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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31 09:18최종 업데이트 26.03.31 09:18

내가 지옥을 견디는 방법

힘들 때 책을 읽으면 더욱 단단해진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몇 개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진행자가 되어 반강제로 시작해 5년째 이어오고 있는 모임이 있고, 자발적으로 구성해 4년째 하고 있는 모임이 있다. 그리고 동네 책방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모임, 역시 동네 책방에서 매번 새로운 구성원들을 모집해서 실시하는 게릴라성 독서모임 등 다양한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각 독서모임마다 특징이 있고 장단점이 있다. 독서모임은 매번 새로운 도전이다. 구성원이 달라지고 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같은 모임일 수 없다.

이제부터 하는 독서모임 이야기는 4년째 자발적으로 하는 모임에 관한 것이다. 자발적이라고는 해도, 구성원들 역시 다들 처음에는 모르는 사이여서 약간의 어색함과 거리감, 의무감을 가지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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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을 해본 사람은 공감할 테지만, 독서모임에서 구성원 간의 '거리'는 매우 중요하다. 내 경험에 의해 말한다면, 구성원들끼리 너무 멀어서도 안 되고, 너무 가까워도 곤란하다. 물론 모임이 끝나고 함께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모임 외의 시간에도 따로 만나서 문화 생활을 하는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 내 생각이 일반적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내 생각에는 '불가근불가원'이 가장 적당한 거리인 듯했다.

불가근불가원이라고는 했지만, 그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달에 한 번만 만나는 사이이니, 특별히 친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햇수로 4년째 접어드니 이제 서로의 직업이나 취미, 집안 사정 등은 얼추 알고 있다. 그것을 주제로 별도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해도 독서모임 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책을 읽느냐는 두 번째로 중요한 문제다.

각자의 지옥을 꺼내놓으면 우리는 조금 더 둥글고 정다워진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 독서모임 후 찍었습니다
각자의 지옥을 꺼내놓으면 우리는 조금 더 둥글고 정다워진다<내 마음이 지옥일 때> 독서모임 후 찍었습니다 ⓒ 도서출판 해냄
이번에 읽은 책은 심리 상담의사이자 저자로도 유명한 정혜신씨의 남편 이명수씨가 쓴 <내 마음이 지옥일 때>였다. 정혜신 이명수 부부는 세월호 유가족이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 사회적 재난을 겪은 이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 책은 어렵고 힘든 순간 힘이 될 만한 시를 발췌해서 여기에 저자의 생각과 위로의 메시지를 곁들인 책이다.

이 책을 본 순간, 이번 모임은 개인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독서모임에서 개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느 때는 득, 어느 때는 독이다. 내밀한 개인적 이야기를 털어놓는 순간 구성원들은 더욱 끈끈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게 지나치면 자칫 한탄과 넋두리 일색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그럴 때 진행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날 모임에서 우리는 각자 어느 지옥을 경험하는지, 그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내가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루틴이나 리추얼이 있는지에 대해서 각자 이야기했다. 우리는 각자 힘들었던 시간, 괴로웠던 경험, 방황했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지금은 희미하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경지가 되었지만 분명 암흑 같은 시간을 지나왔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누군가는 그 터널 속에서 빛이 비치기만을 기다리는지 모른다. 우리는 책 속의 시를 함께 골라 낭송했다. 가슴이 먹먹해져 말을 더 보태고 싶지 않은 시들이었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이윤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려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려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이하 생략)

내겐 작년에 몹시도 괴로운 일이 있었다. 책은 고사하고 평정심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만큼 혼란스러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무렵 나는 독서모임을 진행하기 위해서 <일리아스>를 읽어야만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나는 꾸역꾸역 한 줄씩 읽어 내려갔고, 어느 순간에는 책에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생의 운명은 기본적으로 힘든 것이라는, 우리 모두는 고난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이해하자 이상하게 오기 같은 용기가 생겼다. 그때 나는 힘들 때일수록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힘들 때 책을 읽으면 더욱 단단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지옥을 견디며 책을 읽는지도 모른다. 함께 만나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삶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누는 사이에, 내가 나만의 지옥에 몰두해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내 지옥과 너의 지옥이 만났을 때 그곳이 지옥이 아니게 되는 희한한 경험도 하게 된다. 함께 읽는 기쁨이자 안도감이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페이스북에도 게재합니다


#독서모임#내마음이지옥일때#이명수#정혜신#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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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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