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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육재정을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숫자가 있다. "학생 1인당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016년 716만 원에서 2025년 1371만 원으로 두 배가 됐다"는 것이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돈은 늘었으니, 교부금을 줄여도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 이 숫자를 타고 빠르게 번지고 있다. 정부도 실제로 개편을 검토 중이다.

그런데 이 숫자는 상당히 의아하다. 학생 한 명에게 정말로 그만큼 더 투자됐다면, 학급당 학생 수는 왜 줄지 않았고,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왜 여전히 원거리 통학과 과밀학급에 시달리고 있으며 ,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점자교과서 보급은 왜 늘 늦고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인지 의문이다.
답은 단순하다. 저 숫자는 착시이기 때문이다.

교육비의 큰 부분은 학생 수와 무관한 고정비다. 노후 시설을 고치고, 학교 건물을 정비하고, 도서산간의 소규모학교를 유지하는 비용은 학생이 줄었다고 해서 같이 줄지 않는다. 학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학교의 절반을 곧장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 수만 분모에서 빠지니, '1인당 금액'은 자동으로 부풀어 오른다.

진짜 문제는 '총량'이 아니다. 그 돈이 교실에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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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교육재정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 정원을 확보하고, 특수학급을 증설하고, 점자교과서를 보급하고, 행정업무 지원체계를 갖추는 일 — 즉 성과로 내세우기 어렵지만 교실의 질을 좌우하는 기본 영역보다, 통계와 지표로 홍보하기 좋은 전시성 사업에 쏠려 왔다.

입학식과 함께 깔린 첨단 기자재, 보도자료 한 줄로 떨어지는 '스마트 OO 사업'은 눈에 보이지만, 한 반 학생을 두세 명 줄이는 일은 어디에도 표가 나지 않는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교부금을 줄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교육감의 정치적 자산이 되는 전시성 사업이 먼저 사라질 리 없다. 표가 되지 않는 약자, 그리고 기본 교육 영역에 대한 투자가 가장 먼저 잘려나간다. 특수교육이, 소규모학교가, 점자교과서가 먼저 위태로워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교육감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따질 수는 없다. 4년 임기 안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하는 선출직 구조가 만들어내는 필연이다. 임기 내에 자르고 깔고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은 '치적'이 되지만, 학급당 학생 수를 한 명 줄여 교사가 아이 한 명을 더 들여다볼 여유는 사진 한 장에 담기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이 구조를 견제할 장치를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새 교육감 체제는 통계가 아니라 교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모든 예산 편성의 첫 기준은 '법이 정한 필수 교육환경 — 학급당 적정 학생 수, 교사 정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교육권, 점자교과서와 교재 보급 등— 을 먼저 충족했는가'여야 한다. 법정 기준조차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임기 내 성과로 내세울 신규 사업에 예산이 먼저 투입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도 묻고 싶다. 지금의 교육재정 구조에는, 법이 규정한 필수 교육환경조차 갖추지 못한 채 교육감의 재량 사업이 먼저 집행되는 것을 막을 어떤 장치도 없다. 교부금을 '어떻게 줄일지' 논의하기에 앞서, 그 돈이 반드시 교실의 법정 기본부터 채우도록 만드는 것이 입법이 먼저 져야 할 책무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다. 학급당 학생 수 상한·특수교육 여건·점자교과서 보급 같은 법정 필수 교육환경을 '선(先)충족 의무'로 규정할 것. 특수교육·소규모학교 같은 약자 영역의 재정을 경기 변동과 무관한 의무지출로 보호할 것. 그리고 이 기본 요건을 충족한 다음에야 신규 재량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도록 순서를 못 박을 것.

학령인구 감소를 명분 삼은 일방적 삭감은 그다음 논의다. 논의가 필요하다면, 학교 존립에 따른 고정비와 늘어나는 장애학생 수요를 반영한 사회적 합의의 틀부터 세워야 한다.

교육재정의 진정한 가치는 예산을 얼마나 아꼈느냐가 아니다. 모든 학생을 포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정작 그 아이들을 '재정적 부담'으로 호도하는 모순은 용납될 수 없다. 좋은 교육재정은 절감액이 아니라, 교실을 온전히 지켜낸 결과로 증명되어야 한다.

새 교육감들에게,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에 바란다. 숫자에 매몰되지 말라. 교실에서 시작하라.

#교육감#교육재정교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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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와 혐오의 논리를 넘어서 개인의 입장이 모두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현직교사로서 교사노조연맹, 부산교사노조, 중등교사노조의 일원으로서 공교육정상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대의원 -중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부산교사노동조합 대변인 겸 부위원장 -부산 기장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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