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호의에 대하여, 현대문학 내가 산책과 선물로 받은 책
호의에 대하여, 현대문학내가 산책과 선물로 받은 책 ⓒ 정현순
지난주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받고 미리 정해 놓은 첫 사용처로 동네 서점으로 정했다. 몇 년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들어선 서점의 풍경은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마치 처음으로 만나는 신세계처럼 느껴졌다. 코너별로 볼거리로 가득했다.

난 책을 주로 사서 읽는 편이다. 특별한 책벌레는 아니지만 그냥 책이 좋고, 책에서 나는 냄새도 좋다. 또 지난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기도 하고 한번 읽을 때보다 여러 번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책을 사면 다른 것을 살 때보다 만족감이 큰 것도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한 가지이기도 하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읽어도 되는 큰 장점이 있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노년에 접어들면서 책 읽기를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서점을 찾아야지 생각하면서도 집에서 주문하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매번 생각만으로 그쳤다.

AD
이런 이유로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받을 때 일부러 광명시 지역 화폐인 광명사랑화폐로 충전 받았다. 그럼 미루지 않을 거란 마음에서다. 마침 내가 사는 광명시에서는 시민들의 풍요로운 독서 생활을 지원하고 우리 동네 서점에 활력을 주기 위해, 지역 서점에서 도서를 구입하면 도서구입비 10% 캐시백 이벤트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이 또한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오전 중이라 다른 사람은 없었고 유일하게 나 하나였다. 누워 있는 책, 서 있는 책, 베스트코너 등 천천히 보고 있었다. 그런 풍경은 인터넷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책을 보고, 만져보고, 한두 장 넘겨보기도 했다. 새로웠다.

그때 책방 여사장님이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가요?" 하며 묻는다. "아 네 문형배의 <호의에 대하여>를 보려고요" 했다. 주인은 컴퓨터에서 책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그 책을 찾아서 준다. 대충 흩어 보고는 계산대로 갔다.

주인은 다시 묻는다. "혹시 회원등록을 하셨는지요?" "워낙 오래돼서 있나 모르겠네요" "전화번호 뒷자리가 몇 번이세요?" 다행히 아직 살아 있었다. 그것도 지금의 주인 권유로 등록해 놓은 것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주인이 "아주 오랜만에 오셨어요" 한다. "그렇죠, 오랜만에 왔지요, 제가 책을 주로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서점을 이용하려고요" 하니 그가 웃는다.

그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나도 궁금한 점이 생각나는 대로 물어보기도 했다. 책이 많다고 하니 그는 요즘 너무 안 되어서 문 닫고 싶은 생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책 읽는 사람도 줄고 있으니 책 사는 사람도 자연히 많이 준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도서관마다 시설이 너무 잘 되어 있으니 구태여 비싼 책을 누가 사려고 하겠어요" 말하기도 했다. 하긴 책값이 많이 비싸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책을 좋아하면 이 책도 읽어보세요" 하면서 현대문학책을 내민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우리 동네 서점을 나섰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차이점이 분명했다. 오랜만에 책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뿌듯하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우리동네 서점을 찾을 생각이다.

은퇴 전후의 6070 시니어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첫사용처#동네서점#피해지원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