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다른 곳에서라도 쓰레기가 보이면 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안 어은돌해수욕장에서 해양 정화 활동을 마친 한 학생의 소감이다. 요즘 학교 밖 교육활동은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다. 교사가 학생들을 데리고 학교 밖으로 나가는 순간, 안전 관리와 민원, 책임 문제까지 함께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활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어떤 교사는 아이들과 바다로 갔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을 생각했고, 과학을 배웠고, 함께 움직이는 일의 의미를 배웠다.
학교 밖 교육활동이 조심스러운 시대

▲학생들이 해변 곳곳을 살피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 와이퍼스태안
지난 5월 초, 서산여자고등학교 화학동아리 '맑은화학연구소' 학생 25명은 버스를 타고 태안 어은돌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와이퍼스 태안지부와 함께 해양 정화 활동에 참여했다. 가벼운 나들이도, 형식적인 봉사활동도 아니었다. 학생들은 장갑을 끼고 마대를 들고 해변 곳곳을 걸으며 직접 쓰레기를 주웠다.
'맑은화학연구소'는 충청남도교육청 STEAM 클럽 지원을 받는 동아리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이규연 선생님은 화학동아리 활동을 화학실 안의 실험에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화학이 환경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1년 활동을 설계했다. 큰 흐름은 '문제 인식, 화학 개념과 실험 원리 학습, 실험 수행과 적용'이었다. 이번 해양 정화 활동은 그중 문제 인식의 중심 활동이었다.
화학실 밖으로 나온 과학 수업
활동 전에는 차량 이동과 야외활동, 플로깅 중 주의사항에 대한 안전교육도 이루어졌다. 낚시바늘이나 주사기처럼 날카로운 물건을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안내했고, 학생들이 마실 물도 준비했다. 이규연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텀블러를 가져오게 하고, 학교에서 얼음물을 준비해 현장으로 가져갔다. 작은 준비처럼 보이지만, 학교 밖 활동에서는 이런 준비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현장에 도착한 학생들은 생각보다 많은 쓰레기에 놀랐다. 해변에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낚시바늘, 밧줄, 폭죽, 라이터 등이 있었다. 모래에 파묻힌 밧줄을 빼내기 위해 학생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장면도 있었다. 한 명이 당기고, 또 한 명이 거들고, 결국 여러 학생이 함께 움직여야 했다. 환경문제는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학생들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배운 셈이다.
이규연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해양 쓰레기의 출처와 의미를 확인했다. 학생들은 쓰레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것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지, 씨글라스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았다. 해변은 잠시 교실이 되었고, 쓰레기는 수업 자료가 되었다.
이날 학생들이 수거한 쓰레기의 무게는 총 81.95kg이었다. 줄에 매달아 들어 올리면 무게가 측정되는 장치를 이용해 마대별 무게를 합산한 결과다. 커다란 부표 잔해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였다. 학생들은 환경오염을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체감하며 확인했다.
아이들은 바다에서 무엇을 배웠나
학생들의 소감에도 변화가 담겨 있었다. 한 학생은 "바다에 가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해양오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아서 놀랐고, 이 쓰레기 때문에 피해를 입을 해양생물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다리가 아프고 힘들었지만 점점 쓰레기가 없어지는 것을 보며 뿌듯했다"는 소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활동 이후의 말이었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라도 쓰레기가 보이면 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말고 동네에서도 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반응은 이 활동이 단순한 봉사 시간 확보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규연 선생님은 "내가 관심 있는 활동을 여러 사람과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하나의 쓰레기도 남길 수 없다는 듯 정말 열심히 참여했다"며, 특히 모래에 파묻힌 밧줄을 빼내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또한 학생들이 해양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바다 생물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며 활동을 계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활동은 화학, 환경교육, 창의적 체험활동, 지역사회 협력이 함께 만난 사례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환경문제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손으로 지역의 해변을 정화했다. 담당 교사의 교육적 설계에 학생들의 참여, 학교의 운영 지원, 충남교육청 STEAM 클럽 지원, 와이퍼스 태안지부의 현장 협력이 더해지며 활동은 실제 배움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이 학교 밖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학부모의 신뢰도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좋은 체험학습이 교사의 열정만으로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안전한 운영 체계, 행정적 지원, 지역사회와의 협력 구조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교사의 선의와 헌신에만 기대는 방식으로는 이런 활동이 오래가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서산여고 '맑은화학연구소'의 활동은 학교 밖 교육활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안전한 준비와 학교의 지원, 교육청의 동아리 지원, 지역사회 협력이 뒷받침된다면 체험학습은 여전히 학생들에게 깊은 배움이 될 수 있다.
조심스러워진 체험학습의 시대에도, 학교 밖 배움은 여전히 필요하다. 어떤 과학 수업은 화학실 밖으로 나가야 하고, 어떤 환경교육은 직접 바다 앞에 서야 시작된다.
서산여고 학생들은 그 가능성을 바다에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날 아이들은 환경을 배웠고, 과학을 배웠고, 함께 움직이는 일의 의미를 배웠다.

▲서산여고 ‘맑은화학연구소’ 학생들이 태안 어은돌해수욕장에서 해양 정화 활동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와이퍼스태안
덧붙이는 글 | 체험학습이 조심스러워진 시대입니다. 그만큼 학교 밖 교육활동을 준비하는 부담도 커졌습니다. 그런 가운데 서산여고 ‘맑은화학연구소’의 해양 정화 활동은 지도교사의 교육적 설계, 학생들의 참여 의지, 학교와 교육청의 지원, 지역사회 협력이 함께 만들어 낸 의미 있는 사례로 보입니다. 학생들이 바다에서 느낀 환경의 문제와 실천의 경험이 오래 남는 배움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