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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주 엄마가 팔이 부러져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부산에 다녀왔다. 병상에 앉아 부러진 곳도 살펴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엄마가 불쑥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 최근 카드를 바꾸었는데 이걸 카카오택시에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러면서 말했다.

"이것도(삭제하고 싶다는 카드) 저번에 니가 와서 해 준 거다. 이거 말고 새 거 연결 시키는 거 좀 가르쳐 줘."

그래서 "결제 카드를 새로 등록하면 되겠네요" 했더니 "뭐?" 하셨다. 다시 한번 "기존 카드를 삭제하고 새로 카드를 연결 시키면 된다고요"라고 했다. 그런데도 못 알아들으시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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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둬라. 나중에 핸드폰 대리점에 들고 가서 할게. 거기서는 친절하게 다 해 주더라."

친정 부모님 생활은 아날로그 그 자체다. 친정에서는 아직도 신문을 두 부나 구독하고 TV 뉴스 소리가 종일 울린다. 아버지는 컴퓨터로 인터넷 뉴스도 보시지만, 컴퓨터를 설치하고 백신을 깔고 이상이 있는 지 살펴보는 사람은 컴퓨터 대리점 기사다. 온라인 장보기는 꿈도 꿀 수 없다. 직접 시장으로, 마트로 간다. 단골 가게에 전화해 배달을 시키신다. 내가 어릴 때와 별다를 바가 없다.

급속도로 빨라지는 고령화... 따라가기 벅찬 변화 속도

 따라가기 힘든 변화의 속도.
따라가기 힘든 변화의 속도. ⓒ joshua_hoehne on Unsplash

핸드폰은 전화와 카카오톡 기능 외에는 사진기 역할만 할 뿐이다. 사진첩에는 마구잡이로 찍은 사진이 넘쳐 나고 카카오톡은 읽지 않은 메시지가 가득한 데다 생전 프로필 사진 한 번 바뀌는 법이 없다. 한 번씩 내가 사진을 바꿔 드리면 다시 내가 가서 바꾸어 드릴 때까지 계속 그 사진이다.

21세기에도 20세기의 우물 같은 세상에 사시는 부모님이 안쓰러워 갈 때마다 이런저런 앱도 깔아 드리고 가르쳐 드리기도 해 보지만 역부족이다. 당장 핸드폰 사진 정리나 카카오톡의 읽지 않은 메시지를 삭제하려고만 해도 손사래다. 그냥 두라는 거다. 괜히 내가 건드리고 나면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되어 더 헷갈린다고 하신다.

지난해에 여태 폰뱅킹을 쓰던 아버지께 공인인증서를 깔고 온라인 뱅킹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드렸다. 올해 초 갑자기 전화가 왔다. 핸드폰을 바꿔서 다시 앱을 깔았는데 인증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거였다.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하는 방법은 눈에 선한데 전화기 너머에 있는 아버지에게 설명할 일이 막막했다. 겨우 이렇게 말했다.

"내일 핸드폰 가지고 은행에 가 보세요. 창구 직원한테 보이면 해 줄 거예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구 고령화가 가장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나라라고 한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유난히 변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서는 자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다. 아직 노년층에 접어들지 않은 나조차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게다가 온통 디지털화다, 무인화다 해서 물어볼 사람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식당에서는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마트에 가도 직접 결제를 한다. 비단 마트 뿐만이 아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도 AI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받을 때가 많다. 진짜 사람 목소리를 들으려면 한참 이리저리 숫자 키패드를 눌러야 한다.

언제 뒤처칠지 알 수 없는 사회

정부에서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저런 노인을 위한 정책이 나온다. 도서관이나 구청 문화센터에도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프로그램의 경우 서울과 서울 아닌 곳의 편차가 심하고, 노인 정책의 경우 정작 노인들은 이런 정책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간다는 거다.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주민센터에 가면 알 수 있긴 하지만 주민센터는 동네에 하나다. 먼 집도 있고 가까운 집도 있다. 찾아가기 편한 곳은 아니다.

물론 자식들이 옆에서 챙기면 해결될 문제다. 효도는 자식의 당연한 도리이지만 늘 부모님 곁에만 있을 수가 없다. 게다가 부모님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순간은 사고나 병환 같은 큰일 때만이 아니다. 부모님이 정작 불편을 느끼는 지점은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들에서다. 부모님은 누군가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고, 핸드폰 사진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카카오톡을 어떻게 업데이트하는지 일러주기를 바란다. 이런 일들을 위해 자식이 매번 서울에서 내려가거나 연차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자식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엄마의 카카오택시 앱에 새 카드를 연결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 봤다. 핸드폰 매장에 어르신 디지털 도우미를 두는 게 어떨까? 동네에 하나 있을 뿐인 주민센터보다는 여기저기 길을 가다가 쉽게 부딪히는 핸드폰 매장에 도우미를 둔다면 노인들로서는 훨씬 찾아가기 쉬울 것이다. 정부와 통신사가 협력해서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걸까?

곧 어버이날이다. 한 때는 세상 누구보다 똑똑해 보이던 부모님도 팔순이 곧이시니 어린 아이가 되셨다. 세상 천지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려니 안쓰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무섭기도 하다. 저 분들의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이 되지 않으란 법이 어디 있을까? 나 역시 이미 오십이 넘었다. 아직은 헉헉 거리며 세상을 간신히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 뒤쳐질지 알 수 없다. 그때 누구를 의지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엄마 핸드폰의 카카오 택시 앱에 새 카드 등록을 완료했다. 앞으로 택시를 타시는 데는 문제 없을 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부모님#노년#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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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주 (romain1) 내방

아주 오랫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 진심을 다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습니다. 내 몸과 정신을 적시는 모든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이런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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