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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은 21개 구간으로, 지리산을 한 바퀴 도는 약 289.4km 길을 걷는 국가 숲길이다. 국가 숲길은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지리산둘레길(21. 5. 1. 지정)은 '사단법인 숲길'에서 관리 운영되고 있다.

2004년 처음으로 제안되었으며, 2008년 지리산둘레길 시범구간이 열리고, 2012년 지리산 5개시군을 잇는 전 구간이 열렸다. 사단법인 숲길에서는 현재 21개구간 20개읍면 100여개 마을을 지나는 지리산둘레길을 관리운영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 지리산둘레길 토요걷기를 하고 있다. 나는 아홉 번째 그 길을 걷고 있다.

지리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난동~오미 구간을 걷는 토요걷기 회원들.
지리산둘레길지리산둘레길 난동~오미 구간을 걷는 토요걷기 회원들. ⓒ 정도길

지난 5월 9일, 지리산둘레길 난동~오미 구간 약 18.9km를 걸었다. 이 구간은 구례군 서시천을 따라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강둑을 걷는 길이 대부분이다.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는 섬진강은 수달 서식처로 운이 좋으면 수달도 만날 수 있다.

용두마을에서는 일제 강점기 저항의 흔적이 남은 용호정에서 역사의 아픔도 함께 할 수 있다. 매달 끝자리 3일과 8일 열리는 구례 5일장에 들러 구례사람들의 넉넉한 인심과 무공해 농산물도 구매할 수 있다. 종착지인 오미마을에서는 20세기 초 건축한 곡전재에서 옛 고택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당산나무 난동마을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당산나무가 이웃하고 있다.
당산나무난동마을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당산나무가 이웃하고 있다. ⓒ 정도길

출발지인 지리산둘레길 광의안내센터는 지난 3월 3일 문을 열고, 탐방객들에게 안내와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가 자리한 난동마을은 난동~오미 구간 시·종점으로, 산동~방광 구간으로 이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마을에는 약 100m 간격을 두고 수령 200년이 넘은 할아버지·할머니 당산나무 두 그루가 이웃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평화로운 시골 분위기가 느껴진다. 온동저수지를 지나고 짙푸른 쪽빛 바다 같은 구만제에 잠시 쉬어간다. 구만제는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있고, 차박과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봄에는 수선화로, 가을에는 물안개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구만제 구만제는 산책코스와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구례 명소로 알려져 있다.
구만제구만제는 산책코스와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구례 명소로 알려져 있다. ⓒ 정도길

쪽빛 바다색깔 구만제, 산책로 등 힐링 명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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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구만제에서 흘러내리는 서시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난동~오미 구간은 서시천과 섬진강을 따라 걷는 강변길이 대부분으로, 숲속 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평탄 길이라 지루할 수도 있는 코스지만, 강둑 양 옆으로 조성된 벚꽃나무 터널은 햇빛을 피할 수 있어 좋다.

구만제 아래 구만교에서 시작되는 벚꽃 길은 지리산둘레길 구례안내센터까지 약 7.5km가 이어진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봄철이면 혼잡하지 않아 여유롭게 꽃구경을 즐길 수 있다. 여름이면 노랑원추리가, 가을이면 울긋불긋 코스모스가 여행자를 즐겁게 하는 마법을 여는 길이기도 하다.

숲길 서시천 생활환경 숲길.
숲길서시천 생활환경 숲길. ⓒ 정도길

강둑길을 따라 서시천 생활환경 숲에 도착했다. 구례군에서 하천과 제방 부지를 보호하고 생활환경보호를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숲은, 서시교에서 구만교까지 약 15km 구간에 걸쳐 있다. 벚꽃나무를 다듬고 노랑원추리와 코스모스를 심어 산책로로 활용하고 있다. 길 폭이 넓어 자전거 길도 만들어 놓았다. 서시천에 관한 전설도 관심을 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영원한 권력을 누리고자 신하인 '서불'에게 불로초를 캐 오라는 명을 내린다. 서불은 9척의 배와 동남동녀 3천 명을 데리고 동쪽인 방장산(지리산 옛 이름)으로 향하고, 서불이 지천에서 잠시 쉬어 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서시천이라고 한다.

출발한 지 세 시간을 걸어 구례안내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센터방문 스탬프도 찍었다. 강변에 조성된 지리산 천왕봉 표지석과 노고단 돌탑을 세워 놓은 작은 공원도 둘러봤다. 점심시간이라 식당에서 기운을 돋웠다. 여유가 있어 구례 전통시장을 들렀는데, 장날이 아닌지라 북적대는 시골장터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조선수군 출정공원에도 들러 이순신의 조선수군 재건로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었다. 지리산둘레길은 산속 길만 걷는 것이 아닌, 마을과 마을을 잇는 소통의 수단으로서, 주민의 삶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서, 그 의미가 깊다 할 것이다.

구례안내센터 지리산둘레길 구례안내센터.
구례안내센터지리산둘레길 구례안내센터. ⓒ 정도길

숲속 길이 없는 지리산둘레길

구례읍내로 진입하는 서시교를 건너 강둑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가로수가 없어 내려쬐는 햇볕으로 걷기에 힘든 구간이다. 강둑길은 하천 수면에서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다. 어림잡아 10여 미터가 넘어 보인다.

구례군은 2020년 8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서시천 제방이 붕괴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섬진강 물이 역류하여 읍 시가지와 주택, 농경지가 침수되는 아픔을 겪었다. 많은 이재민과 엄청난 재산피해도 발생했다. 복구 작업으로 강둑길은 높아졌고, 아픔을 간직한 새 길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묵묵히 받아 주고 있다.

서시교 서시천을 건너는 지리산둘레길 토요걷기 회원들.
서시교서시천을 건너는 지리산둘레길 토요걷기 회원들. ⓒ 정도길

양정마을 앞, 서시천이 섬진강과 만나는 곳이다. 짙푸른 초록 들녘, 호수같이 잔잔한 쪽빛으로 물든 강물,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산자락 능선은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강폭이 넓은 중간에는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못가에 기댄 작은 배 한 척만이 떠나간 주인을 기약 없이 기다린다. 섬진강이 흐르는 이곳 일대는 수달 서식지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보호받고 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하천 생태계 최상층 포식자 수달을 볼 수 없는 아쉬움만 남았다.

섬진강 드넓고 푸른 섬진강엔 작은 섬들이 옹기종여 모여 있다.
섬진강드넓고 푸른 섬진강엔 작은 섬들이 옹기종여 모여 있다. ⓒ 정도길

용호정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둘레길 확인 스탬프도 찍었다. 용호정은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선비들이 모여 한시를 지으며 항일정신을 키운 역사적인 장소다. 일제 탄압과 감시를 피해 시계를 조직하고 기금을 모아 건립했다.

거슬러 올라 정유재란 때는 섬진강을 따라 북상하던 왜군과 싸운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이순신 백의종군로도 이곳 주변을 지나고 있다. 섬진강 건너 볼록 솟은, '자라'를 닮았다는 오산(鰲山)을 바라보며, 우국충절 정신을 배양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구례군 향토문화유산 제3호로 지정돼 있다.

용호정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용호정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용호정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용호정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 정도길

딱딱한 맨땅 길... 지루함과 피로감에 겹쳐 발바닥 물집까지

구례들녘은 봄바람에 우리밀이 하늘거리는 풍경이 아름다운 고장이다. 이맘때 어느 마을을 가도 넘실거리며 춤추는 우리밀을 볼 수 있다. '우리밀'은 우리나라에서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나고, 다음해 초여름 수확하는 국산 밀을 말한다.

우리밀은 수입밀과 달리 병해충이 적은 환경에서 자라 안전성이 높다. 또 유통거리가 짧아 신선하고 소화가 잘 되는 영양학적 특성이 뛰어나다. 원내마을 앞 들판에는 수확을 앞둔 우리밀밭이 풍요로워 보인다. 잠시 쉬어가는 원내마을 건물 벽체에 그려진 원내마을 행복지도 역시 넉넉하고 풍족한 모습이다.

우리밀밭 원내마을 우리밀밭 풍경이 넉넉하고 풍요롭다.
우리밀밭원내마을 우리밀밭 풍경이 넉넉하고 풍요롭다. ⓒ 정도길

오미마을에 도착했다. 구례군에는 마산면 상사마을 쌍산재, 토지면 오미마을 운조루와 곡전재 등 3대 전통 고택이 있다. 이 모두 지리산둘레길 구간에 있어 짬을 낸다면 옛 전통가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지난번에 들렀던 운조루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곡전재를 찾았다. 이 고택은 1929년 건립된 건물로, 구례군향토문화유산 9호로 지정돼 있으며, 현재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

3미터가 돼 보이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진 집안으로 들어서니 아기자기하게 꾸민 정원과 고택이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작은 연못, 온갖 꽃 그리고 여러 식물이 조화를 이룬다. 선조들이 사용하던 수백여 가지의 생활용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옛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문지방, 문창살, 기둥, 서까래 그리고 대청마루 하나하나 옛 모습 그대로 1백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건물이다. 이곳에서는 숙박시설도 겸한다고 하니, 하룻밤 전통가옥에서 힐링하는 시간도 가지면 좋지 않을까 싶다.

곡전재 1929년 건축된 곡전재는 구례 3대 고택 가운데 하나다.
곡전재1929년 건축된 곡전재는 구례 3대 고택 가운데 하나다. ⓒ 정도길

지리산둘레길 난동~오미 구간 18.9km를 6시간 5분을 걸어 종착지인 운조루유물전시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 구간은 푹신한 숲길 대신 딱딱한 맨땅길이 대부분이다. 다른 구간과는 달리 지금까지 걸은 평균치 길이보다 배 가까이 되는 구간이다. 긴 거리는 지루하고 지치게 만든다. 어찌 보면 비탈길이라도 숲길이 편하다. 억새고 굳은 길은 발바닥과 무릎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런 연유일까, 이날 처음으로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루 힘든 여정에 함께 고생한 내 몸과 정신에게 격려 박수를 보낸다.

● 지리산둘레길 난동~오미 구간 경유지 및 시간표(총 18.9km, 6시간 5분)
광의센터(09:30) ~ 구만마을 우리밀체험장(10:05, 3.8km) ~ 연파마을 광의면사무소(10:50, 2.1km) ~ 서시천 생활환경 숲(11:45) ~ 구례센터(12:30, 6.0km) ~ 서시교(13:30, 0.9km) ~ 용호정(14:35, 2.9km) ~ 용두 수달보호구역(14:50, 0.5km) ~ 원내 수달보호구역(1.0km) ~ 원내마을(15:20, 0.8km) ~ 곡전재(15:32, 0.7km) ~ 오미마을 운조루(15:35, 0.2km)/ 약 18.9km

● 방향 : 역방향 걷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여행, 인생여정>에도 실립니다.


#지리산둘레길난동오미구간#서시천#섬진강#구만제#용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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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289.4km 한 바퀴 토요걷기

여행, 인생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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