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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의 유일한 세계문화유산 왕릉, 장릉(章陵)이다. 요즘 영월 장릉이 핫하다는데, 김포 장릉도 꽤 핫하다. 강원도 영월 장릉이 '비극의 왕' 단종의 능이라면, 김포 장릉은 '사후 추존된 왕' 원종의 능이다.
나는 5월 연휴를 앞둔 지난 25일 이곳을 찾았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 한적한 틈을 타 장릉의 봄 풍경을 먼저 만나보고 싶었다.
인조의 콤플렉스가 만든 '추존'의 공간

▲왼쪽이 원종, 오른쪽이 인헌왕후. 김포 장릉 앞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 ⓒ 김지영
김포 장릉의 주인은 조선 제16대 왕 인조의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다. 그런데 '원종'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이유가 있다. 그는 살아 있을 때 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화해설사는 "조선시대 왕들 가운데 가장 욕을 많이 먹은 인조의 아빠입니다"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원종의 본래 신분은 선조의 아들 정원군으로, 왕이 아닌 왕자였다. 그러던 그의 아들 인조가 1623년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오르면서 상황이 바뀐다. 왕이 된 인조에게는 정통성을 설명할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버지를 '원종' 왕으로 추존했다. 결국 평범한 왕자였던 정원군은 사후에 '원종'이라는 왕의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이 능도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원래 이곳은 홍경원이라는 묘였다. 그러나 인조가 아버지를 왕으로 추존하면서 왕릉의 격식에 맞게 다시 조성됐다. 문석인과 무석인 같은 석물들이 세워지고 능을 관리하는 수복방도 마련됐다. '원'이 아니라 '능'이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장릉'이라는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는 같은 이름의 왕릉이 세 곳 있다. 발음은 같지만 한자는 모두 다르다. 말했듯 강원도 영월의 장릉(莊陵)은 단종의 능이다. 경기도 파주의 장릉(長陵)은 인조와 인열왕후의 능이다. 그리고 김포의 장릉(章陵)은 원종과 인헌왕후의 능이다.
능 뒤편 숲길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나무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고 산새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다. 유모차를 밀며 걷는 젊은 부부, 능 앞 넓은 잔디밭을 구르는 아이, 들꽃을 구경하며 뛰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숲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왕릉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평화로운 풍경이다.

▲영월 만큼 '핫한' 김포 장릉, 추존 왕 원종의 서사와 시민의 쉼터가 만나는 곳 ⓒ 김지영
사실 이곳은 오래전부터 김포 시민들의 소풍 장소였다. 봄이면 학교에서 단체로 와 도시락을 먹고 뛰어놀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2009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관리가 엄격해졌지만, 장릉은 여전히 시민들에게 '가장 품격 있는 산책로'로 통한다.
기름값 비싼 요즘, 김포 여행 방법
서울에서 오는 방법도 간단하다. 서울에서 김포까지 자동차로 이동하면 막히는 길과 기름값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방법이 하나 더 있다. 김포공항에서 김포골드라인을 타는 것이다. 김포골드라인은 김포 한강신도시와 김포공항을 연결하는 도시철도다. 김포공항역에서 환승 후, 20분 남짓이면 김포 도심에 닿는다.
사우역에서 내려 걸어서 10분 정도면 장릉에 닿는다. 자동차 없이도 가능한 김포 여행이다. 기름값이 부담스러운 요즘,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작은 여행이 될 수 있다. 다가오는 연휴, 멀리 영월까지 가기 부담스럽다면 김포 장릉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관람 정보]
휴관일: 매주 월요일
입장료: 대인 1,000원 (김포 시민 50%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