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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요양원에 계신 장모님을 2년 넘게 꾸준히 찾아뵈며 느낀 생각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늙어간다는 것과 가족의 마지막 시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천의 한 요양원. 내가 사는 천안에서 장모님이 계신 인천의 요양원까지는 왕복 180여km. 짧지 않은 거리다. 우리는 거의 2주에 한 번씩 그 길을 간다. 처음에는 단순히 장모님을 뵈러 가는 길이라 생각했다.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을 찾아가는 평범한 병문안. 그 정도로만 여겼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조금씩 다른 것을 보기 시작했다.

그곳은 단순히 아픈 노인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었다. 사람이 늙어가는 시간을 가장 천천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요양원에서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늙지 않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작아진다. 볼살이 빠지고, 손등의 핏줄이 선명해지고, 식사 시간이 길어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어제의 기억과 오늘의 기억이 서로 자리를 바꾸기 시작한다.

장모님을 뵈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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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변화를 2주 간격으로 반복해서 보다 보면, 자식된 입장에서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죽음은 갑자기 오는 것만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사람 곁으로 걸어오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내 친아버지는 평생 건강하셨다. 그러다 며칠 앓으시고 5일 만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늙어가는 과정'을 오래 보지 못했다.

그런데 장모님은 다르다. 1936년에 태어나 전쟁과 가난, 가족 부양의 시대를 지나며 평생 자식들을 위해 살아오신 분. 그 장모님이 지금은 휠체어에 앉아 천천히 삶의 끝을 향해 걸어가고 계신다. 우리는 그 곁을 따라 걷고 있다. 장모님은 한때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던 어머니였다. 당신은 헌 옷을 입으면서도 자식들 학비를 걱정했고, 먹을 것을 아끼면서도 자식들 밥상은 먼저 챙기던, 그 시대 어머니들의 전형적인 모습 가운데 한 분이었다.

하지만 세월은 이상하다. 그렇게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았던 부모도, 늙고 병들고 몸이 약해지면 어느 순간 '돌봄의 대상'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족 안의 오래된 감정과 현실 문제들도 함께 드러난다. 이상하게도 부모의 마지막은 점점 한 사람의 몫이 되어간다. 누군가는 멀리 살고, 누군가는 바쁘고, 누군가는 오래된 감정을 이유로 멀어진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가장 많이 받았던 사람이 아니라, 가장 인정받았던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마음 약하고 가장 미련한 사람 하나가 끝까지 남는다. 우리 집에서는 그게 막내인 처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모습이 안쓰러울 때가 많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고, 가끔은 "오늘은 가지 말까…" 하는 말이 아내로부터도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했다.

"그래도 가야지."

그 말이 꼭 정답이라서가 아니다. 다만, 나중에 남을 후회를 나는 너무 잘 알 것 같아서다. 신기한 것은 장모님은 섬망 증세가 심해진 지금도 사위인 나를 단 한 번도 잊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기억이 흐릿해져 자신의 딸도 알아보지 못하시면서 아내를 보며 "내 딸하고 닮았네" 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얼굴을 보면 손부터 잡으신다. 나는 아직도 그것이 기억인지, 정인지, 오랜 습관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손을 잡고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사람은 마지막에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평생 모은 재산일까. 형제 사이의 서운함일까. 아니면 끝까지 자기 곁을 오가던 사람의 체온일까.

누군가의 마지막 보호자가 된다는 것

 요양원을 방문하여 드시고 싶어하시던 음식을 직접 드리는 장면을 AI로 그렸습니다.
요양원을 방문하여 드시고 싶어하시던 음식을 직접 드리는 장면을 AI로 그렸습니다. ⓒ 이수현

얼마 전에는 장모님이 족발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천안에서 따로 사서 싸 가지고 갔다. 장모님은 족발을 정말 맛있게 드셨다. 좀 천천히 드세요 라고 말씀을 드릴 정도로. 우리가 "나중에 더 드시게 조금 남겨 놓으세요" "나중에 선생님들께 달라고 하세요"라고 하자 장모님은 정색을 하시며 말씀하셨다.

"안 줘!"

순간 모두 짧게 웃었지만, 이상하게 나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정말 더 드시고 싶으셨던 건지, 아니면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그러신 건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 장모님은 참 행복해 보이셨다는 것이다.

요양원에서 돌아오는 길이면 늘 마음이 복잡하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현실 속에서 버티고 있는 건지, 가끔은 그것조차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안다. 오늘도 누군가는 요양원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늙어가는 부모를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까지 함께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도 역시, 나도 역시, 오늘 장모님처럼...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천천히 작아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지금 이 시대 중년들이 조용히 감당하고 있는 슬픔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마지막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요양원#부모를모시는것#효도와불효#산다는것과#죽는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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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 살며 사람과 도시, 공동체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삶의 고난과 상처, 늙어감과 죽음, 그리고 사람 사이에 남는 온기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현실을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수현의 엉뚱한 상상'을 통해 더 나은 사회와 공동체를 제안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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