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제공한 장동혁 대표 방미 일정 관련 사진 ⓒ 국민의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박 10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당 안팎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지방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제1야당 대표가 장기간 자리를 비운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특히 당 내에서는 공천 지연 등 지도부의 부재로 인한 혼란이 겹치면서, 선거를 앞두고 단일대오에 심각한 균열이 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보수 언론인 <조선일보>도 21일 자 사설을 통해 장동혁 대표의 방미 일정을 매섭게 질타했습니다. 사설에서 "원래 일정은 2박 4일이었으나 5박 7일로 늘더니 '미 공항에서 국무부 연락을 받았다'며 20일 돌아왔다"라며 출국 전부터 제기됐던 일정 연장의 의구심을 짚었습니다. 이어 장 대표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며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뒤통수만 찍힌 사진을 언론에 배포한 것을 두고 "국무부 차관보급만 30여 명이고 인물과 역할이 모두 알려져 있다"면서 "'뒤통수 사진'은 전례를 찾기 어렵고 한국 정당 대표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방미 중 만난 인사들의 면면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사설은 "장 대표가 만났다는 미국 정치권 인사들도 미국 내 부정선거론에 동조한 인물이거나 한국 소비자 개인 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옹호한 하원의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선거를 코앞에 둔 당 대표의 무책임한 처신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그 사이 국민의힘은 공천과 전략에서 심각한 혼선을 빚었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이미 유세장을 돌고 있는데 국힘은 후보 윤곽도 잡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시장·군수 후보를 찾지 못하는 지역도 적지 않다. 전국 곳곳에서 독자 선대위를 꾸리려는 움직임도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당 대표가 장기간 자리를 비우고 그 뚜렷한 이유도 대지 못하고 있다"라고 질타했습니다. 그러면서 "화제가 된 것은 장 대표가 미 의회를 배경으로 김민수 최고위원과 활짝 웃으며 찍은 '관광객 사진' 한 장뿐인 것 같다"라고 직격했습니다.
배현진의 작심 비판과 당내 격앙… "후보들 발목 잡는 정무감"

▲국민의힘이 제공한 장동혁 대표 방미 일정 관련 사진 ⓒ 국민의힘
당내 인사들의 공개적인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서 "천수답 방미다", "거의 바람 쐬러 가듯이 갔다 온 것 같다"라며 "당내가 부글부글하다. 이런 것이야말로 당무 감사를 해야 한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김종혁 전 비상대책위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참으로 대단하다. 트럼프와 밴스 초상화와 함께한 사진 촬영. 엄청난 외교 성과다"라고 비꼬며 "부끄러움은 왜 항상 국민 몫인지"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같은 당 안팎의 비판에도 장 대표는 방미의 정당성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장 대표는 20일 귀국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보다 방미가 더 중요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단 질문이 잘못된 것 같다"라며 "지선보다 방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선을 위해 방미했다"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무부 차관보가 누구인지 묻는 거듭된 질문에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 하는 걸 자꾸 묻는다"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방미를 '외교 참사'라고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향해서는 영화 대사를 인용해 "너나 잘하세요"라고 응수하기도 했습니다.
장 대표의 부실한 해명은 당내 반발에 더욱 기름을 부었습니다. 당장 선거를 치러야 하는 현장에서는 지도부의 공천 지연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입니다.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선을 위해서 미국에 다녀왔다'고 하는 장동혁 대표가 돌아와 가장 처음 한 일이 시도당에서 한 달 넘게 심사하고 올린 공천안에 대한 의결 보류"라면서 "역시 장동혁다운 정무감이다"라고 비꼬았습니다. 이어 "한 시가 급한 후보들 발목 잡기가 3주 차에 접어든다"라며 중앙당이 기초단체장 공천을 뺏어가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포스트 장동혁' 노리는 친윤계?… "간신은 부지런하다"

▲21일자 <조선일보> 사설 '10일 만에 귀국 장 대표, '관광객 사진'만 남아' ⓒ 조선일보PDF
당내 혼란이 가중되면서 일각에서는 벌써 '포스트 장동혁' 체제를 대비하는 움직임마저 감지됩니다. 20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른바 '언더 찐윤'(막후의 친윤석열계) 인사들이 5월 조기 원내대표 선거를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송언석 원내대표의 임기는 6월 중순까지지만, 이를 한 달가량 앞당기려 한다는 것입니다. 방송에 함께 출연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방선거 이후 장 대표가 사퇴할 경우,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임명권을 쥐게 될 원내대표 자리를 선점해 당을 다시 장악하려는 의도다"라고 분석하자, 김 위원장 역시 "맞는 것 같다"라며 동의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찐윤들이 장막 뒤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새로 간택할 사람을 미리 세팅하려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충신이 간신을 이길 수 없는 이유는 부지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저들은 세 수, 내 수 앞을 다 생각한다"라며 지도부 공백을 틈탄 당내 주도권 다툼을 비판했습니다.
이처럼 리더십 공백을 틈탄 당내 주도권 다툼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장 대표의 앞날은 더욱 험난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장동혁 대표의 이번 '8박 10일' 미국 방문은 보수 언론과 당내 구성원 모두에게 낙제점을 받은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대미 외교 문제를 야당이 해결하려 했다는 장 대표의 원대한 명분은 '뒤통수 사진'과 '관광객 사진' 앞에 무색해졌습니다. 외교적 성과를 증명할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비공개'라는 방패 뒤로 숨으면서 오히려 리더십의 한계만 노출했다는 지적입니다.
장 대표는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해 "당원이 선택한 대표다. 필요한 거취는 내가 결정하겠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명분 없는 외유성 출장 논란과 공천 파행으로 자초한 당내 붕괴 위기를 수습하지 못한다면, 장 대표 스스로 거취를 고민해야 할 시간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습니다. 선거 승리를 위해 미국에 다녀왔다는 장 대표의 말이 진심이라면, 이제는 사진이 아닌 실질적인 공천 정상화와 당내 결속으로 그 말을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