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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완산칠봉꽃동산 겹벚꽃과 영산홍으로 가득찬 꽃동산
전주완산칠봉꽃동산겹벚꽃과 영산홍으로 가득찬 꽃동산 ⓒ 박향숙

전주의 사월 봄 기운은 완연하게 꽃과 사람 속에 들어앉아 있었다. 지난 18일부터 19일, 전주전통문화연수원과 한옥마을 일대에서 시(詩)와 기록의 향기가 가득했던 '전주 문화여행'에 참석했다. 이번 여행은 온라인 줌(Zoom) 공간에서 시 낭독을 나누던 사람들이 화면 밖으로 나온 만남이었다. 한국 서정시의 대가 김영랑 시인의 세계를 직접 낭독으로 호흡하고 더불어 전주 한옥마을을 탐방 하는 특별한 여행이었다.

여행 첫째 날, 도착하자마자 전통문화연수원에서 선비의 예를 배우고 '향사례(활 쏘기)'체험을 했다. 이곳은 선비문화를 배울 수 있는 대표적인 전통문화체험공간이다. '사상견례(선비가 선비를 만나는 의례)', '향음주례(선비들이 술을 마시는 의례)', '향사례(선비들이 활을 쏘는 의례)'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회원들이 모두 선비처럼 노란색 도포와 갓을 쓰고 나니 단번에 양반으로 신분 상승했다. 봄날 노란 개나리보다 더 화사한 봄빛 미소로 서로의 양반 등극을 축하했다.

먼저 문화연수원 원장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선비들이 상대방을 만났을 때, 그들의 지위에 따라 인사하는 법이 다름을 배웠다. 의관이 정제되니, 회원들의 말과 행동 역시 이내 정결해졌다. 곧 이어진 '향사례' 체험. 서양 양궁과 달리, 과녁에 맞히기만 하면 동일하게 득점하는 전통 활 쏘기. 회원들의 활 쏘기 명중에 맞춰 연달아 이어지는 북 소리. 모두 어린아이처럼 즐기며 전통 한옥의 미를 체감한 잔치 마당이었다.

전주전통문화체험관에서 예를 배우다 선비복장의 도포와 갓을 쓰고 선비들의 인사법을 듣다
전주전통문화체험관에서 예를 배우다선비복장의 도포와 갓을 쓰고 선비들의 인사법을 듣다 ⓒ 박향숙

이어서 전주 한옥마을의 구석구석을 걸었던 시간. 은행나무가 아름다운 전주향교, 마을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오목대'를 지나,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 시조 시인 가람 이병기 가옥과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가 모셔져 있는 전동성당에까지 전주의 역사적 층위를 넘나드는 탐방이었다. 영광스럽게도 이 길에는 전주한옥마을 형성에 리더였던 이종민 교수(현 완주인문학당대표)과 김사인 시인의 전주 깊이 바라보기 해설까지 동행하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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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이 되자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김영랑시인의 시 강독회'가 열렸다. 평소 온라인으로 4시간 이상씩 시를 낭독해온 회원들이 고즈넉한 한옥의 지붕 아래 모여 한 가족이 되었다. 김사인 시인의 깊이 있는 해설과 함께 김영랑 시인의 시 53편을 회원들이 차례로 낭독했다.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비롯한 시 낭독은 한옥의 정취와 어우러지고 회원들에게 잊지 못할 아름다운 4월의 서정을 선사했다.

여행 둘째 날은 기록 문화의 정점, 전주의 '책 문화'와 '봄꽃 동산'에 취한 날이었다. 전국 최고의 '책 문화도시'로 알려진 전주. 책과 글을 대하는 전주의 면모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크고 작은 도서관들이 시민의 곁에서 함께 호흡하고,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의 즐거움인 전주의 책문화 사랑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방문한 전주 완산 도서관 해설자는 말하길, 전주의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책 읽기 공간 제공 뿐 만이 아니라 글쓰기를 희망하는 예비 작가를 위한 지원 사업, 직접 책을 출판해보는 체험에 이르기까지, 올인원(All-in-one) 도서관 문화 시스템 구축을 지향한다고 했다.

전주 도서관의 여러 사업 얘기를 들으면서 내심 부러웠지만 군산에도 20여 개의 도서관이 있고, '희망도서대출'이라는 시민에게 혜택을 주는 도서관 사업이 있음을 말해주었다. 또한 최근에는 군산 북페어까지 전국적 호응을 얻고 있어 동네책방을 하는 주인으로서 우리 군산도 전주 못지않게 책 문화 리더지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다만 전주의 행정 리더가 '글과 책 문화'를 향한 전주 도시의 마음을 알아듣고 대대적인 문화 형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례가 귀에 들어왔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어서 곧 있을 지방선거, 군산의 미래시장에게 전주의 사례를 본보기로 군산도 책과 도서관 문화가 주요 관심사로 기억되길 강력하게 전하고 싶다.

전주동학농민혁명 추모관, 녹두관방문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를 안장했다는 설명-이종민교수
전주동학농민혁명 추모관, 녹두관방문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를 안장했다는 설명-이종민교수 ⓒ 박향숙

이어서 방문한 곳은 완산도서관 옆에 있는 동학혁명관 녹두관이었다. 마침 방문한 날이 4.19혁명일 이기도 해서 동학혁명으로부터 내려온 근대사의 아픔과 정신을 되새기는 엄숙한 시간이었다.
녹두관 입구에는 박홍규 화가의 '동학무명농민군'이라는 설치작품과 안도현 시인의 데뷔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의 한 구절이 쓰여있었다.

들꽃들아 그 날이 오면
흰 무명 띠 머리에 두르고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당시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이셨던 이종민 교수께서 녹두관의 전시물들을 직접 설명해주셨다.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격전지였던 완산전투지 역사현장의 '동학농민혁명 추모공간'에서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 안장식이 거행(2019년 6월)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무려 125년 만의 영면이었다고 했다. 동학혁명 후 한 세기가 지나도록 편히 쉬지 못했던 동학농민군 영령이 후손들의 손으로 전주 땅에 잠들게 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지역에 동학혁명 역사의 현장과 후손들의 뜻 깊은 추모식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고인을 향한 묵념의 시간으로 마음의 빚을 대신했다.

여행의 마무리는 봄의 절정을 알리는 완산칠봉 꽃 마당 산책이었다. 울긋불긋 흐드러지게 핀 겹벚꽃과 영산홍들 사이를 거닐며 회원들은 1박 2일간의 문학적, 역사적 사유를 정리하는 시간이 가졌다. 이번 전주 문화여행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나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은 특별한 여행이었다. 근대문학과 시인의 어깨 위에 서서 현대의 펜을 들고 시와 글을 쓰고자 하는 회원들이 직접 근대의 시와 문학과 역사를 배웠다. 또한 전주 고유의 문화 현장을 다니면서 천년도시 '전주만이 가진 숨결'을 느꼈고, 진정 살아있는 인문학의 장을 체험한 귀한 시간이었다.

#전주한옥마을#전주동학혁명관녹두관#전주완산도서관#전주향교#전주경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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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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