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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09 09:54최종 업데이트 26.06.09 09:54

[주장] 선거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투표권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가

여수 개표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여수 개표소
여수 개표소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여수 개표소 ⓒ 정병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 6월 3일,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거나 장시간 대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까지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생겨났고, 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는 이들에게 번호표를 배부해 밤 10시까지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일부 유권자는 결국 다시 투표소를 찾지 못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선관위는 8일 현재까지도 정확한 미투표 인원을 파악 중이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운영된 이후 공직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대학 총학생회와 시민단체들은 선관위의 행정 실패로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서는 시민들의 규탄 시위도 이어지는 중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역시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총리는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도입을 통한 진상 규명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투표소는 전국 총 91개 투표소에 이른다. 서울 42곳, 경기 23곳, 인천 11곳, 대구 4곳, 부산 3곳, 울산 2곳, 충북 1곳, 전북 1곳, 전남 2곳, 경남 2곳이다.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늘었다. 이처럼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특히 송파구는 15곳에 달해 피해가 집중됐다. 국회 역시 조만간 국정조사를 실시해 사태의 원인을 다각도로 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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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는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본투표 참여율 예측 실패에 있다고 본다. 최근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꾸준히 상승하자 낭비되는 투표용지를 줄이기 위해 본투표용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기존 유권자의 60% 수준에서 50% 수준으로 낮추도록 지침을 변경했고, 일부 지역 선관위가 이에 따라 투표용지를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하자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무번호 예비 투표용지로 확보해 둔다. 실제로 이번에도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에 추가 공급된 용지는 이 예비용 투표용지였다. 문제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실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거나, 파악하고도 신속한 추가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표 사무원 여수 개표소의 한 심사집계부 책임사무원이 투표지를 확인 중이다
개표 사무원여수 개표소의 한 심사집계부 책임사무원이 투표지를 확인 중이다 ⓒ 정병진

실제로 경남과 울산에서도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조기에 상황을 인지해 예비 투표용지를 공급함으로써 유권자가 장시간 기다리거나 투표하지 못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서울에서는 부족 상황 파악과 후속 조치 모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되는 행정 참사로 이어졌다.

그런데 필자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단지 선관위의 투표용지 수량 예측 실패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선관위 직원들은 선거일이 되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쏟아지는 업무를 감당해야 한다. 특히 본투표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주민등록지 관할 투표소에서 해야 하는데, 선거 당일에는 업무 현장을 떠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 직원은 사전투표 기간에 시간을 내 투표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업무 부담 때문에 쉽지는 않다.

전국 선관위 직원은 약 3천 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들을 대상으로 실제 투표 참여 실태를 조사한다면 일반 국민에 비해 투표율이 상당히 낮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선관위 직원들의 투표 참여 여부가 곧바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참정권조차 충분히 행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선거 업무를 잘 수행하기 힘들 수 있다.

여수 개표소의 접수부 6.3 지방선거 여수개표소의 접수부에 투표함 접수 광경
여수 개표소의 접수부6.3 지방선거 여수개표소의 접수부에 투표함 접수 광경 ⓒ 정병진

선거는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과정이다. 선관위 직원들 역시 그 주권의 주체다. 따라서 선관위 직원들이 실제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마련은 선거관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기자와 통화한 한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 직원의 직무 특성을 고려해 거소투표(또는 우편투표)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거소투표는 선원, 병원, 요양소, 교도소, 구치소 기거자 등 일부에게만 허용된다. 그런데 이 제도를 선거 당일 근무로 사실상 투표가 어려운 선관위 직원이나 항공사 승무원 등에게도 일정 범위에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히 인쇄 물량을 얼마나 준비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예측 실패와 현장 대응 미흡, 위기관리 체계의 부실은 물론이고, 선거를 관리하는 사람들 자신의 참정권 보장 문제까지 함께 돌아보아야 하는 사건이다. 국정조사가 시작된다면 투표용지 부족의 직접적 원인뿐 아니라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패를 넘어 더 나은 선거제도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개표#투표용지#투표용지부족사태#선관위#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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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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