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었다. 바람과 물과 흙이 보드랍다. 새가 날아오르는 때가 되었다. 우리의 쫑쨍이, 마오리의 쿠아카, 알래스카의 추헤르팍. 위대한 지구 여행자 큰뒷부리도요를 부르는 이름들이다.
큰뒷부리도요는 매년 봄이 되면 북쪽으로 여행을 떠난다. 8~10일 동안 단 한 번 접지 못한 날개를 펴고 하늘 아래를 날아온다. 물 한 모금 축이지 못한 부리를 뻗고 바다 위를 날아온다. 10,000km를 날아야 기진맥진한 몸이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편히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터가 있다. 바로 한반도 서해안의 갯벌이다.

▲큰뒷부리도요 AJD큰뒷부리도요가 뉴질랜드에서 매년 3월 25일 출발하는 사실은 AJD표식이 붙은 개체를 수년간 관찰한 데이터가 입증한다. 그러나 당일 비바람이 거세서 AJD는 여행출발을 며칠 늦추었다. 뉴질랜드 황아누이강에서 2026년 3월 23일 관측한 사진이다. ⓒ Paul Gib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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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단장은 10년 전에만 해도 수라갯벌에 수백마리의 큰뒷부리도요가 쉬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새만금방조제 내측, 만경강 유역의 유일한 원형갯벌인 수라갯벌은 현재 새만금신공항 건설계획으로 매립 위기에 처해있다. 그곳에서 그는 며칠 전 3마리의 큰뒷부리도요를 목격했다. 오동필 단장은 3마리를 시작으로 수많은 그들이 다시 찾아오는 날을 기대한다고 한다. 그는 이틀 전에는 14마리의 큰뒷부리도요, 500여 마리의 흰물떼새를 관측했다. 인근의 산업단지 8공구 매립용지와 화산습지에도 뒷부리장다리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가 찾아왔다. 오리류는 1800, 민물도요는 1200여 개체를 확인했다.

▲수라갯벌에서 큰뒷부리도요를 위한 기도2026.3.25부터 4.4까지 10일간 이어지는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나는 10일의 궤적, 10일의 기적> 첫 날이다. 큰뒷부리도요가 날아올 남쪽을 향해 100배를 올린다. ⓒ 이재각
봄이라는 때가 되었다. 지난 3월 25일 오후 1시, 수라갯벌에서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나는 10일의 궤적, 10일의 기적>이다. 큰뒷부리도요가 안전하게 도착하기를 염원하는 자리였다. 뉴질랜드의 마오리 황아누이 공동체에서 매년 큰뒷부리도요를 환송하는 그 시간이다. 큰뒷부리도요의 날개가 대양과 창공에 10일의 궤적을 그리는 동안 우리는 이곳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10일의 기적을 그리고자 한다.
평화바람의 문정현 신부님은 아코디언 연주로 영화 "미션"의 주제가곡을 연주했다. 지난해 <새사람행진>을 함께 했던 큰뒷부리도요 조형물도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평화와 생명을 기원하며 큰뒷부리도요가 날아올 남쪽을 바라보며 일백 번의 배를 올렸다.

▲문정현 신부의 아코디언 연주<큰뒷부리도요와 함께 나는 10일의 궤적, 10일의 기적> 첫 날, 문정현 신부님은 아코디언으로 영화 <미션>의 주제가를 연줏했다. 박양희 노래순례자가 건반으로 함께했다. 2025년 <새사람행진>을 함께 했던 큰뒷부리도요 조형물이 옆에 있다. ⓒ 이재각
큰뒷부리도요는 미사일이 터져도, 갯벌이 파괴되어도 때가 되면 날아오를 것이다. 그들의 여행은 지구의 여행이며 모든 생명의 여행과 다름없는 생의 순환이다. 자해하듯이 파괴를 거듭하고 있는 인류 문명은 큰뒷부리도요에게 생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
수라갯벌은 새만금신공항 건설 예정부지다. 미공군기지인 군산공항과 고작 1.35km 떨어진 자리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서천갯벌과는 7-8km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새만금신공항은 무안공항보다 조류충돌 가능성이 650배에 이를 만큼 많은 새들이 오가는 곳이다.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신공항의 건설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가 기본계획이 취소된 최초의 사례일 만큼 새만금신공항 계획은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국토부와 전라북도특별자치도는 항소를 했고 2심이 시작되었다.

▲새만금신공항 집행정지를 요구한다.2026.3.11.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 2심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시작되었다. 방청석에는 많은 원고가 함께 했다. '생명과 안전은 무엇보다 긴급하고 돌이킬 수 없다. 새만금신공항 당장 집행정지하라!'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오동필
3월 25일,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집행정지신청에 대한 기각 결정이 나왔다. 건설계획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집행은 정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소음피해에 불과하며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아니다'가 기각의 이유였다. 소음피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회복할 수 있는 손해라고 말하는 것도, 공항 건설로 인한 피해가 소음피해 뿐이라고 말하는 것도 기가 차다.
또한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 건설 취소를 결정한 것은 지극히 반가운 일이나, 원고인단 1294명 중에서 3명만 적격하다는 결정은 납득이 어려웠다. 새만금신공항이 건설되면 그 공항을 이용하게 될 모든 사람이 원고여야 마땅하듯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국가의 기본계획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원고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 와중에 적어도 20년 이상 새만금의 생태를 조사한 오동필 단장은 원고로 적격하다는 신청이 이번에 각하된 것이다.
이번 결정은 법이 '현실'과 '현장'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보여준다. 법의 결정에 대해 수많은 사람이 입은 충격과 불안이라는 심각한 피해는 어찌할 것인가. 법과 국가에 대한 나의 절망과 불신은 과연 회복할 수 있는 피해이겠는가?!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나는 10일의 궤적, 10일의 기적2026.3.25부터 4.4까지 10일간 이어지는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나는 10일의 궤적, 10일의 기적> 첫 날이다. 마오리 황아누이 공동체의 문양으로 제작한 큰뒷부리도요 장승과 함께 사진을 남겼다. ⓒ 이재각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나는 10일의 궤적, 10일의 기적>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어진다. 매일 수라갯벌에서 100배를 올리고 수라갯벌 모니터링을 이어간다. 수라갯벌의 돌멩이는 방방곡곡 여러 사람을 만나 큰뒷부리도요의 휴식처 수라갯벌의 보존을 위한 염원을 제 몸에 담는 기도 여행을 시작한다.
평화와 생명을 염원하는 목소리는 이토록 간절하다. 새와 갯벌과 돌멩이의 생명이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음을 실감하기에 절실하다.

▲돌멩이의 기도 여행2026.3.25부터 4.4까지 10일간 이어지는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나는 10일의 궤적, 10일의 기적> 에는 수라갯벌의 돌멩이의 기도여행도 포함되어 있다. 방방곡곡에 있는 여러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 4월 4일 큰뒷부리도요 환영식에 돌아올 예정이다. ⓒ 김규영
수라갯벌이 매립되고 사라지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큰뒷부리도요와 같은 철새이다. 머물 곳이 사라진 새들은 '대체서식지'로 이동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대로 죽어야 한다. 인류가 어리석은 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생명의 가치에 무지한 탓이다. 생명의 순환고리에 무심한 탓이다. 살 곳을 잃는 것이 비단 큰뒷부리도요만이겠는가.
큰뒷부리도요가 오고 있다.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의 진짜 원고가 오고 있다. 그들의 안전한 여행을 염원하며, 생명의 지혜를 알려달라고 기도한다. 4월 4일 수라갯벌에서는 큰뒷부리도요를 환영하는 도와도요 행사를 오전 11시부터 수라갯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탐조를 마치고 하제마을 팽나무에서 큰뒷부리도요 환영잔치를 성대하게 펼친다고 하니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은 모두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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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뒷부리도요를 찾아서 도와도요2026.4.4. 수라갯벌에서 큰뒷부리도요를 환영하는 큰 행사가 열린다. ⓒ 평화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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