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지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인터뷰 1편에서 이어집니다.
"신탁사가 규제받지 않으면 대주단 규제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어"
- 또 다른 공통점은 대주단뿐만 아니라 신탁사도 신탁계정대여금에 대한 연대배상책임을 하청업체들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먼저 신탁사가 이러한 연대배상책임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업을 위해서 빌려주는 PF 대출금을 사업에 안 쓰고, 다른 데 써 버리면 큰 일이 나지 않겠나? 그래서 시행사의 다른 재산들과 PF 대출금을 분리해서 PF 대출금으로 공사비를 지급하는 등 사업 목적에 맞게 쓰도록 관리하는 업무를 신탁사가 하는 것이다. 신탁법상 이런 관리업무를 맡은 신탁사는 자기가 시행사에 돈을 빌려주는 등 사업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면 안 되는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다. 그런데 관리 행위로만 얻을 수 있는 수수료는 낮다. 그래서 신탁사들이 고안한 것이 있다. 부동산이 활성화될 때 자기들도 더 돈을 벌기 위해서 '나도 책임준공의무를 부담을 할 테니, 즉 나도 PF 대출에 대해 연대보증을 설 테니 수수료를 더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자기 수수료를 높일 목적으로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겠다고 한 것인데, 처음부터 '신탁사가 이렇게 하면 이해상충행위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신탁법에 부합하는가?' 등의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일단 PF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묵시적으로 허용되었다. 그렇게 되고 나자 어떻게 됐냐 하면, 신탁사들이 자기의 책임준공 기한을 시공사의 책임준공 기한보다 6개월 뒤로 설정했다. 게다가 원래 계약했던 시공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도과해서 신탁사도 책임준공 책임을 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자기도 사업에 돈을 넣을 수 있도록 계약서에 녹였다. '내가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니 사업을 성공하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내 돈을 넣는 게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결국 신탁사는 자기에게 관리업무를 맡긴 시행사에 자기의 돈을 빌려주고, 자기가 빌려준 그 돈을 자기가 집행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처음 PF 계약을 할 때 시공사의 책임준공과 관련해 하청업체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고,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기한을 도과해서 신탁사가 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것에 대해 하청업체도 연대보증을 져야 한다는 것을 신탁계약서에 넣어 놓은 것이다."
- 방금 얘기한 것처럼 신탁사는 PF 대출의 주체인 시행사의 공사비나 분양대금 등을 관리하는 곳인데 현행법상 신탁사가 하청업체에 신탁계정대여금에 대한 연대배상책임을 요구할 수 있나?
"그것이 지금 첨예한 부분이다. 저희는 그것을 '대여행위'라고 보고 있다. 신탁사는 공사를 완성하기 위해 돈을 빌려주고 사업이 더 위험해졌으니까 이자는 더 높게 받겠다고 한다. 실제로 신탁사가 받는 이자율이 대주단에서 받는 이자율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신탁사는 자신의 책임준공의무를 면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어쩔 수 없이 투입한 후 사업이 다 종료된 이후에 그 손해에 대해 책임있는 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형태로 자금을 집행한 것이 아니다. 자금을 투입할 때 원금 규모와 이자, 변제일을 다 정하기 때문에 시행사에 대한 대여행위인 것이 분명하다.
더욱 심한 것은, 대주단 대출은 하청업체가 최초 연대보증을 할 때 그 원리금이 결정되어 있고 그에 대한 부동산 담보도 확정되어 있다. 그런데 신탁사의 이 사후적인 대출은 얼마를 투입할지 전혀 정해져 있지 않다. 하청업체는 시공사와 신탁사가 자신들의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사정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예상할 수도 없고 금액의 제한도 없는 신탁사의 대출금액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신탁사가 자신의 지위를 악용하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 신탁사는 PF 대출 자금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자로서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시공사가 책준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방해할 수 있고,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위반하면 시공사와 수급사업자는 대주단의 원리금뿐만 아니라, 신탁사가 시행사에 빌려주는 자금에 대해 무제한적인 연대책임이 발생한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신탁사는 시공사 책임준공의무 위반 직후부터 자기자금을 마음껏 고리로 투입해서 자신의 책임준공의무는 준수해 PF 대출에 대한 책임구조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신탁사는 신탁사 마음대로 대체시공사를 선정해서 공사를 마무리하기도 하는데, 이 때에는 그 이전과는 다르게 공사비가 너무 쉽게 지급되는 경향도 확인했다. 또한 신탁사 임원이 대체시공사로 이직하는 등 신탁사와 대체시공사 간의 상당한 유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천정부지로 늘어난 공사비에 대해 하청업체가 모두 책임지게 되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런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신탁사의 이해상충행위가 허용되는 PF 구조 때문이며 적어도 금소법은 적용되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대여행위에서 제3자에게 연대보증을 시키지 말라는 것이 금소법의 취지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대주단을 규제한다면 당연히 신탁사에 대해서도 하청업체에 연대보증 책임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신탁사는 자기 돈을 투입하는 것이 왜 대여냐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것에 대한 선례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금융당국조차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반응한 점이다. '신탁사가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한 뒤에 그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한다는 이유로 자기 돈을 엄청 넣고, 그것에 고리의 이자를 부과하고, 그것을 못 갚으면 하청업체가 함께 책임지도록 하는 구도까지 발생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금소법에서 규제할 수 없는 행위냐?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신탁사가 그렇게 돈을 빌려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신탁법 위반이나 대부업법 위반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대부업법 위반의 사안이 아닌 정상 대출이라면 금소법 규제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신탁사가 규제받지 않으면 대주단을 규제하는 것의 실효성은 매우 적어진다. 대주단은 신탁사에 책임을 미루고, 신탁사는 대주단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과 자기가 독자적으로 투입한 금액을 모두 합쳐서 하청업체에게 연대보증 책임을 지우기 때문에, 신탁사를 규제하지 않으면 대주단에 '하청업체는 연대보증인으로 세우지 말라'고 규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대주단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동시에 신탁사도 같이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청업체에 PF 대출 원리금과 PF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서 투입된 금액들에 대해서 하청업체에 연대보증을 시키지 말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집행하지 않으면 그들을 전혀 보호할 수 없다."
"K사는 거래정지됐고, 거래정지된 지 2~3주 만에 기업회생에 들어갔다"
- 이러한 문제가 신탁사들이 수수료가 낮은 '관리신탁'에서 벗어나 '책임준공 신탁' 등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추세와도 관련 있는 것 아닌가?
"완전히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원래의 목적에 따라서 관리형 신탁만 하면 신탁사가 그렇게 억지로 연대보증인을 세우라고 할 이유가 없다. 이 사건의 PF 구조에서 보면 대주단이 연대보증인을 찾아오라는 것도 있지만, 누구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울지를 결정하는 데에서 시행사를 대행하는 신탁사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다.
신탁사들이 자기 자본금이나 매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PF 대출에 책임준공을 명분으로 들어가서 소송도 엄청나게 많이 걸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융기관이 해야 할 리스크 판단 등을 도외시하고 리스크가 발생하면 하청업체에 책임을 지우겠다는 편의적인 생각으로 지나치게 많은 사업을 벌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 대주단의 연대보증 요구나 신탁사의 연대배상 요구가 일명 '책준관토'(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와 관련돼 있는 건가?
"그렇다. 물론 그것만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이 많이 활성화되면서 하청업체까지 연대보증을 시키는 경우가 확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 신탁사는 하청업체들에 대해 가압류, 가압류 해제 조건부 공증약정 등의 수단을 동원해 신탁계정대여금과 이자를 하청업체들이 대납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신탁사가 자신들이 부담한 책임준공을 위해 지출한 비용까지 '연대배상 의무'라는 이름으로 하청업체들에 부담시키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시행사가 못 갚는 이자가 있으면 보통은 시공사가 갚는데, 시공사도 책임지기 어려워진 상태에서는 시공사가 있더라도 연대보증인이라는 이유로 하청업체들에 '네가 이자를 갚아라'고 요구하고 있다. '너희가 책임준공에 대해서 연대보증했으니까 책임준공이 안 되면 너는 공사비를 못 받는 정도가 아니라 대주단 원리금, 신탁사 원리금 전체에 대해서 연대보증 책임을 져야 하고, 공사비 지급도 안 할테니까 네 돈으로 공사해라.' 이렇게 된다. 하청업체 처지에서는 돈을 안 줘도 책임준공이 안 되면 자기(하청업체)가 연대보증 책임을 엄청나게 지게 되니까 자기 돈을 투입해서 공사하게 된다. 이게 첫 번째로 나타나는 갑질이다.
두 번째 갑질은 시행사가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할 때 이자를 하청업체에 대납시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시공사가 부도가 나고, 아니면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못해서 사업을 다 맡기기 어려울 때 신탁사가 대체 시공사를 데려와서 공사비가 엄청 늘어났을 때 '이번 공사비가 540억 원 드는데 그 중에서 130억 원은 네가 부담하라'고 하는 것이 세 번째 갑질이다. 여기에다 만약에 공사비를 분양대금으로 못 받으면 그때는 그 금액(공사비)도 책임지게 한다.
결국은 이렇게 '갑질 4종세트'가 발생하게 된다. 심지어 일부 PF 현장에서는 있어서는 공사비도 지급받지 못하고 공사를 하고 있는 연대보증 하청업체에게 미분양 물건을 강매하기도 했다. 해당 물건의 시세는 강매당한 시점보다 40% 넘게 하락해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가?
하청업체는 얼마의 공사대금이라도 받기 위해서 연대보증까지 서고, 자기가 공사한 부분에 대한 공사비도 못 받고, 원래 계약했던 금액보다 2~5배 되는 금액을 공사 완성을 위해 쓰고, 더 나아가서 분양이 실패하면 그 분양 실패에 대한 책임까지도 다 연대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자제한법상의 이자랑 비교해도 자기가 원금을 빌린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비교할 수 없게 너무 많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 근데 그 이자가 얼마나 되나?
"이자는 그때 그때 달랐는데, 제가 본 사례들을 보면 대주단이 5~6%였다고 하면 신탁사는 나중에 투입한 금액에 대해 그것보다 2% 정도 더 높다(7~8%). 만약에 이자 연체가 일어나면 그것보다 2~3%(9~10%) 더 높아진다.
- 그러면 하청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은 최대 9~11%대 정도가 되는 건데.
"이자율만 보면 그렇다. 10억 원 벌려고 들어갔다가 300~500억 원을 쓰고, 연대보증 면책이 안 되면 500~700억 원의 리스크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에 계속 묶여 있게 된다. 이런 패턴이 거의 다 비슷하다. 자기가 얻으려고 했던 수익에 비해서는 100배 넘는 책임, 얻을 수 있었던 매출을 기준으로 10배 이상의 책임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를 이자율로 환산하면 1000%가 될 수도 있다."
- 이자율 1000%면 사채보다 훨씬 높은 건데.
"요즘에는 여러 규제로 인해 사채를 써도 그렇게 쉽게 망하지는 않는데, 여기는 지금 다 망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희가 대리하는 업체들 중에 K사는 상장회사가 거래정지됐고, 거래정지된 지 2~3주 만에 기업회생에 들어갔다. S사도 처음 저희를 찾아왔을 때 '길이 없다면 기업회생 신청하겠다, 회생도 안되면 파산하겠다' 했다. Y사는 매월 7000만 원씩 갚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이 20억 정도 수준인데, 영업이익을 모두 신탁사에 바치고 있는 것이다. Y사는 심자어 하청업자가 되고 싶어서 연대보증을 했지만 하청업자조차 되지 않은 완전한 제3자이다."
"신탁사는 금소법의 규제를 안 받는다고 주장한다"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지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관련법령이나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따르자면 대주단과 신탁사가 공사의 일부를 위탁받아 시공하는 하청업체에 연대보증이나 연대배상을 요구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해 대주단과 신탁사는 어떤 의견인가?
"주요 대주단은 어느 정도 잘못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신탁사에 책임을 떠넘기기는 하지만, '금소법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면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 신탁사는 자기는 금소법의 규제를 안 받는다고 주장한다."
- 신탁사는 아예 금소법 규제를 안 받는다?
"금소법에 있는 '대여'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는 금소법의 규제를 안 받아서 연대보증을 요구할 수 있다는 태도다."
- 대주단이나 신탁사는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 위반,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이러한 연대보증과 연대배상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던데 이는 하청업체와 무관한 사유 아닌가?
"맞다.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위반하면 하청업체가 바로 같이 연대책임을 지는 구조로 계약이 설계되어 있다. 전체 공사의 10%, 20%를 담당하는 하청업체는 자기가 맡은 공사를 아무리 잘해도 전체 공사가 일정대로 진행되는 것을 보장할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연대보증책임을 진 하청업체는 정말 '제3자'인 것이다.
설사 하청업체가 자기가 하는 공사에 한해서 책임준공의무를 위반했을 때 연대보증 책임을 진다 해도, 그 연대보증 범위가 전체의 대출 원리금과 신탁사가 추가 투입하는 금액에 대해 제 한없이 책임지게 되는 것이 타당한가? 이것도 논란이 될 수 있는데 지금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하청업체로서는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조건을 전제로 책임지게 돼 있어서 문제다.
더욱 더 충격적인 것은 약속돼 있던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서 공사가 만약에 늦어지면 그것은 분명하게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은 쪽의 책임인데, 그런 경우에도 하청업체에 책임을 지운다는 점이다. 지금의 이 구도에서는 어떻게까지 될 수 있냐 하면, 자금 집행을 담당하는 신탁사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고의적으로 시공사의 책임준공의무 위반까지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연대보증한 하청업체는 함께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런 구조에서 일부 하청업체들은 시공사가 책임지지 못한 부분까지 자기 돈을 들여서 책임준공을 완료하기도 한다. 그럼 자기가 받기로 한 매출의 3배 넘는 금액을 투입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연대보증의무를 면해도, 미지급된 공사비와 추가 투입한 자기 돈을 받는 데에서는 최후순위로 밀린다. 제일 후순위로 갚아주게 돼 있어서 사실상 돈을 빼앗기는 효과가 난다. 만약에 공사비 지급에 차질을 빚어서 전체 공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했다면 연대보증을 지게 돼 있으니까 계속 대주단이나 신탁사의 볼모로 잡혀 있게 되는 것이다.
물류센터나 지식산업센터 등 지금 짓고 있는 건물에 대한 경기가 안 좋아져서 성공적으로 분양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 된다면 대주단과 신탁사가 고의적으로 시공사와 하청업체의 책임준공의무 위반을 만들어서 준공 실패가 아니라 분양 실패의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제보도 많이 있다."
"추가적인 갑질은 신탁사를 통해서 더 많이 이루어진다"
- 또한 S사, K사, Y사의 사례들에서 보면 K사는 미분양된 부동산 약 227억 원 상당을 매입하는 계약까지 맺었다. 왜 하청업체가 추가공사비도 부담하고, 연대보증과 연대배상책임까지 지면서도 이렇게 미분양된 부동산까지 매입할 수밖에 없나? 이런 책임을 지우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하청업체들은 처음에 '내가 계약을 잘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그 다음에는 '대형로펌들이 그런 계약구도를 다 작성했으니 그걸 지켜야 하나 보다' 하면서 끌려다녔다. 솔직히 공정거래법이나 금소법까지 가지 않더라도 민법으로 보더라도 급부간(양쪽)의 불균형이 커서 하청업체가 전체를 다 책임지는 것으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급부간의 불균형이 너무 커서 이것의 책임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는 것이다. 즉 보증인의 책임범위가 지나치게 과다하므로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돼야 한다고 판단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 판단을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그 전에 대주단이나 신탁사가 언제든지 가압류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탁사가 주로 가압류를 무기로 압박을 많이 하고 있다. 공사비를 부담시키거나 미분양된 부동산을 인수하도록 하는 갑질들은 다 '가압류하겠다'고 압박하거나 실제로 가압류한 뒤 그것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 Y사의 경우 실제 공사를 수주도 못했는데도 PF 대출계약에서 시공사 겸 연대보증인으로 날인했고, 이후 신탁사가 시공사를 바꾸면서 최종적으로 공사도 수주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날인한 연대보증책임 때문에 신탁사가 추가로 투입한 자금 22억5000만 원을 피담보채무로 한 뒤 가압류를 설정하고 이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매월 7000만 원씩 상환하게 하거나 PF대출 이자 8300만 원을 대납시킨 것은 정말 악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저희가 서류를 확인했을 때는 Y사가 분명히 처음에는 하청업체로 들어가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Y사가 시공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류상으로는 공동 시공자로 작성돼 있었다. 게다가 공동 시공사는커녕 하청도 못 받았다는 것을 대주단이나 신탁사도 다 알고 있는데, 거기서 제외해주지 않고 그렇게 연대보증책임을 지웠다.
제가 검토하기에는 신탁사도 대주단도 하청업체가 연대보증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류 상으로 Y사를 시공사로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신탁사나 대주단 모두 하청업체를 연대보증인으로 만든 것을 내심 찔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허위서류를 작성해서 PF대출을 일으킬 수 있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해당 사건의 대주단은 일반 금융회사가 아닌 공공기관이다."
- Y사의 경우는 이런 일이 현실에서 진짜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저도 믿기지 않는다. Y사나 다른 하청업체들 모두 처음에 꼬시는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공사를 수주하려면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대보증을 서더라도 별 탈 없을 것이다.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청업체들이 연대보증 책임을 질 때 들었다는 얘기가 이렇다. '이것을 해줘야 공사를 딸 수 있고, 별탈없이 공사가 되면 너한테까지 책임이 안 온다.' 이런 말에 속아서 계약을 체결하는데, Y사도 그렇게 체결했다가 아무 공사도 수주하지 못했다. 그런데 연대보증 책임에서 안 빼주고 있는 상황에서 거기(대주단이나 신탁사)에서 오히려 '계약은 계약이니까 가압류하겠다'고 나온다. 가압류되면 다른 거래가 끊기니까 어쩔 수 없이 계속 합의서 써주고, 그로 인해 빠져 나갈 수 없어 계속 묶여 있게 된다."
- 이렇게 대주단이나 신탁사가 PF사업에서 하청업체들에 이렇게 많은 채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약탈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그냥 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월 7000만 원씩을 내는데, 그 회사가 잘할 때 영업이익이 연 20억 원이라면 그것을 다 주고 있는 것이다. 2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려면 250~300억 원의 매출이 나야 한다."
- 하청도 못 받았던 Y사는 지금 월 7000만 원씩 내고 있나?
"내고 있다. 하지만 제재 방안이 확실히 나오면 Y사의 경우 그것을 더 이상 내지 않으면서 무효 확인도 받아 계약을 취소하거나 손해배상 청구로 상계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 보려고 한다. 아직 제재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의를 제기하면 언제 가압류될지 모르니까 내고 있다. 7000만 원씩 내도록 만든 곳은 신탁사다. 보통 대주단이 압박하지만 중간에 신탁사가 있어서 하청업체에 대한 추가적인 갑질은 신탁사를 통해서 많이 이루어진다. 대주단은 신탁사에 책임을 넘기고 신탁사는 그것을 다 합쳐서 하청업체에 책임을 묻는 구조다. 대주단은 신탁사가 하청업체를 압박해서 공사비도 끌어오고, 미분양 부동산도 사게 하니까 계속 '잘한다'고 하고 있다."
"한 달에 1억 원씩, 7000만 원씩 갚아야 한다"?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지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이것은 '대주단-보스, 신탁사-행동대장'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조폭의 세계'와 같다. 하청업체들은 자신들이 하청받은 공사비보다 훨씬 많은 채무액에 대해 연대보증책임과 연대배상책임을 무거운 부담을 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하청업체들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나?
"결국 약정했던 공사비를 지급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자기 자금을 더 들여서 시공사가 완성해야 할 공사를 완성하고, 심지어 미분양 물건을 사주기까지 한다. 그렇게까지 해서 사업을 성공시키려고 하지만, 단 하루라도 시공사 책임준공기간을 도과하면 모든 책임에 대해 무제한의 연대보증책임을 지게 되고, 만약에 분양률이 생각보다 안 나오거나 대주단이 분양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공매로 처분해 버리면 못 갚는 대출 원리금과 신탁사 투입 자금에 대한 원리금을 다 책임져야 할 위험에 놓인다.
그러면 하청업체들은 늘 가압류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대주단이나 신탁사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하고, 그 중에는 미분양 물건을 강매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압류 등으로 겁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연대보증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한 회계적으로 준비금 같은 걸 쌓아야 하니까 재무구조와 신용이 굉장히 안 좋아진다. 이렇게 연대보증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금융기관에서도 신용평가할 때 이자를 더 올리거나, 대출을 회수하거나, 추가 대출을 안 해주게 된다.
그러다가 가압류까지 걸리면 기존 거래처가 그것을 알게 된다. 신탁사는 업계 상황을 뻔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거래채권을 가압류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회사가 삼성이랑 거래하고 있다면, 삼성한테 통지가 가도록 가압류한다. 그러면 가압류를 당한 것이 바로 알려지고, 삼성이 '나 너랑 거래 못해'라고 하는 상황에 빠지고, 하청업체는 온갖 불이익은 다 당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죽거나 책임을 지거나, 아니면 그것을 면하기 위해서 한 달에 1억 원씩, 7000만 원씩 갚아야 한다.
S사는 신탁사한테 한 달에 1억 원씩, 20년 동안 240억 원을 갚는 데 합의하자는 요구를 받았다. 그렇게 천천히 죽거나 완전히 볼모가 잡히거나, 모든 것을 털기 위해서 기업회생을 신청하게 된다. 기업회생을 신청하면 신용과 거래를 다 들어먹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 그런 극한 피해의 대표적 사례가 K사인 것 같다. K사는 두 건의 건설현장에서 각각 106억 원과 162억 9000만 원의 공사를 하도급받았으나 대주단과 신탁사에 각각 970억 원과 300억 원, 1540억 원과 741억 원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 책임을 지고 있다. 특히 K사는 상장회사여서 도산할 경우 약 2만 명의 소액주주들도 피해를 입는 것 아닌가? 연대보증 책임의 규모도 가장 큰 사례였는데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데까지 왔다.
"그렇다. 피해 규모가 컸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니까 제일 먼저 못 버틴 것이다."
- K사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그렇게까지 됐는데, 다른 업체들도 그렇게 될까?
"만약에 오늘 내일이라도 누군가가 가압류를 걸면, Y사는 매월 7000만 원씩 갚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갚게 되거나, S사은 신탁사나 후순위 대주단이 '계약은 계약이니까'라면서 가압류를 하면 거래처가 다 끊기고 바로 기업회생이나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 이런 PF 구조에 물려 있는 회사들은 다 전부 그렇게 될 수 있다. 목표했던 매출액 대비 10배, 목표했던 이익 대비 100배 넘는 위험에 노출되다 보니까 한 건으로도 기업회생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