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를 두 권 출간한 여행 작가로서 세상 곳곳을 참 많이도 다녔다. 그러나 정작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은 다녀온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남편과 아들과 함께 8박 9일 일정으로 일본 교토와 오사카를 찾았다.

▲일본여행도시락문화 체험 ⓒ 김성례
오랜만에 마주한 일본은 탄탄한 사회 인프라와 정돈된 거리, 몸에 밴 친절함으로 여행자에게 안정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이가 들수록 이처럼 잘 정돈된 선진국의 편리함이 마음에 와 닿는다. 특히 우리 가족의 입맛을 완벽하게 사로잡은 다채로운 식문화는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일식은 전반적으로 간이 담백하고 감칠맛이 뛰어나 젊은 층은 물론, 칼로리와 양을 절제하며 미식을 즐기는 시니어들에게도 훌륭한 선택지였다. 교토의 호텔에서는 정갈한 일식 정식을 즐겼고, 오사카에서는 백화점 식품관의 발달한 '도시락' 문화를 경험했다. 저녁 7시 이후 펼쳐지는 30~40% 마감 세일은 낮 동안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질 좋은 도시락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소소하고 편리한 기쁨이었다.
100년 노포에서 맛본 장인 정신
의식주를 포함한 삶의 양식 전체를 문화라 한다면, 한 나라의 식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그 문화의 가장 생생하고 매혹적인 단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깃든 식당들을 순례한 것은 무척 흥미로운 체험이었다.
교토 도착 첫날 찾은 70년 전통의 장어 전문점은 가정집을 개조한 아늑한 공간이었다. 오직 우리 세 식구만을 위해 차려진 간사이식 숯불 장어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사케 한 잔을 곁들인 남편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교토여행70년 전통의 장어 명가 ⓒ 김성례
데라마치 상점가에서 맛본 백 년 된 스키야키도 인상적이었다. 깊은 소고기 전골을 달걀물에 적셔 먹으며, '국물 문화' 중심인 우리와 달리 국물을 졸여 건더기를 즐기는 일본의 '건더기 문화'를 미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교토 데라마치 백년된 스키야끼 식당 ⓒ 김성례
청수사 인근에서 마주한 한 작은 식당은 정말 일본식 가정식을 제대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미쉐린 출신의 젊은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소꿉장난 그릇처럼 작고 아기자기한 식기에 정갈한 반찬들이 담겨 나왔다. 양은 적었지만 재료 본연의 맛이 하나하나 살아있어 과식하지 않으면서도 배가 적당히 부른, 개운하고 흡족한 포만감을 선물해 주었다.

▲일본 가정식점심식사 ⓒ 김성례
가성비 체인점의 매력
전통 노포의 깊은 맛 뒤에는 현대 일본의 합리성을 대변하는 가성비 체인점의 매력도 숨어있었다. 마지막 날 아침에 들른 정식 체인점 '마츠야(Matsuya)'가 그랬다. 24시간 운영과 편리한 키오스크 주문 방식으로 현지인들에게도 아침 식사 명소로 통하는 곳이다.

▲일본정식체인점인 마츠야(Matsuya) ⓒ 김성례
아들은 소고기 덮밥 정식을, 나는 9천 원이 채 되지 않는 연어구이 정식을 주문했는데, 따뜻한 미소된장국과 함께 차려진 밥상은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했다. 구글 맵을 통해 일본 전역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어 자유 여행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문화적 볼거리도 차고 넘쳤지만, 유난히 식문화가 주는 즐거움이 마음 깊이 남았던 8박 9일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