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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20 15:10최종 업데이트 26.04.20 15:10

넘길 때마다 코끝이 찡, '장애인의 날'에 일독을 권합니다

[서평]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지하철 자리가 생기면 얼른 가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아이, 밥을 먹고 나면 입 주변에 먹은 흔적을 잔뜩 묻히는 아이, 화장실 가서 거울 보고 얼굴 좀 닦고 나오라 하면 물만 묻히고 입 주변은 벌겋게 그대로인 아이"
"화장실 다녀와서 바지를 야무지게 올리지 못해 엉덩이가 반쯤 보이는 아이, 바지를 앞뒤 바꿔 입거나 신발은 발을 바꾸어 신을 확률이 절반은 되는 아이, 발음이 불분명하여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힘든데 혼잣말은 많이 하는 아이,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반듯하게 걷기 어려운 아이 등등" (147쪽)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책을 낸 박현경 작가가 자신의 장애 아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열거한 것이다. 원해서 장애인이 된 사람은 없다는 그는 "장애는 극복할 일이 아니다. 미안할 일도, 노력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잘 해석해야 하는 일이다" 라고 말했다.

 박현경 작가의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박현경 작가의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 이혁진

장애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의 하루하루 삶이 버겁다. 책은 장애 아들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놓지 않는 어머니의 30여 년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태어나 4개월도 안된 아이가 예방주사를 맞다가 뇌병변 질환에 걸린다. 중환자실 간호로 7년 근무한 작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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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손상으로 근육이 경직되고 언어장애까지 있는 아들과 매일 사투를 벌이다시피 지내는 삶은 처절하다. 기막힌 사연들이 책 전반에 가득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코끝이 찡하고 어떨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 흘렀다.

저자는 장애 아들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솔직한 마음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는 주체적인 삶에도 적극적이다. 아들을 돌보면서 '음악치료사'에 도전해 20년간 활동하고 있다. '줌바댄스'도 오래 했다. 그는 운동이 자식을 지키기 위한 투자이며, 체력이 정신력을 이긴다고 믿고 있다.

"엄마가 건강해야 장애 자녀를 이해할 수 있고, 야단치지 않으면서 제대로 돌볼 수 있다. 그래서 운동을 한다. 운동은 내가 품위 있게 살기 위한 방편이다. 운동은 나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고 예의다. 지킬 것이 있는 자는 강하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나는 병들고 약해지면 안 된다. 그러므로 아이를 집에 두고 운동하러 나가는 건 아이를 방치하는 게 아니라 내 몸에 적금을 붓는 일이다."(176쪽)

아무리 힘들고 바빠도 글을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며 글이 일상이라는 대목은 암 환자로 일상을 기록하며 치유하는 나로서도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다.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로 삶의 질이 달라졌다. 불편하고 불안해서 글을 썼고 글에다 불평과 불만을 다 쏟아놓았더니 어깨를 짓누르던 돌덩이가 치워졌다. 그리고 마음속 앙금이 풀려 말랑말랑해졌다. 이제는 글쓰기가 밥 먹고 양치질하듯 일상이 되었다." (172쪽)

'딱 하루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꼭지는 헬렌켈러의 책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이 연상됐다. 저자는 하루 동안 30세 장애 아이를 키울 때까지 후회 없는 삶을 회고하며 그간 함께 한 세월을 기록한 이 책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상 유언장'을 남기며 가족들의 화목을 기원하고 있다. 이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어 먼 훗날 장애 아이를 두고도 마음 편하게 하늘나라로 떠날 수 있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225~226쪽).

책을 덮으며 지은이가 자주 보는 발달장애인 성악가로 구성된 '미라클 앙상블' 유튜브를 시청했다. 영상들은 편견과 달리 노래하는 기적을 연출하고 있다. 저자도 아들의 이런 날을 기원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희망과 기적을 나도 응원할 것이다.

한편, 책을 읽으면서 장애인을 보는 내 눈높이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다. 과연 진정으로 배려와 존중으로 이들을 생각하고 대했는지 말이다. 다시금 장애가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기로 다짐했다. 지은이는 장애 아들 덕분에 책까지 썼다고 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책은 사랑이 진정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하는 감동의 서사로, 일독을 권하고 싶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함께 차별 없이 사랑받고 보호돼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 먼 훗날 장애 아이가 혼자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길 꿈꾸며

박현경 (지은이), 설렘(SEOLREM)(2024)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장애인의날#박현경#어느날갑자기내아이가장애인이되었습니다#발달장애인#미러클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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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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