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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담산 자락을 배경으로 자리한 김포 운양동 모담도서관 마당 ⓒ 김지영
김포시 운양동에 자리한 모담도서관.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이 도서관이 가진 특별함 때문이다. 김포골드라인 운양역에서 걸어서 6~7분. 산과 도심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지점에 자리 잡은 이곳은 김포의 대표적인 문화공간 중 하나다.
나지막한 모담산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어느 층에서 창밖을 바라보든 숲과 하늘이 한 화면처럼 들어온다. 도심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 좋은 장소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은은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친다. 1층에 자리한 작은 카페 앞에는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조용히 줄을 서 있다. 커피를 주문하러 왔다가 진열된 책들에 발걸음이 묶이는 시민들도 종종 보인다.
나 역시 그랬다. 커피를 받아 든 두 손이 괜히 공손해진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 때문일까. 모담도서관의 내부 구성은 일반 도서관과는 조금 다르다.
2층에는 책 대신 LP와 CD가 서가를 채운 청음 공간이 마련돼 있다. 책등이 꽂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오래된 음반 재킷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포크, 재즈, 가요, 영화음악 등 장르별로 정리된 음반들이 작은 음악 도서관처럼 보인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도서관 내부 예약 PC에서 시간을 정한 뒤 데스크에서 헤드폰을 받아 턴테이블 앞에 앉으면 된다. 마이클 잭슨의 팝 음악부터 1970~1980년대 국내외 명곡까지, 수백 장의 LP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최근 공공도서관에서도 LP를 비치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 도서관에 한정된 서비스다. 모담도서관은 2025년 개관 당시부터 문화예술 특화 도서관을 표방하며 이 LP 청음 공간을 상징적인 장소로 내세웠다. 책이 아닌 커피와 음악으로 시작하는 도서관 경험은 방문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모담도서관은 문화예술 특화 도서관답게 수백 장의 LP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청음 코너를 운영한다. ⓒ 김지영
나 역시 도서관에 온 목적을 잊은 채, 턴테이블 앞에 오래 앉아 있었다. 검은색 원판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고 바늘을 내려놓자 지직거리는 소음 사이로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회전하는 LP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음색 속에서, 노래 한 곡에 울고 웃고 위로받던 사춘기 시절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잠시 동안 나는 음악에 마음을 빼앗기던 그 시절의 소녀로 돌아가 있었다. 모담 도서관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오롯이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과 추억을 조용히 불러내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도서관 마당으로 나오면 풍경은 또 한 번 이야기를 건넨다. 건물 뒤편으로 이어진 소나무 길과 돌계단은 모담산 둘레길과 맞닿아 있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숲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