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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규창(李圭昌) 선생
1913년 중국 길림성 유하현 합니하에서 이희영·이은숙의 셋째 아드님으로 태어났다. 독립운동가 아버지 우당 이회영을 따라 서울, 북경, 천진, 상해 등지로 옮겨 다니며 아버지 심부름을 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우리나라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고, 아버지가 순국하신 뒤 그 밀고자를 검거하는 일에 나섰다가 체포돼 10여 년의 옥고도 치르셨다. 해방 후 감찰위원회, 체신부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시다가 2005년에 별세하셨다.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으셨다. 이 책의 제목 <운명(運命)의 여신(餘燼)>이란 '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이라는 뜻이다.

우당 이회영(李會英)의 아드님 이규창 선생의 회고록 <운명(運命)의 여신(餘燼)> 포장지를 뜯자 잉크 냄새가 물씬 났다. 새 책을 노트북 앞에 두고 나는 샤워를 한 다음 두 손을 모아 기도를 드린 뒤 책장을 펼쳤다.

지난날 나는 운 좋게도 중국에 흩어진 일제강점기 시절의 '항일 유적지'를 네 차례나 두루 누빈 적이 있었다. 1차 때는 1999년이었고, 2차는 2000년, 3차는 2005년, 4차는 2009년이었다. 1·3차 때는 중국 동북(옛 만주)의 지린성 일대를 샅샅이 답사했다. 그때 느낀 감동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신흥무관학교가 빠지면 시쳇말로 '팥소 없는 찐빵', '고무줄 없는 팬티'라고 할 만큼 소중한 우리 독립전사들의 요람지였다.

그야말로 신흥무관학교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두고두고 길이 빛날 불멸의 소중한 유적지라는 걸 알게 됐다. 널리 알려진 바, 이 신흥무관학교는 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직후에 길림성 유하현 삼원포, 유하현 합니하 등에 세워진 무관학교였다.
 우당 이회영 선생
우당 이회영 선생 ⓒ 우당기념관

우당(友堂) 이회영(李會榮)은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의 11대 후손이다. 우당 집안은 8대 내리 판서를 배출한 삼한 갑족으로, 8대의 판서 중 6명의 영의정과 1명의 좌의정을 낸 명문이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일제의 강압으로 체결되려 하자 우당은 이동녕, 이상설 등과 함께 상소를 올리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일본과 내통한 일부 대신들이 이 조약을 맺었다. 그러자 우당의 아우 성재(省齋) 이시영(李始榮)은 그 항의 표시로 외부 교섭 국장 관직에서 물러났다.

우당 이회영은 외교적인 방법으로 더는 나라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독립기지를 세울 터를 물색하고자 이상설, 이동녕과 함께 만주로 갔다. 1910년 8월 마침내 나라가 완전히 일제에 넘어가자 그해 12월, 우당 6형제 가족 40여 명이 망명길에 올랐다.

우당 6형제(건영, 석영, 철영, 회영, 시영, 호영)가 가산을 모두 처분하여 마련한 당시 40만 냥은 모두 경학사 신흥무관학교 건립 등, 독립자금으로 쓰였다. - 박도 <항일유적 답사기>에서

 유하현 합니하 소재 신흥무관학교 옛 터로 포도밭과 벼논으로 변했다.
유하현 합니하 소재 신흥무관학교 옛 터로 포도밭과 벼논으로 변했다. ⓒ 박도

이 신흥무관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군 양성소로, 10년간 약 3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그들은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 승첩의 주역이 되었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항일 독립 전선에서 중추 역할을 했다. 이번 일조각에서 새로 발간한 <운명의 여신(餘燼)>은 모두 75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자다. 나는 뜨거운 마음으로 두꺼운 책을 보물처럼 한 장 한 장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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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의 소중한 기록으로, 모두 4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 유년기와 제2장 소년기는 저자가 당시 항일 운동의 구심점이었던 아버지 우당 이회영 선생 곁에서 직접 보고 들은 내용으로 구성됐다.

제3장 청년기에서는 남화한인청년동맹, 흑색공포단 등 아나키스트 독립운동의 최일선에서 저자가 활동하신 내용이다. 제4장 옥중기는 저자가 국내로 끌려와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13년형의 수감 생활 중 항일 전단을 만들다가 10개월의 형량이 추가되는 등 모진 옥살이를 겪은 내용이다. 그리하여 해방으로 풀려난 뒤, 악독한 왜경을 처단한 고난의 삶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
 유하현 고산자 신흥무관학교 옛터로 옥수수 밭으로 변했다.
유하현 고산자 신흥무관학교 옛터로 옥수수 밭으로 변했다. ⓒ 박도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광복 후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들이 단 한 번이라도 나라의 주역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랬더라면 친일 잔재 청산 문제 및 나라의 정체성, 그리고 역사 정의 면에서 보다 바른 나라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삼가 후손들의 분발과 건투를 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박도 페북에도 실립니다. 박도 기자는 광복회 고문입니다.


운명의 여신 - 타고 남은 운명의 불기운

이규창 (지은이), 일조각(2025)


#운명의#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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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 (parkdo45) 내방

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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