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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10 20:06최종 업데이트 26.05.10 20:06

23km 물길에 새겨진 절경, '섬진강 옥정호 8경'을 가다

자연과 인문학의 관광지로, 섬진강 옥정호의 새로운 도약

 옥정호 출렁다리와 독재바위
옥정호 출렁다리와 독재바위 ⓒ 임실군청

5월 초순, 섬진강 상류 옥정호는 자연의 생명력이 층층이 쌓인 하늘, 산과 호수가 어우러지는 푸른 색의 공명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늘의 푸름은 경계 없이 투명하며 해맑았고, 산과 숲의 푸름은 햇살에 반짝이며 싱그러웠고, 호수의 푸름은 하늘과 산을 아울러 가라앉힌 듯 깊고 짙었다.

섬진강 옥정호는 임실과 정읍의 수역으로 형성되어 있다. 임실의 운암강 구역인 붕어섬에서 섬진강댐까지 호수 물길은 약 20km에 이른다. 정읍의 추령천 구역인 황토섬에서 칠보발전소의 취수구까지는 물길로 약 3km 거리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붕어섬 외에도 옥정호 곳곳에는 아름다운 경관과 깊은 사연을 간직한 곳이 많다. 이에 기자는 옥정호의 풍경 중 여덟 곳을 임시로 선정해 '옥정호 8경'이라 이름 붙이고, 각각에 한자 네 자의 명찰을 달아 그 가치를 하나씩 조명해 보았다.

 옥정오 붕어섬
옥정오 붕어섬 ⓒ 임실군청
 옥정호 출렁다리
옥정호 출렁다리 ⓒ 임실군청

제1경 부도호영(鮒島湖泳). 붕어섬이 호수에서 헤엄친다.

붕어섬은 출렁다리가 조성된 옥정호의 랜드마크로서 관광 명소가 됐다. 붕어섬의 향토 지명은 외앗날이다. 이 지역은 감입곡류 운암강의 물돌이동이었다. 산줄기에서 물돌이동으로 이어지는 독재(바위 고개)가 있었는데, 주민들이 옥정호에서 거룻배를 통행하려고 잘록한 고갯마루를 낮추었다. 하중도(河中島)가 된 외앗날이 붕어섬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옥정호 (조삼대) 양지바위 (붕어섬 독재 기점 약 5.8km 위치)
옥정호 (조삼대) 양지바위 (붕어섬 독재 기점 약 5.8km 위치) ⓒ 임실군청
 옥정호 (조삼대) 음지바위 (붕어섬 독재 기점 약 5.8km 위치)
옥정호 (조삼대) 음지바위 (붕어섬 독재 기점 약 5.8km 위치) ⓒ 임실군청

제2경 조삼청파(釣蔘淸波). 운암강 조삼대에 앉아 푸른 물결에서 산삼을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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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雲巖) 이흥발(李興浡, 1600~1673)은 효행이 광해군 때 편찬된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 및 여러 문헌에 기록된 효자였다. 그가 운암강에서 낚시하다가 산삼을 낚아 올려 어머니의 병을 고쳤다는 설화가 덧붙여 구전된다.

운암강 조삼대 바위는 섬진강댐 축조로 호수에 잠겼고, 효행 설화를 기록한 비석이 가까운 곳 호반도로 변에 세워져 있다. 조삼대 가까운 곳의 절벽인 양지바위와 호수 건너편의 음지바위가 효자의 설화가 전해오는 전설적인 장소를 가늠해주고 있다. 효자는 운암강에 나오면 이들 큰 바위를 향해 어머니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옥정호 신 운암대교 (붕어섬 독재 기점 약 8km 위치)
옥정호 신 운암대교 (붕어섬 독재 기점 약 8km 위치) ⓒ 임실군청
 옥정호 구 운암대교 (붕어섬 독재 기점 약 9km 위치)
옥정호 구 운암대교 (붕어섬 독재 기점 약 9km 위치) ⓒ 임실군청

제3경 운암양교(雲岩兩橋). 옥정호를 건너는 두 개의 운암대교.

1965년 섬진강댐 축조와 함께 구 운암대교가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면, 1993년 준공된 신 운암대교는 옥정호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가 되었다. 신 운암대교는 건설 당시 국내 최초로 도입된 '강합성 사장교' 공법이 적용되어 가치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에 이곳 운암강 풍경의 묘사가 나온다. "구름이 몸을 이루어 바위가 되고, 바위가 다시 제 몸을 풀어 구름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운암(雲岩)이다." 이른 아침, 호수에 피어오른 안개를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는 운암대교의 장면은 잊지 못할 풍경이라고 한다.

 옥정호 둘레길 하운암 잔도 (붕어섬 독재 기점 약 11km 위치)
옥정호 둘레길 하운암 잔도 (붕어섬 독재 기점 약 11km 위치) ⓒ 임실군청

제4경 기암잔도(奇巖棧道). 기이한 바위 절벽에 걸린 잔도.

옥정호 하운암 지역의 웅장한 기암(奇巖) 절벽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의 잔도는 험하고도 아름다운 길이다. 하운암의 금기리는 세찬 강물을 헤엄치는 월척 붕어가 예로부터 이름이 높았다. 한때는 월척 붕어 한 마리가 쌀 한 가마 값이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 이 지역 사람이 월척 붕어를 흥선 대원군에게 보냈고, 대원군이 감사하다는 마음의 편지로 답례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옥정호 자라섬 (붕어섬 독재 기점 약 13km 위치)
옥정호 자라섬 (붕어섬 독재 기점 약 13km 위치) ⓒ 임실군청
 옥정호 자라섬 풍경 (붕어섬 독재 기점 약 13km 위치)
옥정호 자라섬 풍경 (붕어섬 독재 기점 약 13km 위치) ⓒ 임실군청

제5경 별도고적 (鼈島孤寂). 호수 위에 외롭고 고요한 자라섬.

자라섬과 호수의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고즈넉한 풍경으로 멈춰 있다. 넓게 펼쳐진 호수는 비어 있는 듯하지만, 하늘과 산의 표정을 비추어 담아내고 있다. 이 풍경의 청명함을 보는 이는 복잡한 상념을 비워내고 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되는 평온을 느낄 것이다.

 옥정호 대장금마을과 황토섬 (황토섬, 붕어섬 독재 기점 약 16.4km 위치)
옥정호 대장금마을과 황토섬 (황토섬, 붕어섬 독재 기점 약 16.4km 위치) ⓒ 임실군청

제6경 장금가무(長今歌舞). 예로부터 가무, 음식, 의술 등이 발달한 대장금 마을.

섬진강 옥정호의 임실 운암강 수역에서 정읍의 추령천 수역으로 물길을 거슬러 오르며 황토섬이 나타난다. 황토섬과 대장금 마을은 2016년 무렵 정읍시에서 도로를 연결하였다.

정읍 장금산 기슭에 자리 잡은 대장금 마을(너디)은 유구한 역사와 전설이 겹겹이 쌓인 공간이다. 정읍시에서 대장금의 고향으로 알려진 이곳에 대장금 마실길을 조성했다.

조선 시대 중종(中宗, 1488~1544)은 1506년에 왕이 된다. 이곳 정읍 산내면 너디 마을에서 희빈 홍씨(1494~1581)가 중종의 후궁으로 입궐하면서, 이 마을에 살던 장금(훗날 대장금)이가 시녀로 따라갔다는 이야기가 이 마을에는 전해 온다.

이곳 너디 마을 지역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왕족이나 귀족들이 살거나 피신하는 곳이었으며, 고려 공민왕(1330~1374)의 외가 마을이었다고 한다. 너디 마을 수침동(水沈洞)은 신라 시대에 서해안에서 경주로 오가는 갈령도(葛嶺道)의 길목으로 중국 사신들이 머물러 가무를 즐기던 곳이었다. 이런 연유로 예로부터 이 지역에는 가무, 음식, 의술 등의 기법이 전승해왔다. 이 내용은 문헌 기록이 확인되지 않아서 현재는 전설 성격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장금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쌍화점 마을이 있었고, 고려시대에 설경성(薛景成, 1237~1313)이 이 마을에 살았다는 이야기가 구전된다. 설경성의 행적은 <고려사(高麗史)> 방기(方技) 열전 '설경성 편'에 기록되어 있다.

설경성은 30세부터 명의였다. 그는 충렬왕의 병을 치료했고, 그 명성이 원나라까지 떨쳤다. 원나라의 세조 쿠빌라이 칸이 병이 들었고 천하의 명의들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원나라로 파견돼 쿠빌라이의 병도 거뜬히 치료했다.

지역 향토사학자들은 이 마을에 흐르는 의술의 혈맥에 주목한다. 설경성은 순창 설씨(淳昌 薛氏)의 시조 격인 인물이다. 이 지역의 의학적 내력과 인적 맥락이 대장금이라는 상징적 인물로 발현되었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이곳에 전해오는 대장금과 설경성 등의 풍부한 역사 문화 설화적 전승은 앞으로 더 밝혀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옥정호 칠보발전소 취수구 (황토섬 앞 운암강과 추령천 합류 지점에서 약 추령천 상류 방향 3km)
옥정호 칠보발전소 취수구 (황토섬 앞 운암강과 추령천 합류 지점에서 약 추령천 상류 방향 3km) ⓒ 임실군청

제7경 칠보수구(七寶水口). 정읍 칠보로 향하는 도수로의 입구.

옥정호의 취수구에서 지하로 6.2km 길이의 도수로가 칠보발전소로 연결돼 낙차 큰 물줄기로 수력 발전을 하고, 동진강 유역으로 물줄기가 흘러서 호남평야를 적신다. 옥정호와 동진강 평지의 고도 차이는 약 150m에 달하며, 이 거대한 낙차의 물줄기가 호남평야의 젖줄이 된다. 6km가 넘는 도수로는 당시 기술력으로 이룩한 거대한 토목 공사의 결정체였고, 지금도 호남평야를 옥토로 가꾸는 '생명의 물길'이다.

 옥정호 섬진강댐 (붕어섬 독재 기점 약 20km 위치)
옥정호 섬진강댐 (붕어섬 독재 기점 약 20km 위치) ⓒ 임실군청

제8경 섬진웅언(蟾津雄堰). 섬진강(蟾津)을 가로막아 세운 거대한 댐.

섬진강댐은 다목적댐으로, 국가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진 토목 구조물이다. 1965년에 준공된 이 댐은 수자원 확보를 위해 일제강점기에 시작돼 광복 후 우리 기술로 완성한 눈물과 의지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이 댐은 높이 64m, 길이 344.2m 규모의 콘크리트 중력식 구조물로서, 4억 6600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옥정호의 근본이다.

60년 역사의 인공호수인 섬진강 옥정호에 아직 정식으로 8경이 지정되지 않았다. 붕어섬과 출렁다리라는 새로운 이정표는 생겼지만, 옥정호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진정한 8경으로의 물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충주호와 소양호는 수십 년 전부터 대형 유람선이 운행되어 지역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대청호는 옥정호와 유사하게 식수원 보호 규제가 엄격했으나, 최근 친환경 선박 도입 등을 통해 규제 완화와 관광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여 친환경 수변 구역 활용의 선진 모델이 되고 있다. 임실군청 옥정호힐링과 여운길 과장이 말했다.

"수자원 보호라는 명목 아래 수십 년간 이어진 규제는 지역 경제의 활력을 막고 있다고 봐요. 현대의 고도화된 수질 정화 기술과 전기 유람선 등 친환경 선박 도입을 고려한다면, '보존'과 '활용'의 균형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다목적댐 옥정호가 이제는 '규제의 상징'이 아닌 '상생의 모델'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옥정호 섬진강댐 보조여수로 (붕어섬 독재 기점 약 20km 위치) 2015년 준공된 보조여수로는 댐의 치수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현대 토목 기술의 산물이다
옥정호 섬진강댐 보조여수로 (붕어섬 독재 기점 약 20km 위치) 2015년 준공된 보조여수로는 댐의 치수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현대 토목 기술의 산물이다 ⓒ 임실군청

친환경 유람선이 23km 물길을 오가면, 옥정호는 단순한 호수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문·자연 통합 관광지가 될 것이다. 한류의 본향(本鄕)인 대장금 마을을 옥정호에서 배를 타고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면, 섬진강 옥정호는 세계 속의 관광지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

#옥정호#붕어섬#대장금마을#섬진강댐#수자원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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