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규모와 완성도라면, 어느 도시든 유치하려 할 것입니다. 문제는 역량이 아니라 환경입니다."
2일 오전 11시경 2026태안세계튤립꽃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세계튤립협회(World Tulip Society) 이보 굴센 회장은 태안세계튤립꽃박람회를 '한국 최고를 넘어 세계 정상급 축제'로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지역 행정과 인프라의 한계를 강하게 지적했다.
그의 진단은 분명했다. 태안은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지만,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세계튤립협회(World Tulip Society) 이보 굴센 회장 ⓒ 신문웅
굴센 회장은 태안 튤립 축제의 본질적 경쟁력으로 '사람의 힘'을 꼽았다.
"이 축제는 한 개인이나 한 조직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열정입니다."
특히 대형 튤립 모자이크와 이중 식재 방식 등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개화 시기를 조절해 관람 기간을 늘리는 방식은 지역 기후를 극복하기 위한 창의적 해법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평가를 넘어, 태안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짚었다.
가장 큰 문제는 행정과의 단절이다.
굴센 회장은 "전 세계 대부분의 성공적인 축제는 민간이 운영하고, 정부는 인프라를 지원하는 구조"라며 "태안은 이 연결고리가 약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인터뷰 과정에서 드러난 현장의 목소리는 더 직설적이다. 축제장 내 푸드트럭 운영조차 인허가 문제에 막히는 등 기본적인 행정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세계튤립협회(World Tulip Society) 이보 굴센 회장이 강항식 네이처월드 대표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신문웅
그는 이를 두고 "임시적으로 운영되는 축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행정"이라고 평가했다.
"축제는 1년 내내 운영되는 시설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연한 행정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한계로는 체류형 콘텐츠 부족을 꼽았다. 현재 태안 튤립 축제는 세계적 수준의 볼거리를 갖췄지만, 체류 시간을 늘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 구조에서는 방문객이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공연, 퍼레이드, 시장, 체험이 결합되면 하루 이상 머무는 관광지가 됩니다."
이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도시 전체를 관광 콘텐츠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튤립협회(World Tulip Society) 이보 굴센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네이처월드 강항식 대표 등과 간담회 이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신문웅
그는 터키 이스탄불과 미국 미시간 사례를 언급하며, 도시 전체가 꽃과 축제로 연결되는 구조를 강조했다. 국가나 지자체가 꽃을 공급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이 관광 경쟁력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태안 역시 '대한민국의 정원'이라는 비전을 현실로 만들려면, 개별 축제를 넘어 도시 단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굴센 회장은 특히 "꽃은 어디서나 심을 수 있지만, 도시의 정체성과 결합될 때 비로소 목적지가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경험 설계다.
"사람들은 꽃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꽃과 함께한 자신을 남기기 위해 옵니다."
사진 촬영, 체험, 참여형 콘텐츠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의미다. 이는 단순 전시 중심 축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로 읽힌다.
한국 튤립 산업에 대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튤립 구근만 연간 2,500만 개에 달하며, 인구 대비 소비량은 중국보다 4배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미 시장은 존재합니다. 이제는 산업으로 키울 단계입니다."

▲세계튤립협회(World Tulip Society) 이보 굴센 회장과 네이처월드 강항식 대표들과 박람회장을 살펴보고 있다 ⓒ 신문웅
인터뷰 말미,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꽃을 어떻게 경험하게 하느냐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콘텐츠를 갖춘 태안. 그러나 그 잠재력을 현실로 바꿀 마지막 퍼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문화가 달라도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튤립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언어입니다."
태안의 봄 그리고 튤립이 만들어 내는 풍경 속에서 그의 말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었다.
다음은 이보 굴센 회장과의 일문 일답
- 회장님,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제 이름은 이보 굴센(Ibo Gulsen)이며, 전 세계에서 꽃 전시와 관광 콘텐츠를 기획하는 네덜란드 디자인 회사 IGMPR의 창립자이다. 또한 저는 튤립 공원, 정원, 축제 간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세계튤립협회(World Tulip Society)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협회는 방문객 경험을 극대화하고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모범 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세계튤립서밋(WTS)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개요 및 활동 포함)
"세계튤립서밋은 2002년 시작 이후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11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10주년 기념 행사로, 아시아, 유럽, 북미 등지에서 원예, 관광, 마케팅 분야 전문가 100여 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컨퍼런스에서는 튤립 관광과 관련된 최신 트렌드와 기술을 공유하며, 특히 홍보와 국제 협력에 큰 비중을 둔다. 각국 대사 및 정부 관계자들도 초청되어 다양한 관광지의 사례를 배우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전 세계적으로 튤립은 매년 봄 수천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매우 큰 산업이다."
- 2026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를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태안세계튤립꽃박람회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튤립 축제이다. 한국의 봄을 경험한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또한 네이처월드 강항식 대표와 그의 팀과 협력하여 '튤립의 여정(Journey of the Tulip)'이라는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방문했다. 이 전시는 중앙아시아 산악지대에서 시작된 튤립이 서양으로 전해지며 어떻게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켰는지를 역사적으로 보여준다."
- 태안세계튤립꽃박람회의 강점은 무엇인가?
"매년 선보이는 대형 튤립 모자이크 디자인의 규모와 완성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는 다양한 품종을 테스트하고 철저한 계획을 통해서만 가능한 결과이다."

▲세계튤립협회(World Tulip Society) 이보 굴센 회장이 극찬한 모자이크 방식 식재. ⓒ 신문웅
- 태안세계튤립축제가 세계 5대 튤립 축제 선정 및 디자인상을 받은 배경은 무엇인가?
"태안은 한국 최고의 튤립 축제로 성장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모자이크 디자인이 뛰어니다. 하지만 진정한 이유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열정(Passion)이다. 태안은 성공뿐 아니라 어려움도 겪어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수준의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강항식 대표와 네이처월드 직원들이 이룬 매우 훌륭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 전 세계 튤립 품종은 얼마나 됩니까?
"등록된 품종은 6,000종 이상이며 현재 약 1,500종이 활발히 재배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매년 60억 개 이상의 튤립 구근을 생산하며 절반은 꽃 생산용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 한국에서 튤립 생산이 어려운 이유와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산업 형성의 핵심은 충분한 시장 수요이다. 일정 규모가 확보되어야 공급망이 구축된다. 따라서 축제와 같은 대중 홍보가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통해 가정과 정원에서 튤립 소비를 늘려야 한다."
- 한국 튤립 산업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 축제가 성장하면서 주차, 교통, 접근성 등 기반 시설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와의 협력이 필수다."

▲2026태안세계튤립꽃 박람회의 랜드마크 ⓒ 신문웅
- 한국 화훼 시장의 구조와 개선점은 무엇인가?
" 꽃과 정원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소비 문화 형성이 중요하다. 특별한 날뿐 아니라 집, 발코니, 사무실 등 일상 공간에서도 꽃을 즐기는 문화가 필요하다."
- 사계절 정원 조성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
" 계절별 기후를 고려한 운영 계획이 중요하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고 습하기 때문에 시설 설계가 중요하다. 또한 방문객이 최소 2시간 이상 머무를 수 있는 콘텐츠를 설계해야 한다. 방문자가 '무엇을 보고, 하고, 배우고, 느끼는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감성적 경험을 판매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튤립이 아니라 '튤립과 함께한 나'를 찍을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세계튤립협회(World Tulip Society) 이보 굴센 회장이 튤립 축재장을 살펴보고 있다 ⓒ 신문웅
- 세계튤립협회 이보 회장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 제 목표는 단 하나다. 사람들이 튤립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튤립이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을 연결해온 이야기를 계속 전하는 것이다. 문화가 달라도 꽃, 특히 튤립에 대한 사랑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감정이기 때문이다."
- 태안 튤립축제를 평가한다면?
"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방문객의 경험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는 단연 최고 수준의 튤립축제다. 열정과 팀워크가 매우 인상적이다."
- 세계적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 대형 모자이크와 이중 식재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 태안을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
"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튤립 축제를 직접 보기 위해서다. 또한 '튤립의 여정'을 통해 세계와 연결된 의미를 공유하고 싶었다."
- 태안이 보완해야 할 점은?
"행정 지원과 인프라다. 특히 교통, 접근성, 운영 유연성이 필요하다."
-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하려면?
" 공연, 퍼레이드, 시장 등 다양한 콘텐츠가 결합돼야 한다. 최소 하루 이상 머무는 구조가 필요하다."
-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만드는 방향은?
" 꽃과 도시 정체성을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목적지가 된다."
-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은?
" 한국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현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를 함께 체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 튤립 산업 전망은?
" 매우 긍정적이다. 이미 소비 시장은 형성돼 있으며, 이제 산업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튤립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언어다. 문화와 국경을 넘어 모두를 이어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