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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주도성
교사주도성 ⓒ 김대성(Ai생성)

수업 잘하는 교사가 어떤 교사인지, 오래 생각해왔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교단과 교육행정 현장에서 보내면서 하나의 확신이 생겼다. 수업이 살아있는 교실에는 반드시 살아있는 교사가 있다. 그리고 그 교사는 예외 없이 자기 수업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이었다. 지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지침을 해석하고 자기 교실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사람. 바로 그 차이가 아이들의 배움을 갈랐다.

개정 교육과정이 꺼내지 않은 말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인재상으로 내세운다. 자신의 삶과 학습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주도성을 함양하는 것이 교육과정의 핵심 방향이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목표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빠진 것이 있다. 그 학생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 즉 교사의 이야기다.

학생의 주도성이 발휘되려면 교사 주도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현장 교사라면 누구나 몸으로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책은 자꾸 학생 주도성만 말한다. 각종 지침으로 '하지 말 것'을 강제하는 구조 속에서 교사가 주도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고 학생 주도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교사가 먼저 교육의 주체로 서지 못하는 구조에서 학생 주도성은 구호에 머문다.

교사 주도성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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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주도성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교사가 스스로 교육과 전문성 개발의 주체로 인식하고, 긍정적인 목표를 설정하며, 성찰하고, 학생과 교육공동체에 대해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이다. 쉽게 말하면, 내 교실에서 내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이다. 그 판단의 근거가 전문성이고, 그 판단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자율성이다.

이 둘은 분리되지 않는다. 전문성 없는 자율성은 방임이고, 자율성 없는 전문성은 결국 소진된다. 교사가 주도성을 발휘하려면 교육과정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재구성하는 능력, 교과 내외를 아우르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 교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공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 많은 교사들이 전문성은 갖추고 있으면서도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다. 그 간극이 교사를 지치게 만들고, 결국 아이들의 배움을 빈곤하게 만든다.

교사는 교육과정의 해석자이자 설계자다

교육과정을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람은 국가도, 전문 연구자도 아닌 교사다. 교육과정은 문서지만 수업은 살아있는 현실이다. 그 간극을 메우는 사람이 교사다. 아무리 훌륭한 학생 주도성 교육과정이라 해도, 그 핵심 가치가 교사의 일상 수업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기 전까지는 한낱 죽어있는 문서에 불과하다.

같은 교육과정을 손에 들고도 어떤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수업을 설계하고, 어떤 교사는 교과서 순서를 그대로 따른다. 어떤 교실에서는 틀린 답이 더 흥미로운 토론의 출발점이 되고, 어떤 교실에서는 틀리는 것 자체가 두렵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교재도, 플랫폼도 아니다. 교사가 교육과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수업으로 설계하느냐에 달려있다. 학생이 주도하여 깊이 있는 학습이 되도록 교사가 수업을 디자인하고 적용하는 것, 그것이 교사 전문성의 핵심이다.

미래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AI가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대, 교사가 해야 할 일의 무게 중심은 달라진다. 지식을 먼저 아는 사람에서, 배움의 경험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사람으로. 이 전환 안에서 미래 교사의 역할은 네 가지로 구체화된다.

첫째, 촉진자다.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고 탐구의 불씨를 살리는 사람이다. AI는 답을 주지만 교사는 질문을 설계한다. '왜?'라는 물음을 학생 스스로 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촉진자로서 교사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둘째, 연결자다. 학생과 지식, 학생과 세계, 그리고 학생과 학생을 잇는 사람이다. OECD는 '교육 2030' 프로젝트의 학습나침반(Learning Compass)에서 학생의 행위주체성이 실현되려면 교사, 부모, 친구, 지역사회가 협력적으로 역할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사는 그 연결의 중심에 서 있다. 교실 안의 배움이 아이의 삶과 이어질 때, 학생은 배움의 이유를 스스로 발견한다.

셋째, 격려자다. 실패 앞에서 멈추는 학생 곁에 서서 다시 시도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교육철학자 듀이가 강조했듯 사고하는 힘은 매끄러운 정답 속이 아니라 직접 부딪히는 경험 속에서 자란다. "틀려도 괜찮아, 다시 해봐." 이 말이 살아있는 교실에서만 학생은 진짜 도전을 배운다. 학생에 대한 지지와 격려, 상호작용과 소통이 수반될 때 학생이 간직한 주도성이 비로소 발현된다.

넷째, 멘토다. 무엇을 배울지를 넘어 어떤 사람으로 자랄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다. 수업 시간 말이 줄어든 학생의 표정, 질문을 삼키는 눈빛, 발표 직전의 떨림. 학생들을 격려하고 이끌어주며, 사회·정서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은 데이터가 아니라 오직 관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AI는 이 자리를 채우지 못한다.

교사 주도성을 되돌려줄 때 교실이 바뀐다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은 교사에게 더 많은 연수와 지침을 쌓아올리는 일이 아니다. 교사가 자신의 전문성을 믿고 교실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자율성을 보장하는 일이다. 교육과정 자율화의 가장 중요한 취지는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자율권의 확대에 있다. 그 취지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때, 수업이 살아나고 학생도 비로소 배움의 주체로 일어선다.

학생 주도성을 정책의 목표로 삼는다면, 그 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부터 만들어야 한다. 교사 주도성의 회복, 그것이 시작이다. 교사가 교육과정의 설계자로 당당히 설 수 있을 때, 한 사람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에 닿는 교실이 비로소 완성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에도 실립니다.


#학생주도성#교사주도성#2022개정교육과정#교육과정설계#미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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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ewwe99) 내방

현장 중심 교육을 고민하는 초등학교 교감이자 교육 칼럼니스트. 교육청 장학사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정책과 학교 현실의 간극을 분석하며, 다양성 교육·교육활동 보호·공교육 회복을 주제로 미래교육의 방향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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