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감 선거 ⓒ 김대성(Ai 생성)
교육감 선거가 다가오면 늘 비슷한 풍경이 반복된다. 화려한 공약과 구호, 익숙한 슬로건과 이미지 경쟁이 이어진다. 그러나 교육은 선명한 말 한마디로 바뀌지 않는다. 학교의 변화는 교실의 공기와 교사의 표정, 학생의 하루 속에서 확인된다. 그래서 교육감 선거는 사람의 이름보다 교육의 방향을 묻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교육감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가 아니다. 학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교사를 어떤 존재로 이해하는지, 학생의 성장을 무엇으로 정의하는지에 따라 지역 교육의 풍경은 달라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응원이나 진영 논리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기준으로 한 질문이다. 다음 다섯 가지 질문은 후보자의 교육 철학과 정책의 실효성, 그리고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를 검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학교를 관리할 것인가, 지원할 것인가?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가운데 하나는 '교육보다 행정이 많다'는 한숨이다. 각종 사업과 공문, 실적 관리와 보여주기식 정책은 교실의 시간을 조금씩 잠식해왔다. 학교는 교육기관이지만 때로는 행정기관처럼 움직이고, 교사는 수업과 생활지도보다 문서와 시스템 앞에서 더 오래 머물기도 한다.
교육청은 학교를 관리하는 기관인가, 아니면 학교가 교육에 집중하도록 지원하는 기관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업무경감 논쟁이 아니다. 교육행정의 철학을 묻는 질문이다. 과도한 목적사업과 단위학교 전가형 정책을 줄일 의지가 있는가. 학교 민원과 행정 부담을 교육청이 보다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 AI와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해 행정업무를 혁신하고, 교사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감한 지원 체계를 구축할 생각이 있는가?
좋은 교육청은 일을 내려보내는 조직이 아니라, 학교의 짐을 덜어주는 조직이다. 교육감은 학교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학교가 움직일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사람이어야 한다.
교사를 통제할 것인가, 전문직으로 신뢰할 것인가?
학생 주도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그러나 학생이 자기 삶과 배움을 스스로 이끌어가려면, 먼저 교사가 자기 수업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살아있는 교실에는 살아있는 교사가 있다. 지침을 그대로 수행하는 교실보다, 학생과 지역의 특성을 읽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교실에서 배움은 더 깊어진다.
교사를 단순한 정책 수행자가 아니라 교육과정 설계자이자 전문직으로 존중할 것인가?
이 질문의 핵심은 자율성과 책임의 균형이다. 획일적 실적관리와 보여주기식 평가를 줄일 생각이 있는가. 교사 연구문화와 전문성 성장을 위한 지원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현장 교사의 의견이 정책 결정 과정에 실제로 반영되는 구조를 마련할 의지가 있는가.
교육은 매뉴얼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교사의 전문성과 관계의 힘이다. 교사를 믿지 않는 교육정책은 오래갈 수 없다.
교육활동 보호를 선언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는가?
최근 학교는 악성 민원과 교육활동 침해, 학교폭력과 갈등 증가 속에서 적지 않은 긴장과 피로를 겪고 있다. 교사의 교육활동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손상되는 것은 학생의 배움이다. 그래서 교육활동 보호는 특정 직업군의 이익이 아니라 학교 공동체를 유지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문제다.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어떤 시스템으로 만들 것인가?
중요한 것은 사건 이후의 위로나 구호가 아니다. 예방과 초기 대응, 법률·심리·행정 지원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다. 학교 민원 대응 체계는 얼마나 기관 중심으로 작동할 것인가.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청 차원의 실질 지원은 무엇인가. 학교 관리자와 담임교사가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만들 것인가.
교권은 권위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활동 보호는 결국 학생의 학습권과 학교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이다.
AI 시대, 기술을 들여오는 데서 끝날 것인가?
AI와 디지털 기술은 이미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검색창처럼 사용하고 있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활용 역량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래교육은 기기를 많이 사는 경쟁이 아니다. 기술의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의 방향이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학생 성장과 교사 전문성 향상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디지털 과의존과 정보격차, 개인정보 보호와 AI 윤리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있는가. 교사의 AI 역량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질 높은 연수와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기술이 교사를 대체하는 논리가 아니라, 교사의 수업과 관계 형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는가.
AI는 정답을 더 빠르게 만드는 기술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은 정답을 생산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래서 미래교육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
학생의 삶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교육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학교는 시험 점수만을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다. 오늘의 학생들은 학업 경쟁뿐 아니라 정서 불안, 관계 갈등, 스마트폰 과몰입, 진로 불안과 같은 복합적인 문제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어떤 아이는 높은 성적 속에서도 외롭고, 어떤 아이는 학교 자체를 버겁게 느낀다.
학생의 성적뿐 아니라 삶과 마음을 돌보는 교육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기초학력 보장과 맞춤형 교육, 정서·심리 지원과 사회정서교육, 학교 밖 위기학생과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위한 지원 체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기초학력 보장과 교육격차 해소를 분리된 과제가 아니라 학생의 배움과 성장, 학교의 본질을 함께 떠받치는 교육의 핵심 과제로 바라보고 있는가.
교육은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좋은 학교는 시험을 잘 보는 학생만 만드는 곳이 아니라, 자기 삶을 사랑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갈 힘을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는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간다.
이 후보는 학교를 더 바쁘게 만들 사람인가, 아니면 더 교육답게 만들 사람인가?
우리가 찾는 교육감은 화려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이 아니다. 학교의 현실을 정확히 읽고, 교사를 신뢰하며, 학생의 하루를 더 건강하고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이미지보다 교육 철학과 학교를 바라보는 기준이 먼저인 선거, 그것이 교육감 선거가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