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 3.19 ⓒ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수도 베이루트를 포함한 레바논 전역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란 당국은 이로 인해 최소 254명의 사망자와 1165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여파로 3월 2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 시작된 이래 레바논이 입은 1일 최대 피해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10분 만에 1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며 이번 전쟁에서 레바논에 대한 군사 작전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의 공격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폭격을 받은 곳들에는 주로 헤즈볼라와 관련된 시설이 포함됐다고 주장했지만 뉴스 영상을 통해 많은 민간인과 민간 시설 피해 모습이 전해졌다.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격은 7일 미국과 이란 간 2주의 휴전이 발표된 지 몇 시간 후에 이뤄졌다. 휴전 합의가 발표된 후 레바논은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기대했고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헤즈볼라는 공격을 멈췄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레바논 국영 방송은 휴전 합의 발표 후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멈추지 않았고 이런 이유로 레바논군이 남부 지역 주민들에게 아직은 이스라엘군이 진군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한 직후 네타냐후 총리실은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레바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은 휴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 또한 8일 직접 사회관계망을 통해 2주 동안의 휴전에 "레바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맹폭이 있은 후 미국 공영방송인 PBS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은 "별개의 무력 충돌"이라면서 "헤즈볼라는 (휴전)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또한 기자들에게 "레바논은 휴전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재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레바논을 공격함으로써 휴전 합의를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자 파트너"라며 문제 제기를 일축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다른 목표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합의를 중재한 파키스탄이 밝힌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을 통해 휴전 합의 사실을 밝힌 후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레바논과 다른 지역을 포함한 모든 곳에 즉각적인 휴전"이라며 "즉각 발효"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휴전 합의 이후 레바논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함으로써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합의를 사실상 찬성하지 않으며 휴전과 상관없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레바논이 휴전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사실상 묵인한 건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불편한 심기를 달래려는 시도로 보인다.
휴전 발표 후 네타냐후 총리는 표면적으로 휴전을 지지하면서도 휴전이 이스라엘의 목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영상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완수해야 할 목표가 더 있다"면서 "합의를 통해서든 아니면 전투 재개를 통해서든 이 목표들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어느 때든 전투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가 언급한 전쟁의 목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불능화와 미사일 기지 제거 등을 통해 이란이 이스라엘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약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그에 따라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등 친이란 무장 세력에 대한 지원도 중단시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언급은 아직 이런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했음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정치 생명 달린 이란전쟁

▲)2026년 4월 8일 수요일, 레바논 베이루트 중심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붕괴된 건물 안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그런데 사실 네타냐후 총리에게 있어서 앞서 언급한 것들 못지않게 중요한 목표는 전쟁을 부패 혐의 재판 등으로 불안해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고 10월 선거에서의 승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계기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란 전쟁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인질 송환을 미루고 전쟁을 계속하면서 큰 지지를 얻지 못했던 가자지구 전쟁과는 달리 이란 전쟁에 대한 지지는 전쟁 첫 주에 유대인 유권자 사이에서 90%가 넘을 정도로 매우 높았고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이유로 레바논까지 전장을 확장시켰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번 기회에 친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의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을 제거한다는 것이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까지 투입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이는 전장 확대에 더해 레바논 남부 점령을 시도하고 헤즈볼라와 교전을 계속함으로써 전쟁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전쟁에 대한 지지가 자신과 리쿠드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게 하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합의 후에 레바논 공격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높은 지지를 얻는 전쟁을 지속하고 그 결과 자신의 불안한 정치적 입지는 물론 리쿠드당의 선거 승리 또한 견인해 내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런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합의는 전혀 달갑지 않은 일이다. 거기에 더해 휴전 합의에서 이스라엘이 배제된 데 대한 야당의 공격 또한 이미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는 이를 "이스라엘 역사상 없었던 정치적 재난"이라면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결정을 하는 자리에 이스라엘은 앉지조차 못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는 정치적으로, 전략적으로 실패했고 자신이 천명한 어떤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이스라엘 정책 위원장인 쉬라 에프론은 BBC에 "네타냐후는 이번 군사 작전이 이란의 이슬람 정권을 종식시키고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존재적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정권이 건재하면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점 또한 네타냐후 총리의 계획에서 벗어난 것이고 동시에 전쟁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휴전 합의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불만과 불안, 그리고 이를 상쇄하기 위한 레바논에 대한 지속적 공격은 당장 이번 주말에 파키스탄에서 열릴 예정인 미국과 이란과의 휴전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란이 레바논 공격에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국영방송인 IRIB는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가 "만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계속하면 후회하게 만드는 대응을 할 것"임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또다른 국영방송인 IRNA 또한 혁명수비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자랑스런 헤즈볼라에 대한 모든 공격은 이란에 대한 공격"임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이제 전쟁 종식과 지속이라는 다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문제는 네타냐후 총리의 목표가 휴전 합의 이행은 물론 종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조금이라도 휴전 합의를 깨는 조짐을 보이면 이를 빌미로 자신이 말한 것처럼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재개할 수도 있다. 결국 합의된 휴전이 잘 이행되고 종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네타냐후의 행동을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