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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원하는 일이 있는데 두려워서 시작을 망설이는 2030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정의할 때 명사를 사용합니다. '전문가', '팀장', '박사' 같은 직책처럼요. 하지만 10년 동안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대륙을 사랑해 온 이정화씨는 이런 고정된 명사 속에 갇히기를 거부합니다. 자신을 전문가라 칭하는 대신, '아프리카 덕후'라고 소개하죠. 하나의 명사와 타이틀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하면서 살아온 흔적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화씨는 아프리카가 가진 힘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여행사에서 일하며 아프리카로 사람들을 인솔하고 현지에서의 다채로운 경험과 지식을 글로 풀어 책 두 권을 펴냈습니다. 강연과 연구를 통해 아프리카 이야기를 한국 사회에 꾸준히 전하고 있어요. 341권의 아프리카 관련 도서를 포함해 25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기록할 만큼 기록에 진심이기도 하고요.

비사이드 클럽은 지난 8일, '아프리카를 만나면 세상이 거꾸로 보인다'는 정화씨를 만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삐딱하지만 다정한 질문들을 건넸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일로 시작한 '책에서 아프리카 찾기'

 가나에서의 1년 이정화 씨가 마을 청년의 오토바이를 타고 건넌 토고와 베냉의 시골 국경
가나에서의 1년 이정화 씨가 마을 청년의 오토바이를 타고 건넌 토고와 베냉의 시골 국경 ⓒ 이정화

-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첫 계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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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첫 계기는 '우연히' 가나로 간 것이었어요. 물론 그 전부터 여러 길에 대한 고민은 했었죠. 대학에서 국제학을 전공했지만,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 중심의 이야기를 주로 배웠거든요. 저는 주어진 걸 그냥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고, 어머니의 권유로 졸업 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도 했어요.

대학 졸업 후 막연히 국제, 관광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코이카 인턴 공고가 떠서 큰 고민 없이 지원했어요. 친언니가 먼저 에티오피아에서 봉사 활동 중이라 아프리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았어요. 관광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동아프리카 나라로 지원했지만, 당시 에볼라 여파 등으로 인기가 없던 서아프리카 '가나'로 발령 받았어요. 두려움보다는 해외로 갈 수 있는 기회다 싶어서 갔던 것 같아요."

- 가나에서 보낸 1년과 그 이후는 정화님에게 어떤 시간이었나요?

"직원 분들, 현지 한인 분들과 화목하게 지내며 주말마다 지방 여행을 다녔어요. 현지 직원들이 '네가 나보다 가나를 더 많이 여행했을 거야!'라고 할 정도로요. 그만큼 그곳의 삶과 공간을 깊이 경험하려고 했습니다. 그때 얻은 자신감으로 인턴이 끝나고 서아프리카 11개국을 혼자 여행했어요.

특히 토고와 베냉이라는 나라의 국경을 넘은 게 가장 인상 깊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초원을 달리는데 국경을 넘어왔다는 거예요. 관공서도 없고, 여권을 확인하는 사람도 없는 걸 보며 '경계'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인지 실감했어요.

절대적인 것처럼 받아들인 국경 역시 사실은 서양의 역사적, 정치적 필요와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한국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국경을 굉장히 견고하게 인식하고 있잖아요. 어떤 곳에서는 국경이 훨씬 유연하게 작동하기도 한다는 걸 깨달은 거죠."

 캡쳐 화면 아프리카를 테마로 다양한 도서 리뷰와 지식을 공유하는 이정화 씨의 블로그 <아프리카 책방>
캡쳐 화면 아프리카를 테마로 다양한 도서 리뷰와 지식을 공유하는 이정화 씨의 블로그 <아프리카 책방> ⓒ 이정화

- 코이카 인턴이라는 개발 협력으로 아프리카와 처음 인연을 맺으셨잖아요. 그런데 개발 협력 말고 관광업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가나 파견을 하러 갔던 2015년은 국제개발 협력이 하나의 업계 정체성으로 형성되던 과도기였어요. 그래서 그때는 '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한다'는 감각이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가나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바꿔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게 불편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귀국 후에는 원래 관심 있던 관광 분야에서 기회를 얻어, 아프리카 상품을 처음 만드는 여행사에서 기획, 홍보, 인솔까지 맡았습니다. 아프리카에 대한 집필, 강의 등 각종 활동도 이어갔고요.

제가 하는 일이 '개발 협력' 분야와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진 않아요. 좁은 의미에서 말하는 현재의 개발 협력은 어느 정도 위계를 가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업계의 과업을 위해서는 단순한 경제 기준으로 우리 것을 나누고 가르쳐야 하고, 상대는 받고 배워야 하는 상태인 거죠. 하지만 관광업이든, 기타 아프리카와 관련된 저의 활동이든 서로의 '개발' 또는 '계발'에 도움이 되어 협력할 수 있다면 그것이 넓은 의미의 개발 협력 활동이 아닌가 싶어요."

- 아프리카 인솔 일을 하면서 어떻게 정화 씨만의 강점을 만들어가셨나요?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를 알리고 인솔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뭘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현장 경험도 중요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건 '책 읽기'더라고요. 블로그에 '책에서 아프리카 찾기'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341권 정도의 기록을 남겼는데, 아마 국내에서 아프리카 관련 단행본을 저만큼 읽고 아카이빙한 사람은 손에 꼽힐 거예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마음먹었으면 못 했을 거예요. '내가 책을 좋아하니까 이걸로 더 공부해 볼까? 글쓰기도 좋아하니 기록을 남겨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게 결국 <있는 그대로 가나>(2021년 9월 출간), <생각보다 가까운 아프리카>(2023년 7월 출간), 외교부 산하 기관 한-아프리카 재단의 간행물인 <이야기로 만나는 아프리카> 시리즈 집필 같은 출판 프로젝트로 이어지더라고요."

뚜벅뚜벅, '그냥' 하는 것

 '아프리카를 만나면 세상이 거꾸로 보인다' 강의를 하고 있는 이정화씨.
'아프리카를 만나면 세상이 거꾸로 보인다' 강의를 하고 있는 이정화씨. ⓒ 이정화

- 아프리카를 연구하고 알리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어떤 일을 이루겠다는 건 너무 성취 지향적인 언어 같아요. 야망이 없는데 사회 분위기에 따라 가야 하는 것, 혹은 가졌다고 꾸며내 말하는 것도 일종의 강요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생각해 본다면, 제 목표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성실하게 살아가는 거예요.

저는 우리 사회가 '의미 중독'에 빠져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는 청년들의 생존에 관심이 많은데, 사회가 자꾸 20대에게 뭔가를 해야 한다고 쪼잖아요. 하지만 미래의 목표만 세우면 현재는 불안해지기 마련이에요. 저도 '책 2000권을 언제 다 읽나'라고 생각했으면 아무것도 못 했을 거예요. 그냥 책을 좋아하니까 읽고, 읽었으니까 쓴 거죠. 그렇게 '그냥' 하는 것들이 쌓여서 각자의 이야기를 만든다고 믿어요.

저 역시 과거를 돌아보면, 그냥 그때그때 헤매다가, 또 길을 찾다가, '이게 아닌가?' 싶었다가, 하라는 걸 열심히 했다가, 연결되지 않는 듯 했다가... 우연히 방향을 찾고 제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인 꾸준함으로 시간을 쌓아왔을 뿐이에요. 그래서 지금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나 방향도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다기 보다, 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나중에 의미를 갖게 된 것에 가까워요. 뚜벅뚜벅 그냥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 아프리카를 공부하며 한국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전하고 싶어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양의 시각을 보편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는데, 그것만이 답은 아니거든요. 당연하게 여겨온 삶의 기준이나 사회 모습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상상해 보자는 거죠. 제가 '아프리카를 만나면 세상이 거꾸로 보인다'라고 하는 건 결국 세상이 입체로 보인다는 의미예요.

그래서 저는 아프리카를 통해 어떤 정답을 배우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기준을 낯설게 만드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양도 아프리카도 아닌, 우리의 위치에 제대로 서자는 의미죠. 그래야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가능성과 한계를 발견할 수 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를 마치며 정화씨가 가장 좋아한다는 단어, '뚜벅뚜벅'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특별한 계기나 확신이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화씨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한 걸음씩 내디뎠더니 '길이 생겼다'는 말이 좋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뜬금없는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25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기록한 꾸준함이 모여 정화님만의 독보적인 서사가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거창한 계획이 없더라도 괜찮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아주 작은 한 걸음만 내딛어도 충분해요. 준비가 덜 됐어도 괜찮아요. 정화씨가 그랬던 것처럼 뚜벅뚜벅 오늘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스타그램 @bside_seoul에도 실립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아프리카#나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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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담이 아닌 시작담

사람과 사회의 관계를 관찰하는 문화기획자. 북극성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궤도를 그린 사람을 인터뷰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은 사람의 생애 경험을 콘텐츠로 풀어냅니다. 로컬과 노인, 사회복지 현장의 목소리를 엮어 세대와 공동체의 존엄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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