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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바깥의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더 느린 삶을 찾아 지역으로 향하고, 누군가는 일과 관계, 삶의 방식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익숙한 도시를 떠난다. 하지만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거주지를 옮기는 문제만은 아니다.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연결되며, 어떻게 먹고 살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지속해나갈 것인지의 문제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을 떠나 제주와 부여, 거제, 전주 등을 오가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역을 살아내고 있는 '로컬생활자 소피'를 지난 2일 전주국제영화제가 한창 진행 중인 전주 완산구의 모처에서 만났다. 전주의 책방과 동네 모임, 영화제 공간 사이를 오가며 사람과 관계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소피에게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물었다.

다음은 소피와의 일문일답.

로컬에서 흐름을 만드는 사람

 2026 팝업전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소피.
2026 팝업전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소피. ⓒ 로컬생활자 소피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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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는 게 취미인 로컬생활자 소피'입니다. 서울에서 나고 20년간 살다가 제주, 전주, 부여, 인천, 거제 이렇게 돌아가면서 살아봤고, 지금은 전주에 살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살자는 것이 제 모토인데, 그럼 굳이 서울에서만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로컬생활자 소피'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어떻게 인식되길 바라면서 만든 이름인가요?

"내가 선택한 지역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싶은 저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어요. 지역마다 마스코트가 있듯이, 저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저는 계속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으니까 친구들이 '넌 집이 없냐'는 얘기를 자주 하더라고요(웃음). '그러게, 난 집이 없는 불안정한 사람인가?' 고민하다 보니, 나는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싶은 사람이고, 어디서든 살아보면서 삶을 알아가는 로컬생활자가 되고 싶다는 결론에 이른 것 같아요."

- 지금은 전주를 선택했고, 최근 전주살이 1주년이 된 것으로 아는데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전주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전주는 책방이 밀도 높게 형성되어 있어요. 책방 대부분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도서관도 각자의 특색을 가지고 모여있죠. 책의 도시라는 정체성이 완판본문화관과 서예나 한지, 조선왕조실록과도 연결이 돼요. 이렇게 서사가 매력적인 곳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책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전주에서 살면 더 즐겁게 책짓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현재 하고 계신 활동들이 다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게 있는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이 활동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컨셉이 있다면?

"크게 콘텐츠 기획, 문화 기획, 출판 이렇게 세 가지가 있는데요, '로그인로컬'이라는 로컬 아카이빙 미디어에서 전주의 지역 콘텐츠를 취재해서 소개하는 객원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행사 기획도 같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고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시즌에 웨딩거리에서 그동안 취재했던 콘텐츠를 선보이는 팝업 전시를 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계속 지역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로그인로컬이 아니더라도 지역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을 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선보이고 있어요. 작년에 <복닥맨션>이라는 로컬 에세이 엔솔로지를 냈고 올해도 로컬 문화예술 매거진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출판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 전주에서 살면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지역에 아는 사람이 많은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작년에 전주에 와서 6개월을 살면서 아는 사람이 두세 명밖에 없던지라, 가는 곳들도 한정적이고 지역에서 딱히 활동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경치가 주는 고즈넉함과 여유로움 위주로만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다양한 활동과 함께 취재도 해보니까 주변에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이 지역에 정이 가기 시작했어요.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사람들이랑 도시락 싸서 원산 꽃동산도 놀러가고 그래요. 일상의 풍경이 달라진 게 가장 크죠."

- '집이 없는 게 취미'라는 하나의 슬로건과 거주지의 형태를 세어하우스로 선택하는 게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탐방이나 취재를 해서 콘텐츠를 만들게 되면 결국 바깥에서 쓰는 지출이 많아요. 그래서 거주 공간에서 나가는 돈을 최대한 줄여야 했어요. 영화 <소공녀>를 봐도 고정적인 거처가 없는 모습이 어느정도는 부정적인 상황으로 그려지는데, 저는 결핍과 결핍이 만나서 서로 채워 나가는 게 바람직한 공생 관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셰어하우스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집이 없는 게 취미긴 하지만 내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담아낼 수 있는 개인적 공간은 반드시 필요해요. 그래서 6년 전부터 어디서 살건 셰어하우스 생활을 이어오고 있어요."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2025년 대구 '사사로운'에서 <복닥맨션>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는 소피
2025년 대구 '사사로운'에서 <복닥맨션>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는 소피 ⓒ 로컬생활자 소피

- 소피님의 활동은 결국 사람을 모으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일인 것 같은데요, 그런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나요?

"타인과 뭔가를 나누어서 느낄 수 있는 효능감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자기 세계를 꺼내 보지 못한 사람들한테 마음이 가요. 모임에 늘 가던 사람들은 모임을 가는 게 어렵지 않잖아요? 제가 글방을 자주 여는데, 글쓰기 실력이나 글의 퀄리티를 평가하는 모임은 아니에요. 여기서는 그냥 써도 된다, 그냥 뱉어라, 라고 말해요(웃음). 어떻게 하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 이 세상에서의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흐름을 만드는 활동들을 하면서 부담을 느꼈거나 실패를 한 경험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과거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한 번에 많은 걸 해내려고 했던 저의 완벽주의 성향이 발목을 잡았던 게 기억이 나네요. 모임에서 시키는 게 많으면 사람들이 쉽게 지치더라고요. 덜어낼수록 좋다는 걸 깨달았어요. 항상 여백을 두고,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있는 영역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활동이 가능하겠더라고요. 쉬는 시간이나 가만히 침묵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사소하지만 중요해요."

- 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프리랜서 기획자이신건데, 이런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선택한 경제적 방식이 있었나요? 혹은 포기한 게 있다면?

"고정 수입이 없었을 때는 예전에 회사 생활로 모아둔 돈으로 버티면서 일단 일이 들어오는 대로 다 했어요. 어떤 게 돈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나 이런 일도 할 수 있어요'라고 보여주는 데에 집중했죠. 일손이 없다고 하면 마감 기한이 언제인지와 무관하게 그때그때 수행했던 거죠. 의미와 가치만 있으면 시간이 얼마나 들건 온 힘을 다해서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물리적인 시간 대비 보장된 돈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저한테 여유 자금과 시간이 어느 정도 있느냐에 따라 일의 비중을 조절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다양한 지역들을 거쳐 왔을 때 그 지역에 처음 사는 순간들이 있을 텐데, 외부인이 내부의 지역 문제에 개입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하셨을지도 궁금합니다.

"대다수가 소위 '지역 활성화'를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지만, 사실 어떤 게 지역의 입장에서 최선의 방식인지 피상적으로는 알기 어려워요. 일례로, 부여에서 2박 3일 캠프를 기획했을 때만 해도 지역민과 외지인 중간 입장에서 중간다리를 어떻게 놔야 할지를 고민했었죠. 그때 내린 결론은 '지역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지 말자'는 거였어요. 여기는 평화롭고 좋은 곳이라서 오기만 하면 무조건 잘 정착할 수 있다는 식으로만 소비되길 원치 않았어요. 실제로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적인 시행착오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죠."

 2022년 부여에서 소피가 진행한 <지역살이캠프 : 나만의 의미부여를 찾아서>.
2022년 부여에서 소피가 진행한 <지역살이캠프 : 나만의 의미부여를 찾아서>. ⓒ 로컬생활자 소피

- 지역에 대한 환상을 언급해주신 것과 연결이 되는데, "불과 2년 전만 해도 나는 지방소멸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남발했다"고 성찰하신 부분이 인상 깊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방소멸 담론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인구소멸위험지수'가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 수로 나눈 값이라고 하는데, 인구소멸이 결국 가임기 여성의 출산율을 기준으로 정의되는 게 굉장히 차별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2021년도에 로컬이라는 단어와 청년마을이라는 개념을 접했을 당시부터, 지역을 다루는 콘텐츠나 사업 등 대부분을 '지역소멸 위기'를 대전제로 접해왔어요. 그러다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반문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정작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지역만의 특색과 강점, 서사가 있어요. 근데 '지역 이름 뒤에 소멸'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지역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고, 정책이나 사업 방향이 '유입'을 위해 설계가 되어요. 결국 외부에서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지가 아니라 당사자들을 어떻게 존중하고 주체로서 어떻게 같이 살아갈 수 있을지를 논의해야 하는데, 소멸 위기론으로만 지역의 미래를 논하거나 지역에 관심 갖게 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 그럼에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은 어떤 의미로건 그 도시를 위기에 처하게 하는 것 같긴 한데요, 어떤 방식으로 지역 소멸에 접근하려고 하시는 걸까요?

"도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느냐 보다, 어떤 사람이 어떤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요. 한 사람이 문화를 만들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하나 둘 모이기만 해도 달라져요. 인구 규모가 작아도, 수치로 환산될 수 없는, 그 지역 그 사람들만 가진 오리지널함과 가능성이 있거든요. 저는 이것을 계속 지역 안으로 들어가서 관계 맺으며 발굴해 내고, 적은 인구가 무조건 낮은 가능성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제 삶으로 드러내고 싶어요."

-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의 입장에서, 이곳에서 오래 살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들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모두가 평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문제를 얘기하고 싶어요. 어딘가에 속해야만 정보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구조가 분명히 지역에는 있거든요. 저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편이지만 커뮤니티를 통하지 않고 지역에 살 수 없다면 그건 잘못된 거잖아요. 그래서 '보편적인 플랫폼'이 필요해요. 또, 민간 영역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은 행정의 영향이 매우 큰데, 행정이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면 청년들이 제대로 설 자리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에 시달려서 떠나는 친구들이 엄청 많죠."

더 많은 이들이 지역의 가능성을 발굴할 수 있길

 소피는 인스타그램 계정 @local_sop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로컬생활을 알리고 있다.
소피는 인스타그램 계정 @local_sop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로컬생활을 알리고 있다. ⓒ 소피 인스타그램 갈무리

- 요즘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려는 시도를 해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소피님처럼 사는 삶이 하나의 개인적인 사례로만 남는 것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소피님의 선택들은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로컬생활자 소피'라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삶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거나 여행의 낭만으로서만 지역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것이 저의 원칙이에요. 이 삶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기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콘텐츠로 담는 편입니다. 또,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제가 청년이다 보니 지역 이주 프로그램이나 관련 정책, 사업들의 페르소나에 속해요. 저는 이 작업을 함께 고민하고 싶어서, 이 페르소나의 맥락을 객관화하여 콘텐츠로 자주 노출해왔어요. 그러다보니 재단이나 기관, 연구소, 기업 등의 담당자들의 자문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요."

- 이런 다양한 활동들을 하다가 소진되는 순간은 없는지.

"결과물이나 성과가 아쉬우면 잘 소진되는 편이에요. 그런데 여러 가지 일 실험을 해봤을 때, 저는 기여하는 게 명확히 있고 그 기여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과정에서 만족을 느끼게 되면 딱히 힘들지가 않더라고요. 지금 선택한 에디터와 기획자라는 업은 과정에서 충만함과 자아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서 일을 아무리 많이 하건 얻어낸 결과물이 적건 소진이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이걸 배웠으니 다음엔 더 잘 해보라'라고 마음먹는 편이죠."

- '서울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표현을 자주 쓰시더라고요. 여전히 서울이라는 배경을 언급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 배경을 항상 언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가 서울 중심적 사고를 여전히 갖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함이에요. 제 배경을 배제하고 단편적으로만 보면 닉네임도 '로컬생활자'니까 로컬에 대해 엄청나게 잘 알 거라는 인식이 생길 것 같은 거예요(웃음). 하지만 저는 여전히 서울 중심적인 사람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거품을 다 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모르는 게 남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인 거죠."

- 마지막 질문입니다. 소피님은 또 떠나게 될까요?

"그렇죠. 저는 전주생활자가 아니라 로컬생활자니까(웃음).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다'는 얘기를 계속 하고 싶은 사람이라서요. 어디서든, 내 지역이 뭔가 부족해서 떠날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걸 저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게 로컬생활자의 핵심이니까요. 그래서 제 삶은 시리즈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전주편'인거죠. 저라는 창구를 통해서 지역을 조명하는 것이 '로컬생활자'로서의 활동이 가진 의의기 때문에, 계속 저는 이렇게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길 바라고 있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민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coolboy95)에도 실립니다.


#로컬생활자소피#로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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