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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서산시 석남동에 사는 신준섭·임민경 부부 가족
충남 서산시 석남동에 사는 신준섭·임민경 부부 가족 ⓒ 신준섭

한집에 살아도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화면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일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가족 해체와 갈등은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럴수록 가족을 다시 하나로 묶어주는 작은 연결의 힘이 더욱 절실해진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땀 흘리고, 서로를 격려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시간. 충남 서산시 석남동의 한 가족은 태권도를 통해 그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먼저 시작한 운동은 어느새 부모에게도 스며들었고, 이제는 가족을 잇는 공통의 언어가 됐다.

"같은 땀 흘리며 대화 늘고 서로 이해하는 태권도, 이제 우리 가족을 잇는 공통의 언어가 됐어요."

이 말은 충남 서산시 석남동에 사는 신준섭·임민경 가족의 이야기다. 이들에게 태권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아이들이 먼저 시작한 태권도는 어느새 부모의 일상에도 스며들었고, 이제는 가족 모두를 하나로 잇는 삶의 방식이 됐다. 아빠 신준섭씨와 엄마 임민경씨, 첫째 신유민군, 둘째 신해민군, 셋째 신소민양까지 온 가족이 함께 도복을 입고 땀 흘리며 같은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먼저, 부모가 뒤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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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그들의 집에서 만난 이 가족은 태권도를 한마디로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함께 도복을 입고 도장에 서는 일은 단순히 운동을 배우는 차원을 넘어, 가족이 더 많이 대화하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온 가족이 함께 태권도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출발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먼저 도장에 다니기 시작했고, 부모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도장에 성인 수련 시간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가족의 선택도 달라졌다.

임민경씨는 "온 가족이 같은 운동을 하면 이야기거리도 더 많이 생기고, 더 화목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이는 첫째 신유민군이다. 햇수로 4년째 수련 중인 유민군은 지금도 가장 꾸준하고 열정적으로 태권도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6월에는 1단 승단 심사도 앞두고 있다. 가족 역시 "처음에도 가장 적극적이었고, 지금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수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말에 가족 모두가 나가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주말에 가족 모두가 나가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 신준섭

함께하는 운동, 가족의 대화를 늘리다

이 가족이 태권도를 하며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대화의 시간'이 늘었다는 점이다. 같은 운동을 함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하루를 묻게 되고, 수련과 심사, 대회 준비 과정이 일상의 대화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태권도 이야기가 오간다. 어떤 동작을 익혔는지, 심사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대회를 앞두고 무엇을 연습하는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야기할 것이 정말 많아졌어요."

태권도는 이 가족에게 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기부에 참여하며, 대회에 나설 때는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도 느낀다. 가족이 함께 땀 흘리는 시간이 쌓이면서, 일상 속에 새로운 추억과 공감의 순간도 함께 늘어났다.

물론 온 가족이 같은 운동을 한다는 것이 마냥 쉽기만 한 일은 아니다. 정통 태권도를 수련하는 만큼 땀도 많이 흘리고, 그만큼 손이 가는 일도 많다.

"도복을 매일 기본 4벌씩 세탁해야 할 만큼 하루하루 흘리는 땀의 양이 정말 많아요. 가족 모두의 시간을 맞춰 수련하다 보면 가끔은 개인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죠."

그럼에도 가족이 태권도를 계속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함께 수련하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과 변화가 그 수고를 충분히 넘어선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빠 신준섭씨는 말했다.

"아들들과 태권도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도 하면서 더 가까워졌어요. 때로는 아들들에게 배우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이 너무 좋아요."

요즘은 막내 신소민양이 아버지의 수련 시간에 함께 와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도장이 단지 운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의 일상이 이어지는 장소가 된 셈이다.

임민경씨에게도 태권도는 각별한 의미를 남겼다.

"누구누구의 엄마가 아닌, 제 자신을 다시 찾은 느낌이예요. 체력이 좋아졌고, 아침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게 됐으며, 이제는 지도자 과정까지 밟아보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답니다. 운동을 통해 가족 안에서의 역할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는 데서 의미가 커요."

서로를 응원하며 더 단단해진 가족

아이들 역시 부모가 함께 태권도를 배우는 일을 반기고 있다. 자신들이 먼저 배운 동작을 부모에게 알려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가족 분위기가 더 밝고 화목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가족은 서로의 동작을 봐주고, 먼저 배운 사람이 나중에 시작한 가족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심사나 대회를 앞두고는 응원도 아끼지 않는다. 함께 배우고 함께 격려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태권도는 이 가족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통의 언어'가 됐다.

신준섭씨는 태권도를 하며 가족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순간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다리를 찢는 아내를 보고 놀랐고, 아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또 한 번 놀랐다. 큰아들 신유민군은 배운 내용을 잘 기억해 가족에게 설명해 줄 만큼 암기력이 좋았고, 둘째 신해민군은 심사에서 질문에 또박또박 답해 가족을 놀라게 했다. 반복되는 수련 속에서도 어느 순간 눈에 띄게 성장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족 중 의외의 실력자로는 막내 신소민양이 꼽혔다. 현재 ITF 태권도 최연소 수련자인 소민양은 47개월이다. 처음에는 1시간 수업을 집중해서 따라가기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가족은 "자기도 빨리 승급해서 띠에 이름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의욕이 크다"고 전했다.

 2025 올해의 수련자상을 수상한 임민경씨(오른쪽 첫번째)
2025 올해의 수련자상을 수상한 임민경씨(오른쪽 첫번째) ⓒ 임민경

임민경씨는 태권도를 하며 쌓인 시간 하나하나를 소중한 기억으로 떠올렸다. 첫 심사를 앞두고는 많이 긴장했고,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면서도 여러 차례 아쉬운 실수를 경험했다. 그러나 최근 대회에서는 다섯 번의 도전 끝에 금메달을 따냈다. 임씨는 "힘들고 떨렸던 시간들도 지나고 보니 모두 값진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열리는 연말 수련도 잊지 못할 시간으로 꼽았다. 전체 수련자들이 함께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며 1000번 찌르기를 하는데, 힘든 만큼 더욱 깊이 남는 수련이라는 것이다.

지난 11일 태권도 창립 71주년 기념 수련에서는 4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틀을 수련한 경험도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고 했다. 외국 사범이 도장을 찾아 각 나라의 방식으로 수련을 이끌 때마다 같은 태권도 안에서도 또 다른 배움을 얻게 된다는 점 역시 큰 매력으로 꼽았다.

해체의 시대, 함께 운동하며 성장하는 삶의 방식

요즘은 가족이 한집에 살아도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화면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낯설지 않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는 줄고, 서로의 하루를 깊이 들여다볼 기회도 점점 적어지고 있다. 함께 밥을 먹는 시간조차 맞추기 어려운 시대에, 가족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경험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신준섭·임민경 가족에게 태권도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같은 도복을 입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같은 땀을 흘리는 경험은, 이 가족을 다시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서게 만들었다. 운동은 몸을 단련하지만, 함께하는 운동은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 가족은 일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가족은 "함께하는 운동이 곧 함께 성장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는 부모의 노력을 보며 배우고, 부모는 아이의 도전을 이해하게 된다. 예의와 인내, 극기와 존중 같은 가치도 말로 가르치기보다 함께 수련하며 몸으로 익히게 된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반복 속에서 어느새 삶의 태도까지 바꾸는 훈련이 됐다.

하루 한 시간, 혹은 주말 한 시간이라도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는 시간. 신준섭·임민경 가족은 그 시간이 가족의 분위기를 바꾸고, 서로를 이해하는 힘을 키운다고 믿고 있었다. 해체와 단절의 이야기가 익숙한 시대지만, 서산 석남동의 이 가족은 함께 움직이며 다시 하나가 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태권도#가족태권도#가족운동#다둥이가족#서산태권도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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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향 한서대학교 평생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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