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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어민도 달라져야 합니다. 바다에 기대어 살아왔지만 정작 바다라는 밭은 제대로 가꾸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바다를 가꾸어야 할 때입니다."

강릉 사천어촌계 박성호 간사의 이 말은 오늘날 동해안이 마주한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다시마와 각종 해조류가 울창한 바다숲을 이루고 수산자원이 풍부했던 연안은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빠르게 모습을 바꾸고 있다.

6월 9일, 한반도해조류포럼 회원들은 강릉 사천 앞바다를 찾아 이러한 변화의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이번 현장 방문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었다. 바다숲이 사라진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더 이상 바다가 제공하는 자원에만 의존할 수 없는 시대. 현장에 모인 어민과 전문가들은 해조류 복원과 바다숲 조성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과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확인했다.

 현장 조사에 나선 어선 위로 쌍무지개가 떠오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현장 조사에 나선 어선 위로 쌍무지개가 떠오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 진재중

바닷속에서 확인한 동해안 해양생태계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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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현장 세미나는 강의실을 벗어나 강릉 사천 앞바다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어선을 타고 연안 해역을 둘러보며 바닷속 환경을 직접 관찰했다.

바닷속 모습은 참가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과거 다시마와 미역 등 다양한 해조류가 숲을 이루던 해저는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었고, 암반은 하얗게 변색된 채 드러나 있었다. 갯녹음(백화현상)이 확산하면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바닷속 생태계가 급격히 황폐화되고 있는 현실이 생생하게 확인됐다. 현장을 지켜본 참가자들은 바다의 변화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생태계 전반의 위기로 받아들였다.

김희석 반려식물원 원장은 "자료로 접했을 때보다 실제 현장은 훨씬 심각했다"며 "바다 생태계의 현실을 직접 확인하면서 바다숲 복원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최혜영 시인 역시 "그동안 바다사막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모습은 충격적이었다"며 "해조류 감소가 해양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한 바다를 되찾기 위해서는 바다숲 복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다시마와 미역이 풍성하게 자라던 바닷속 암반. 지금은 생명력을 잃은 채 하얗게 변해 바다사막화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다시마와 미역이 풍성하게 자라던 바닷속 암반. 지금은 생명력을 잃은 채 하얗게 변해 바다사막화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 김형빈

사라진 바다숲, 떠나는 해양생물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온 어민들은 한때 미역과 다시마가 바다를 뒤덮으며 풍요로운 어장을 이루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바다를 가득 채우던 다시마 숲은 자취를 감췄고, 다양한 해조류 군락도 점차 줄어들면서 바다 생태계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릉 사천어촌 이영선 계장은 바다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주인공이다.

"예전에는 이 바다가 미역과 다시마로 가득했습니다. 다시마 숲 주변에는 전복, 해삼, 성게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풍부하게 서식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성게는 알이 제대로 차지 않고, 전복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습니다."

그는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해조류의 감소를 꼽았다. 해조류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전복과 성게, 해삼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먹이원이자 서식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바다숲이 사라지면서 먹이를 잃은 해양생물들은 점차 줄어들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결과 어장의 생산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위 표면을 뒤덮어야 할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만 남아 있는 동해안 해역. 바다사막화(갯녹음)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바위 표면을 뒤덮어야 할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만 남아 있는 동해안 해역. 바다사막화(갯녹음)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 진재중

인공어초, 바다숲 복원의 희망

그나마 인공어초가 설치된 지역은 달랐다. 백화현상으로 황폐해진 주변 해역과 달리 어초 주변에는 미역과 감태 등 해조류가 뿌리를 내리고 푸르게 자라며 생명의 기운을 되찾고 있었다. 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바다 아래, 인공어초를 중심으로 형성된 녹색 군락은 바다숲 복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인공어초는 해조류가 부착할 암반이 부족한 모래 해저에서 새로운 서식 기반 역할을 한다. 미역과 다시마, 감태 등의 해조류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중심으로 각종 어패류와 해양생물이 모여들면서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형성한다. 황량한 모래바다를 생명이 넘치는 녹색 숲으로 바꾸는 것이다.

오랫동안 해안 해저지형을 조사해 온 김병수 씨는 "해조류가 사라진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해조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인공어초가 설치된 해역에서는 미역과감태 등 다양한 해조류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해안처럼 모래 바닥이 넓게 분포한 지역에서는 해조류가 정착할 암반이 부족한 만큼, 인공어초가 해조류 서식 기반을 제공해 바다숲 형성과 생태계 회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사막화가 진행된 해역 한가운데 설치된 어초 위로 미역이 자라고 있다. 척박해진 바다에서도 해조류 복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바다사막화가 진행된 해역 한가운데 설치된 어초 위로 미역이 자라고 있다. 척박해진 바다에서도 해조류 복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 김형빈

동해안 바다숲은 왜 사라지고 있나

전문가들은 동해안 바다숲 감소 현상이 단순히 한 가지 원인 때문이 아니라 여러 환경적·생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연안환경 변화, 갯녹음 확산, 생태계 균형 붕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김형근 한반도해조류포럼 대표는 "동해안 바다숲 감소는 어느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라며 "수온 상승과 갯녹음, 연안환경 변화, 생태계 불균형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해조류 서식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다숲 복원은 단순히 다시마 몇 포기를 심는 사업이 아니라 해양생태계 전체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과학적인 조사와 지역 어민들의 경험 그리고 지속적인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건강한 바다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때 미역과 다시마가 숲을 이루며 풍요로운 어장을 만들었던 동해안 바다. 대형 해조류 군락은 수많은 해양생물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
한때 미역과 다시마가 숲을 이루며 풍요로운 어장을 만들었던 동해안 바다. 대형 해조류 군락은 수많은 해양생물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 ⓒ 진재중

백령도에서 동해안까지... 다시마 복원의 희망을 말하다

이날 현장에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오랫동안 다시마 복원 활동을 펼쳐온 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장이 참석했다. 장 회장은 백령도에서 수십 년간 해조류 복원과 바다숲 조성 사업에 참여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동해안 바다숲 복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바다숲 복원이 단순히 해조류를 심는 것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해양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장기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동해안에서 추진된 해조류 복원 사례를 소개하며 복원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2018년 양양 수산항과 2024년 양양 광진리 해역에서 실시된 다시마 포자 이식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한 사례를 설명하며, 과학적인 환경 분석과 적절한 대상지 선정이 복원 성공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백령도와 동해안에서 실제로 이뤄진 복원 사례를 통해 갯녹음과 해조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안에서도 충분히 생태계 회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확인했다. 특히 장 회장이 소개한 현장 경험은 동해안 실정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바다숲 복원 모델로 주목받았다.

 선상위에서 바닷속 생태계를 살피는 한반도해조류포럼관계자들
선상위에서 바닷속 생태계를 살피는 한반도해조류포럼관계자들 ⓒ 진재중

바다숲 복원, 과학적 분석과 현장 관리가 핵심

현장 조사를 마친 한반도해조류포럼 회원들과 사천어촌계 어민들은 어촌계 사무실에 모여 사근진어촌계가 촬영한 수중 영상을 함께 시청하며 동해안 바다숲 복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단순한 인공어초 설치나 종자 이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복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인학 강원대 명예교수는 "해조류 복원은 종자를 심는 것보다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계획아래 적합한 환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온과 조류 흐름, 해저 지형, 암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복원 대상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 다큐멘터리 제작자 최송길 씨는 수년간 동해안 바다를 수중 촬영하며 복원 사업 현장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수중 촬영을 하다 보면 설치된 인공어초가 무너지거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를 종종 확인하게 된다"며 "복원 사업은 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사천어촌계사무실에서 수중촬영영상을 보며 토론하는 대원들
사천어촌계사무실에서 수중촬영영상을 보며 토론하는 대원들 ⓒ 진재중

산림녹화에서 배우는 바다숲 복원 전략

참석자들은 특히 현재의 분산형 사업 방식에 대한 한계도 제기했다. 제한된 예산을 여러 지역에 나누어 투입하기보다 복원 가능성이 높은 해역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성공 사례를 만든 뒤 이를 주변 지역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형근 한반도해조류포럼 대표는 바다숲 복원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을 여러 지역에 분산하기보다 특정 어촌계를 중심으로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원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한 지역을 선정해 해조류 이식부터 관리, 모니터링까지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 사례가 만들어지면 다른 지역에서도 이를 성공사례로 할 수 있고, 사업에 대한 어업인과 지역사회의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정 시인은 우리나라 산림녹화 성공 사례를 바다숲 복원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황폐했던 산림이 수십 년에 걸친 노력 끝에 울창한 숲으로 되살아났듯이 바다 역시 꾸준한 복원과 관리가 이뤄진다면 건강한 바다숲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림녹화가 국가적 의지와 국민 참여를 바탕으로 성공했듯 바다숲 복원도 일회성 사업이 아닌 장기적인 국가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며 "안정적인 예산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과학적인 관리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영상을 보며 바다숲을 설명하는 이영선 사천어촌계장
동영상을 보며 바다숲을 설명하는 이영선 사천어촌계장 ⓒ 진재중

바다숲 복원, 동해안의 미래를 위한 투자

바다숲은 단순한 해조류 군락이 아니다. 수산생물의 산란장과 서식처 역할을 하며 탄소를 흡수하고 연안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자연자산이다. 강릉 사천 잎바다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은 단순한 복원사업을 넘어 동해안 해양생태계 회복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윤중경 국민안전산업협회 명예회장은 이번 현장 세미나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며 해양생태계 복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민들과 한반도해조류포럼 회원들이 직접 바다로 나가 사라져가는 바다숲의 현실을 확인하고 복원 방안을 논의한 것만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문제는 현장에 있고, 해답 역시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제천 박사는 인터뷰에서 "바다숲 감소와 해양생태계 훼손은 특정 지역 어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반도해조류포럼은 단순히 해조류 복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남북 해양생태계 협력과 공동 번영을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동해와 서해, 남해는 물론 미래에는 북한 연안까지 아우르는 한반도 차원의 해양생태 복원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부 역시 남북 협력의 새로운 분야로 해양환경과 해조류 복원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위기와 해양생태계 보전은 남과 북이 함께 풀어야 할 공동 과제인 만큼, 한반도해조류포럼이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고 정책을 제안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현장 세미나가 해양수산 분야 관계기관과 통일부가 바다숲 복원의 중요성을 함께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정부가 현장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실질적인 지원과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특별자치도 강릉 사천항
강원특별자치도 강릉 사천항 ⓒ 진재중

#바다숲#한반도해조류포럼#강릉시#사천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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