▲왼쪽이 V자형 지주대, 가운데가 고추 끈걸이를 활용하는 지주대, 오른쪽이 끈걸이를 활용해 자라고 있는 고추 모습입니다. ⓒ 조계환
먼저 심기 전에 지주대를 어떻게 할지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가지 지주대 방식이 있는데, 전문 농가에서는 보통 세 가지 중에 하나로 준비합니다. 첫 번째는 위 사진 왼쪽의 V자 형으로 세우는 방식입니다. 아래부터 점점 양옆으로 벌어지는 방식으로, 고추가 자라면서 줄기가 겹치지 않아 공기가 잘 통합니다. 이를 변형한 Y자형, X자 형 등이 있는데, 보통 V자형으로 세우면 됩니다.
두 번째 방식은 사진 가운데처럼 말뚝을 하나만 박고 끈걸이를 끼워서 줄을 매주는 방식입니다. 끈걸이는 인터넷에서 '고춧대 행거 지지대', '고추 끈걸이' 등의 이름으로 판매되는데, 12cm, 20cm, 30cm, 40cm 등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점점 긴 끈걸이를 끼워 놓으면 고추가 커나가는 것에 맞춰 끈으로 고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망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말뚝을 두 개 박고 그 사이에 가로로 망을 치면 처음에는 관리가 쉽습니다. 고추 줄기를 줄로 안 잡아줘도 그물망 안에서 알아서 자리를 잡습니다. 하지만 2단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그 위쪽으로 가면 가끔 고추가 너무 옆으로 뻗어서 관리하기 더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손이 자꾸 그물에 걸려 수확할 때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초보자가 처음에 설치하기도 어렵구요.
저희가 추천하는 방식은 소규모라면 V자형으로, 50평이 넘어간다면 끈걸이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고추 농사는 퇴비와 물을 절제하며 절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키는 작게, 열매는 많이 달도록 키웁니다. ⓒ 조계환
고추 농사의 핵심은 어릴 때 적당한 고난을 주어, 키는 작게 키우고 열매를 많이 달리게 하는 것입니다. 어릴 때 퇴비를 너무 많이 주거나 물을 지나치게 자주 주지 않습니다. 열매가 달리는 작물은 어린 시절 너무 과보호를 하면 어른이 되어 키만 크고 열매를 많이 달지 않습니다.
퇴비를 넘치지 않도록 줘서 최대한 뿌리가 영양분을 찾아 땅 속으로 들어가도록 합니다. 물 주기는 비닐하우스라면 3일 간격으로 짧게 주고, 노지라면 1주일에 한번 정도로 줍니다.
절간 간격을 계속 관찰해야 합니다. 절간이란 마디와 마디 사이를 말합니다. 물과 퇴비를 절제해서 주어 절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절간이 길어진다 싶으면 물 주는 주기를 길게 하고, 너무 짧아진다 싶으면 조금 더 자주 물을 줍니다. 고추 상태를 영농 일지에 자세히 쓰며 잘 관찰해야 농사가 잘 됩니다.
아주 심기(온상에서 기른 모종을 밭에 제대로 심는 일) 이후 방앗다리(고추가 Y자로 갈라지는 지점)에 첫 열매가 달리는데, 보통은 이 열매를 따내야 한다고들 합니다. 고추 생육이 별로 좋지 않다면 따주는 게 맞지만, 왕성하게 잘 자라고 있는 느낌이라면 그냥 키워도 괜찮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밭 주변 풍경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두둑을 만들어가며 계속 이것저것 심을 예정입니다. ⓒ 조계환
이상 4월 유기농 텃밭 농사법을 정리해 봤는데요. 이 시기는 퇴비를 넣고 밭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퇴비든 물이든 절제해서 주는 것입니다. 유기농사를 지으면 작물 크기가 작아서 퇴비를 너무 많이 넣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퇴비를 많이 넣으면 더 크게 자라지 않을까 욕심이 납니다. 하지만 처음에 퇴비를 너무 많이 넣거나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작물이 어린 시절 인생이 너무 편해서 뿌리를 잘 못 내립니다. 웃자라기만 하고 열매를 많이 달려고 안 합니다. 맛도 떨어지고요.
작물이 느끼기에 조금 배고프고 힘들면 살기 위해 뿌리를 더 뻗어 내리고 튼튼하게 올라옵니다. 어느 정도 자라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면 그 때부터 추비도 주고 물도 조금 더 자주 자주 줍니다. 시련을 많이 겪은 작물이 맛있는 열매를 많이 답니다. 우리들 인생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