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위의 검은머리흰따오기 ⓒ 이경호
베트남 짬침국립공원의 습지는 해가 높이 오르기 전부터 다양한 물새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얕은 물가를 따라 백로들이 천천히 걸었고, 먼 거리의 나무 위에는 커다란 아시아황새부리새(openbill) 등의 물새들이 무리를 이루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검은머리흰따오기도 함께 있었다. 검은 얼굴과 아래로 굽은 긴 부리, 흰 몸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대비는 멀리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나무 위에 모여 쉬고 있는 개체만 10여 마리 정도였고, 작은 물가에서는 백로류와 함께 먹이를 찾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 사이에는 홍대머리황새도 섞여 있었다.
검은머리흰따오기와 함께 적갈색따오기도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국내 탐조 환경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이로써 나는 국내에 기록이 있는 3종을 모두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대한민국 땅은 아니지만 기록이라는 의미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따오기류는 복원사업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따오기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라는 이름 아래 보호와 복원의 상징이 됐다. 멸종 직전까지 몰렸던 따오기는 중국에서 도입한 암수 한 쌍을 바탕으로 복원사업이 진행됐고, 지금은 우포늪 일대를 중심으로 야생 방사 단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필자 역시 야생으로 방사된 따오기를 우포에서 만난 적이 있다. "따옥따옥 따옥소리"라는 노래를 통해 대중의 기억 속에도 오래 남아 있는 따오기는 멸종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대한민국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가고 있다.
반면 검은머리흰따오기와 적갈색따오기는 국내에서는 매우 드물게 기록되는 미조에 가깝다. 탐조인들에게는 이름이 익숙할 수 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존재조차 낯선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점은 국제적인 보전 등급에서는 오히려 상황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따오기는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 수준의 보호가 필요한 종으로 분류되지만, 검은머리흰따오기와 적갈색따오기는 현재 최소관심종(LC)으로 평가된다.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 여정 동안 적갈색따오기는 여러 지역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논과 습지, 물이 빠진 농경지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먹이를 찾는 모습은 동남아 농촌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그러나 검은머리흰따오기는 달랐다. 짬침 외 지역에서는 끝내 다시 만나지 못했다. 같은 따오기류라도 서식 환경과 지역적 분포에 따라 체감되는 희귀성이 크게 달랐다.

▲적갈색따오기 ⓒ 이경호
짬침의 습지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양한 대형 물새들이 한 공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장면이었다. 백로류와 홍대머리황새, 제비갈매기류, 따오기류가 같은 물가를 공유하며 움직이는 모습은 이 지역의 생태적 건강성을 보여 주고 있었다.
대형 물새들이 공존하려면 충분한 먹이와 휴식 공간이 유지돼야 한다. 메콩강 유역의 습지는 여전히 그런 조건을 품고 있었고, 철새와 물새들에게 중요한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역시 급격한 개발과 농경지 변화, 습지 훼손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금은 흔하게 보이는 적갈색따오기조차 미래에는 감소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인간은 늘 흔할 때는 외면하다가, 사라지고 나서야 기억하고 이름을 부른다.
베트남에서 만난 따오기들은 그래서 더 특별하게 남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습지를 걸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 때문이다. 인간 사회는 보호등급과 희귀성으로 생명을 구분하지만, 새들은 국경도 보호등급도 모른 채 살아갈 수 있는 물과 습지를 찾아 이동할 뿐이다.
짬침의 따오기들은 지금도 메콩의 습지를 걸으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메콩의 습지에서 만난 따오기들
새와 사람의 이야기 / 새랑새

▲먹이 찾는 적갈색따오기 ⓒ 이경호

▲짬침 습지모습과 노란원의 검은머리흰따오기 ⓒ 이경호

▲2023년 우포에 야생방생한 따오기의 모습 ⓒ 이경호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18일~23일 베트남에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