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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노동을 원칙으로 한다. 1주 노동시간은 1953년부터 주48시간, 1989년부터 주44시간, 2004년부터 주40시간으로 단축되었다. 4시간에 30분 이상 휴게시간, 당사자가 동의하면 1주 12시간 한도로 연장노동이 가능하다. 다만, 산업의 특징, 공익 목적을 고려한 '노동시간 특례' 제도나 특정 직무의 성격이나 업무 방식을 고려한 '노동시간 적용제외' 제도를 예외적으로 허용해 왔다.

시대별 산업구조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개선방안이 논의되어 왔으나 여전히 노동시간 예외 조항이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노동시간 예외를 허용한 직종에서 과로성 질병이나 과로사가 매우 많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제 노동자 건강권에 초점을 맞춰 노동시간 예외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52시간 제한 없는 특례 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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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특례 제도(근기법 제59조)는 노동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한 경우 주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노동을 하게 하거나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현재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운송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5개 직종이 대상이다. 2018년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이 제외되고, 연속 11시간 휴게시간을 보장하도록 개정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운수노동자는 노동시간 특례 대상이다.

'2024년 산업재해 현황분석'(노동부, 2025. 12. 이하 '2024년 산재현황')에서 운수·창고·통신업은 철도·항공·창고·운수관련서비스업, 육상 및 수상운수업, 통신업으로 구분한다. 산업재해보험요율표에서 '육상 및 수상 운수업(이하 '운수업')'은 여객자동차, 택시 및 경차량, 노선화물, 구역화물, 기타화물, 특수화물, 소형화물, 택배업, 퀵서비스업, 수상, 항만운송부대사업으로 구분한다. 2024년 산재현황에서 운수업으로 집계된 사망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사망만인율 0.98에 비해 운수업 노동자의 사망만인율은 2.25로 2.3배 높다.

2024년 전체 업종의 사망재해(사고, 질병) 사망자수는 2,098명이고, 사망만인율은 0.98이다. 세부 업종별 사망자수는 건설업 496명(23.64%), 석탄광업 및 채석업 413명(19.69%), 기계기구·금속·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 241명(11.49%), 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 179명(8.53%), 육상 및 수상운수업 170명(8.1%)의 순위로 확인됐다. 운수업의 사망 사고유형은 사업장외 교통사고(73명), 업무상질병(59명), 떨어짐(14명), 부딪힘(7명), 끼임(5명), 넘어짐(3명), 물체에 맞음(3명), 무너짐(2명), 사업장내 교통사고(1명), 폭발파열(1명), 빠짐익사(1명), 화학물질누출접촉(1명)이다.

 2025.11.23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가 주최하는 과로사 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이 광화문에서 열렸다.
2025.11.23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가 주최하는 과로사 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이 광화문에서 열렸다. ⓒ 한노보연

운수업 노동자의 사망 원인으로 교통사고(42.9%), 업무상 질병(34.7%)이 77.6%를 차지한다. 전체 업무상질병 사망자수는 1,271명이며, 뇌심혈관질환 사망자수(이하 '과로사')는 390명이다. 운수업의 업무상질병 사망자수는 59명이며, 과로사 46명, 직업성암(7명), 정신질환(4명), 감염성질환(1명), 기타(1명)으로 질병 사망자 중 과로사 사망자가 78%를 차지한다. 뇌심혈관 질병 사망자의 세부 업종별 질병사망자수는 ① 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 83명(21.28%), ② 육상 및 수상운수업 46명(11.79%), ③ 건설업 44명(11.28%)의 순위로 확인됐다.

2024년 산재현황에서 산재보험요율표상의 운수업 관련 세부 업종까지 확인할 수 없지만 운수업의 업무상 질병 사망자 중 과로사가 78%를 차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운수업의 특성상 운송 물량, 운행 횟수, 운행 거리 등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다단계 하청구조 등 구조적 한계 상황은 과적, 과속을 불러오고 있으며, 장시간·야간 노동으로 이어져 업무상 과로와 직결되고 있다. 운수업 노동자의 사망 원인으로 교통사고와 과로사가 77.6%를 차지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운수업 노동자의 업무상 사망 원인이 과연 '부주의' 때문인지 되묻고 싶다.

아예 노동시간 적용 제외되는 노동자

노동시간 적용 제외 제도(근기법 제63조)는 토지의 경작·개간, 식물의 재배·채취 등 농림사업, 동물의 사육·수산, 동식물의 채취·포획 등 축산, 양잠, 수산사업이나 감시 또는 단속적 노동으로 노동부의 승인을 받은 직종, 관리감독·기밀취급자에 대하여 노동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사항 적용이 제외된다.

2024년 산재현황에서 시설관리 및 사업서비스업(건물등의 종합관리사업 등)의 업무상 질병 사망자수는 95명이며, 과로사 83명(87.3%)으로 전체 업종에서 뇌심혈관 질병 사망자 1순위를 차지했다. 건물등의 종합관리사업의 과로사는 경비노동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적은 '감시적 노동'이나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단속적 노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노동부에서 감시·단속노동으로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2024년 전체 과로사 사망자 390명 중 건물등의 종합관리사업(경비노동자 등)이 83명(21.2%)를 차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사실상 경비노동자는 장시간·야간노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또한, 2024년 산재현황에서 농업노동자 사망자 15명 중 과로사 6명(40%)으로 확인된다. 농업의 과로사 역시 장시간·야간노동과 직결되는 문제다.

노동시간 특례, 적용제외 언제까지?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시간 예외를 허용하여 노동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거나 예외로 분류된 직종에서 과로사 위험이 높다는 것은 현재 제도의 문제점을 확인해 주는 대목이다. 법이 정한 노동시간 '특례'와 '적용제외'가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합법적으로 과로를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아예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해 사실상의 노동시간 제한과 건강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플랫폼 노동자도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노동시간 특례, 노동시간 적용 제외의 폐지, 특수고용 노동자·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시간 보호 장치 마련,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필요한 이유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적정한 시간 일하고, 충분히 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동자 건강권을 중심에 놓고 노동시간 제도 개선에 관한 논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상철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노무법인 필 노무사입니다.


#산업재해시민#노동시간#장시간노동#과로사#근로기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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