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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10 15:40최종 업데이트 26.05.11 16:03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어버이날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버이날은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기념하여 제정한 날이다. 일 년에 한 번 자식들이 공식적으로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효도의 날이기도 하다.

'어버이날 모든 부모와 자식들이 행복할까?'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식들에게 받은 갖가지 꽃과 선물을 자랑이 즐비하다. 미취학에서 초등 학령기까지는 어린이집·유치원,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열심히 준비해 준 덕분에 부모는 행복하다. 중학교 이후부터 어버이날은 자녀 스스로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간단하게 카네이션을 준비하기도 하고, 정성스레 준비한 손 편지와 카네이션을 준비하기도 한다. 장성한 자녀는 부모에게 카네이션과 용돈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자랑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 한편에는 쓸쓸함과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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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의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어버이날 아침,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쭈뼛쭈뼛 편지봉투 2개를 무심하게 내밀었다. 노란색과 보라색 편지봉투였다. 어떤 게 엄마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무심함에 웃음이 나왔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엄마, 아빠를 위해 편지지를 골랐을 아들,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가면서 무슨 말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아들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퇴근 후 어버이날 기념 식사를 하러 외출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아랫집에 사는 아들의 친구를 만났다. 그 아이의 손에는 카네이션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내심 부러웠지만, 안 그런 척 아들의 친구에게 말했다.

"카네이션 샀구나. 아줌마는 OO한테 편지 받았어."

이때 두 녀석이 수상한 눈짓을 주고받으며 말했다.

"학교에서 쓴 그거요?"

아들이 직접 편지지를 골라 썼을 거라는 필자의 상상은 무참히 깨졌다. 선생님이 고른 편지지와 편지봉투에, 시켜서 쓴 편지였던 것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들이 이 말만 하지 않았다면.

"엄마, 진짜 몰랐어? 당연히 학교에서 쓴 거지. 내가 스스로 썼겠어?"
'빈말이라도 학교에서 썼지만, 진심을 담아 썼어라고 말해주지.'

필자는 그때부터 서운한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 그렇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필자에게는 딸도 있기 때문이다. 학원 갔다 늦게 오는 딸에게 그대를 걸었다.

저녁 식사 후 강아지와 저녁 산책을 갔다. 플로깅을 하는데, 그날 따라 바닥에 떨어진 꽃이 많았다.

'다들 어버이날이라고 꽃을 준비했구나' 생각하며 필자도 곧 꽃을 받으리라는 기대감으로 기쁘게 쓰레기를 주웠다.

학원을 마친 딸이 밤늦게 집에 왔다. 아이의 손은 빈손이었다.

'아~아이가 바쁘고 힘들었구나' 생각했지만, 서운했다.

카네이션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날 만큼은 꽃을 받고 싶었다. 꽃을 못 살 만한 사정이라면, 아들처럼 손 편지라도, 그것조차 힘들다면 카카오톡 메시지라도 받고 싶었다. 엎드려 절 받기 이지만, 엎드려서라도 받고 싶은 게 부모의 심정 아니겠는가.

다음 날 아침. 서운한 감정이 폭발해 버렸다. 아이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고 집을 나왔다. 문득 차 안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명절에 독거 어르신들이 외로운 것처럼, 어버이날 나처럼 기쁘지 않은 사람도 있겠구나.'

부모 이외에도 또 어버이날이 힘든 이들이 있다. 학교에서 정성스레 편지를 쓰고 카네이션을 만들어도 그것을 줄 부모가 없는 무연고 아이들이다. 필자는 장애아동 시설에서 언어재활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무연고자에 대해 무지했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 그 아이들은 이곳에서 선생님을 '이모'라고 부르며,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20년 넘게 근무한 팀장님이 말했다.

"인지기능이 뛰어난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어요. '이모, 장애인은 원래 다 부모가 없어요?'"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필자가 17년 동안 만났던 장애 아동들은 모두 부모가 있었다. 부모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의 아이에게는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았다. 어버이날, 이 아이들의 부모 또한 마음 한편이 아려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월 8일 금요일 오후, 아이들이 하교를 했다.

'오늘 하루는 어땠을까?'
'주인 없는 카네이션을 누구에게 줄까 고민하며 하교하는 그 마음은 어떨까?'

필자는 어버이날이 무연고 아이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날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사무실로 모였고, 사무실은 금세 북새통이 됐다. 아이들은 보따리에서 직접 만든 카네이션과 손 편지를 꺼내어 평소 친했던 선생님들에게 산타클로스인 양 그것들을 나누어주었다. 선택을 받은 선생님은 행복했고, 좋아하는 선생님을 바라보는 아이도 행복했다.

퇴근 전에 아이들의 숙소를 한 바귀 둘러봤는데, 현관에 고사리 손으로 만든 카네이션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회색 철문이 예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 문 안에서 새어 나오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내 마음을 두드렸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아이들의 정성이 만든 사랑스런 현관문
아이들의 정성이 만든 사랑스런 현관문 ⓒ 박이연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 스토리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h20514)


#어버이날#무연고#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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