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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내 최대의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 대구 비슬산에 다녀왔습니다. 축제 기간에 주말이라 최대한 인파를 피해보려고 대전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람이 너무 많아 (진달래 군락지로 직행하는) 셔틀버스 타는 건 포기하고, 걸어서 비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오른 후 능선을 따라 한참을 돌아 꽃을 보러 갔습니다.
해발 1084m 천왕봉까지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길이라 꽤 힘들었습니다. 전날 비가 와서 습도가 꽤 높았고,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1시간 정도 올랐을까 싶을 때 천왕봉 뒤편 저멀리 분홍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참꽃(진달래) 군락지가 눈에 들어오자 다리에 힘이 생겼습니다.

▲멀리서 바라본 참꽃 군락지대구 비슬산 천왕봉(1,084m) 오르는 길, 멀리 남쪽으로 참꽃(진달래) 숲이 보입니다. ⓒ 신정섭
하늘은 파랗고, 오른쪽에서 들어와 앉은 운해(雲海)가 일품이었습니다. 조금 더 쉬고 싶었으나, 조금이라도 빨리 진달래 숲을 보고 싶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며 드디어 천왕봉에 올랐는데,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하마터면 발을 헛디딜 뻔했습니다. 진달래 군락지가 가까이 다가왔는데 나도 모르게 절로 감탄이 나온 탓입니다.

▲진달래 꽃대궐비슬산 전체가 분홍 양탄자를 덮어 놓은 듯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 신정섭
산 전체가 붉게 물든 모습이 말 그대로 장관이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문득, <고향의 봄> 동요에 나오는 '꽃대궐'이 떠올랐죠. 이원수가 쓴 동요 <고향의 봄>의 창작 배경지는 경남 창원의 천주산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대구 비슬산의 진달래 군락지도 '꽃대궐(flower palace)'이라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이 바로 코앞에 보였으니까요.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진달래 숲은 바지 가랑이를 자꾸 붙잡았습니다. 상춘객들은 여기저기서 탄성을 지르고,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저도 '이건 꼭 기록으로 남겨야 해!' 이런 생각이 들어 사진도 찍고, 짧게나마 파노라마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물론, 그 어떤 사진과 영상도 눈을 통해 가슴에 남은 생생한 기억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지금 다시 재생해도 그 때 받은 감동이 잊히지 않습니다.
▲참꽃 군락지 파노라마
비슬산 진달래 숲을 파노라마로 보여드리기 위해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정말 굉장하죠? 신정섭
사월이 가기 전에 비슬산 진달래 숲에 한 번 다녀오시기를 추천합니다. '체력이 약해 갈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드신다면, 비슬산 유스호스텔 근처에서 (참꽃 군락지와 아주 가까운) 대견사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시면 됩니다. 18일(토)은 축제 기간이라 매우 혼잡했지만, 다음 주 평일에는 수월하게 이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철쭉과 진달래의 차이
마지막으로, 철쭉과 진달래를 헷갈려 하는 분들이 많아 제가 쉽게 구분하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철쭉과 진달래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파리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철쭉은 초록 잎이 난 후, 또는 동시에 꽃이 핍니다. 진달래는 꽃이 진 후에 잎이 나고요. 꽃은 활짝 피었는데 잎이 없다면 진달래입니다.

▲철쭉과 진달래의 차이철쭉은 보통 꽃이 잎과 같이 나오고, 진달래는 꽃이 지고나서 잎이 납니다. 또한, 철쭉은 꽃잎에 넓고 짙은 반점이 있고, 진달래는 반점이 없거나 옅게 나타납니다. ⓒ 신정섭
철쭉과 진달래는 꽃잎의 생김새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철쭉 꽃잎에는 상대적으로 넓게 퍼진 짙은 색의 반점이 있습니다.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꿀을 분비하는 꿀샘, 또는 밀선(蜜腺)이라고 합니다. 진달래 꽃잎에는 밀선이 없거나, 있더라도 철쭉보다 좁게 분포하고 옅습니다. 또한, 철쭉은 꽃받침이 있는데 진달래는 꽃받침이 없습니다. 어때요, 알아보기 쉽죠?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앞으로 봄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요?" 더 늦기 전에, '꽃대궐'에 한 번 다녀오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