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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6시, 자신이 1등을 차지한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오자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6시, 자신이 1등을 차지한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오자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 정근식 선거사무소

서울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정근식 교육감은 30.35%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먼저 정근식 교육감께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현직이라는 이점과 정치 상황, 진보·보수 진영의 단일화 여부 같은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물음은 누가 당선되었느냐가 아니다.

과연 오늘날 민주진보교육감 운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물음은 이번 선거를 거치며 더욱 절실해졌다.

민주진보교육감 운동은 오랫동안 우리 교육의 공공성, 민주성, 평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흐름이었다. 경쟁과 효율만을 앞세우는 교육 정책에 맞서 학생의 성장과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해 왔고, 교육자치와 학교 민주주의를 넓히는 데도 적지 않은 구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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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민주진보교육감 운동의 정당성은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는 데 있지 않다.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를 뽑고, 어떤 가치와 철학을 시민들에게 보여 주는가에 있다.

진보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은 민주적인 절차를 지켜야 하고, 공정을 말하는 사람은 공정하게 겨룰 수 있어야 한다.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잃어버린 진보는 더 이상 진보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서울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화 과정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후보 등록 일정이 미뤄지고, 단일후보 선출 일정이 바뀌었으며, 다시 연기되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추진위원회는 그때마다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일부 후보와 지지자들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나타냈다.

결국 경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후보들이 나왔고,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민주진보 후보 7명 가운데 4명이 단일후보를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일부 후보는 독자 출마를 택했고, 또 다른 일부는 처음부터 경선 과정 자체를 믿지 못해 참여하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한 선거 과정의 갈등이 아니다. 민주진보교육감 운동을 떠받쳐 온 단일화 체계 자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다. 원래 민주진보 단일화 기구는 시민사회와 교육운동 진영이 함께 교육개혁의 비전을 모으기 위한 장치였다. 특정 후보를 만들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시민의 뜻을 모아 내는 토론마당이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구실은 점점 달라졌다. 후보를 검증하는 기구가 후보를 만드는 기구가 되고, 시민 토론을 북돋는 조직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처럼 비쳐지기 시작했다. 교육철학과 정책 경쟁보다 선거인단 확보가 더 중요해졌고, 시민들은 교육 비전보다 조직력 경쟁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심판이어야 할 기구가 선수처럼 보이는 순간, 결과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의 단일화 구조가 후보들의 행동마저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들은 교육철학과 정책으로 경쟁하기보다 선거인단 조직에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쏟게 된다. 서울교육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경선이 조직력 경쟁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교육의 미래를 이야기해야 할 공간에서 교육은 사라지고 선거만 남는다. 이 과정에서 정작 교육의 주체들은 보이지 않는다. 학생은 참여할 수 없고, 교사 역시 현실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결국 조직화된 일부 세력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시민들은 민주진보 단일화가 시민의 축제가 아니라 조직의 경쟁처럼 느끼게 된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민주진보교육감 운동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정치권 일부에서는 교육감 직선제를 없애거나 정당 추천제,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그동안 교육운동 진영은 교육의 정치적 독립성과 교육자치를 지키기 위해 이런 주장에 반대해 왔다. 교육은 정당정치의 하위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혼란과 불신이 되풀이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시민은 묻게 될 것이다. "지금의 단일화 과정도 결국 정치 아닌가." "정당이 책임지고 후보를 내는 것이 오히려 더 투명한 것 아닌가."

민주진보 단일화 과정의 불공정 논란과 갈등은 결과적으로 교육자치를 약화시키고 정당 개입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명분을 주게 된다. 이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교육자치를 지키겠다며 만든 체계가 오히려 교육자치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민주진보교육감 운동은 지금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교육감 권력을 얻기 위해 진보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진보 교육철학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는 것인가.

솔직히 말해 최근의 모습은 후자보다 전자에 가까워 보인다. 교육감 당선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고 있다. 교육철학은 권력을 얻기 위한 명분이 되고, 교육운동은 권력을 얻기 위한 동원 체계로 움직이는 모습마저 나타난다. 그 과정에서 교육운동 진영 또한 비판하며 거리를 두기보다 권력 획득 논리에 편승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신호다. 진보교육의 위기는 보수 세력 때문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진보교육이 스스로 진보의 원칙을 잃어버릴 때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민주진보 단일화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지금의 선거인단 중심 구조를 근본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조직 동원력이 승패를 가르는 방식으로는 교육철학과 정책 경쟁이 살아날 수 없다. 시민 심사단, 깊이 토론하는 공론장, 정책 검증 중심 경선 같은 여러 방식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서울민주진보교육감후보 2026 서울민주진보교육감후보 단일회 추진위원회 출마자들입니다
서울민주진보교육감후보2026 서울민주진보교육감후보 단일회 추진위원회 출마자들입니다 ⓒ 서울민주진보교육감단일화추진위

단일화 추진기구의 구실도 분명히 해야 한다. 후보를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후보를 검증하는 조직으로 돌아가야 한다. 선거 이후 권력과 이해관계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의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이 함께 토론하고 평가하는 과정 없이 민주진보교육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허하다.

그리고 교육운동 역시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교육운동은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 조직이 아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공공 영역이다.

당선 전에는 지지하고 당선 뒤에는 침묵하는 운동이 아니라, 당선 뒤에도 교육철학과 원칙을 기준으로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운동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단일화가 아니다. 또 다른 선거 승리도 아니다. 민주진보교육감 운동의 자기혁신이다.

어쩌면 다시 세우는 데 가까운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물음은 이것이다. 우리는 교육을 바꾸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민주진보교육감 운동이 이 물음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민의 신뢰도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진보교육감단일화#교육감권력#교육운동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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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성 (camlife) 내방

김옥성은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으로 교육개혁 운동을 함께하고 있다. 하늘씨앗교회 목사이며 행복마음연구소 대표로서 영성과 마음챙김 명상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회복을 돕고 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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