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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신도시의 반쪽인 예천군 호명읍. 그 중 아주 일부분에서 제비집 17개를 찾았다. 경북도청신도시의 또다른 반쪽인 안동시 풍천면에서 과연 제비집을 찾을 수 있을까.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예상밖이었다. 모두 더해서 38개를 찾았다. 호명읍쪽보다 더 많이 찾았다.

탐색한 지역은 경북경찰청 앞 경북도청 옆 주택가. 380mx180m 정도 크기다. 주택가에서 제비집 19개를 찾았다. 한 편의점 처마에선 제비집 2개를 찾았다.

이 편의점을 자주 찾는 주민 A씨(교사, 44)는 몇 년 동안 살펴봤는데 주인이 제비집을 철거하지 않고 놔뒀다고 말했다.

 위가 귀제비집, 아래가 제비집이다. 형태가 눈에 띄게 다르다.
위가 귀제비집, 아래가 제비집이다. 형태가 눈에 띄게 다르다. ⓒ 김대홍

동네를 누비다 한 곳에서 눈이 '번쩍' 뜨였다. '심 본' 기분이 이거일까. 말로만 듣던 귀제비집을 찾은 것이다. 귀제비는 제비의 친척뻘 새다. 제비보다 몸집이 살짝 더 크고, 비행 속도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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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형태가 완전 다르다. 접시모양인 제비집과 달리 길쭉한 항아리 모양이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를 떠올리면 된다. 제비보다 훨씬 보기 힘들다. 대략 지면에서 10m쯤 되는 높이에 귀제비집이 3개였다.

너무 낮아서 사람 손이 닿는 처마엔 제비집이 없었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이, 햇빛이 바로 들지 않는 깊이가 제비집을 짓는데 중요했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처마가 딱 이 요소에 걸맞았다.

문득 바로 옆에 있는 경북도청이 궁금해졌다. 큰 기대 없이 걸어 들어갔다. 경북도청은 전통한옥 형태다. 65만 장 기와를 들여 만들었다. 형태는 제비가 집을 짓기 좋지만 너무 높다. 7층 높이다.

청사 바로 앞은 기와와 나무로 만든 길이다. "제비가 집을 지을 만한데"라 생각하며 샅샅이 살폈다. 제비집은 한 군데도 없었다. 실망했다. 제비가 집을 지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인지, 너무 깨끗해서 청소한 것인지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실망한 상태로 고개를 들었다. 청사 앞에서 제비들 여럿이 비행 중이었다. 멀리서 날아왔다기엔 계속 근처를 맴돌았다. 새끼로 보였고, 둥지가 근처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북도청 처마 아래 제비들이 잔뜩 둥지를 만들었다. 저 높은 처마 아래서 제비들이 비행하는 모습이 참 자유로왔다.
경북도청 처마 아래 제비들이 잔뜩 둥지를 만들었다. 저 높은 처마 아래서 제비들이 비행하는 모습이 참 자유로왔다. ⓒ 김대홍

경북도청사 제비집 경북도청사 처마 위에 자리를 잡은 제비들. 제비집 뿐만 아니라 귀제비도 둥지를 틀었다. 둥지에 사는 제비 새끼들은 높디높은 처마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듯 뛰어내리며 비행연습을 열심히 했다. 김대홍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물 가까이 다가가서 청사 처마를 살폈다. 곳곳이 제비집이었다. 흥분한 상태로 집을 셌다. 모두 15개. 옆 경북도의회 청사엔 4개였다. 경북도청사 내에서 제비집 19개를 찾았다. 게다가 귀제비집도 찾았다. 경상북도청이 본진이었다.

이곳에 제비가 가장 많이 살았다. 이들도 경상북도청이 신도시의 행정 중심지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처마와 한옥이 핵심일까, 가설을 무너뜨린 결정적 한 방

경북도청에서 제비 본진을 발견한 이후, 나의 온 신경은 제비에게 꽂혔다. 어딜 가든 처마만 살폈다. 예천읍과 안동 옥정동의 오래된 한옥들을 보며 '제비가 살기 좋은 한옥 구조'가 핵심일 것이라 확신했다. 이 가설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완전히 깨졌다. 바로 문경시 점촌동이었다.

자동차 수리를 위해 점촌동에 갔다가 하늘에서 열심히 비행 중인 제비 새끼들을 보고 놀랐다. '왜 이렇게 많지' 하는 생각이었다. 제비 무리를 따라 동네를 누볐다.

점촌역과 문경중앙시장 사이 450mx500m 공간을 돌아다녔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무려 제비집 45개를 찾아냈다. 우리 동네를 누비며 세운 가설은 이 동네서 허물어졌다. 제비는 처마에만 집을 만들지 않았다. CCTV, 홈통, 그늘막 지지대 등 곳곳에 집을 만들었다.

 제비는 정말 다양한 곳에 집을 지었다. 조그만 지지대만 있어도 집을 지었고, 지지대가 없는 벽에도 집을 지었다.
제비는 정말 다양한 곳에 집을 지었다. 조그만 지지대만 있어도 집을 지었고, 지지대가 없는 벽에도 집을 지었다. ⓒ 김대홍

지지대가 없는 벽에도 집을 세웠다. '지지대가 없으면 불편할 텐데'라고 생각했지만 제비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닌 듯 보였다.

점촌동을 다니면서 독특한 공통점을 찾아냈다. 제비집 아래 받침대였다. 우리 동네에선 그런 곳이 단 한 곳이라 이유를 몰랐다. 점촌동에선 받침대가 흔했다. 이유는 제비똥이었다.

제비는 둥지에 새끼 여럿을 낳기 때문에 엄청난 똥이 만들어진다. 어릴 땐 어미가 새끼똥을 둥지 밖으로 던진다. 조금 더 크면 새끼들은 스스로 밖으로 똥을 싼다. 사람들은 제비똥 때문에 제비집을 철거한다.

여기 사람들은 제비와 더불어 살기 위해 둥지 아래 받침대를 만들었다. 똥은 받침대에 고스란히 쌓였다. 튼튼한 골판지로 만드는가 하면 누군가는 플라스틱을 잘라서 만들었다. 금속으로 만든 이도 있었다. 과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질 때처럼 항아리로 받친 경우도 발견했다.

받침대가 없는데도 제비집을 놔둔 이들은 매일 바닥 청소를 한다. 그 수고를 감당하면서 제비와 공존하는 길을 택했다. 제비집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사람이 제비와 공존하겠다고 결심할 때 제비집이 유지된다.

 제비집 아래 받침대. 똥이 바닥에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선 받침대가 필수다.
제비집 아래 받침대. 똥이 바닥에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선 받침대가 필수다. ⓒ 김대홍

 생각보다 제비 둥지에서 쏟아지는 똥 양이 어마어마하다.
생각보다 제비 둥지에서 쏟아지는 똥 양이 어마어마하다. ⓒ 김대홍

이에 대해서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채수영(57)씨에게 중요한 증언을 들었다. 채씨는 경남 사천 출신이다.

"내가 살면서 동네에서 제비집을 철거한 사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성질이 고약해 모두들 '욕쟁이 아저씨'라 부르던 분이 있었는데, 그 분조차도 제비집은 안 건드렸어요. 다들 제비는 복을 가져온다 생각했거든요."

복은 반갑지만 똥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처마 밑에 제비집이 만들어지면 똥을 맞는 경우도 생겼을 텐데. 이에 대한 채씨의 대답에서 힌트를 얻었다.

"똥을 막기 위해서 합판을 받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냥 놔두는 경우도 있었구요. 물론 똥을 맞는 경우도 생겼죠. 그럴 땐 그런가 보다 하면서 지나갔어요. 어른들이 그러니, 아이들도 똑같았죠. 제비가 집을 짓고, 똥을 싸고. 가끔 똥을 맞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제비는 다른 새와 달리 집 처마나 벽에 집을 짓는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새다. 과거엔 제비가 필요한 존재였다. 집과 논, 밭에 사는 벌레를 제비가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제비가 많이 살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마당에 물을 뿌렸다. 집을 짓는 데 필요한 진흙 채취가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제 농사 짓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다. 대부분 도시에 산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제비는 필요한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생활에 불편을 끼친다.

사람들이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기간은 대략 한 달. 엄마, 아빠 제비가 새끼제비를 돌보는 기간은 약 21~22일이기 때문이다. 이 짧은 기간에 부지런히 비행기술을 익혀야 한다.

 제비는 다른 새와 달리 땅에 거의 앉지 않는다. 둥지 아니면 계속 난다. 튼튼한 날개와 비행기술이 가장 필요한 새가 바로 제비다.
제비는 다른 새와 달리 땅에 거의 앉지 않는다. 둥지 아니면 계속 난다. 튼튼한 날개와 비행기술이 가장 필요한 새가 바로 제비다. ⓒ 김대홍

제비는 여름 철새다. 날씨가 추워지면 몸이 둔해진다. 바람이 서늘해지는 9월 말이 되면 남쪽으로 떠난다. 10월말이 되면 한국에서 제비는 사라진다. 이듬해 제비는 봄과 함께 다시 찾아온다.

도시에서 순수한 자연을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는 동식물도 인간의 도시에 적응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손길과 배려는 필수다. 점촌동 제비들이 주민들의 따뜻한 품 안에서 날개 근육을 키웠듯, 경북도청신도시의 제비들 역시 매일 힘차게 날갯짓을 배운다.

어느 집에선 제비집이 헐린 풍경을 보고, 또 어느 집에선 새로 들어선 제비집을 발견한다. 콘크리트 빌딩 숲 사이로 제비집이 헐리고 다시 지어지는 이 소박한 풍경 속에는, 제비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겠다는 보이지 않는 약속이 담긴 듯 보인다.

※ 다음엔 <상가 텅텅 도시>를 다룰 예정입니다.

#경북도청신도시#제비#제비집#경상북도#경북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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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동네 '경북도청신도시' 이야기

예천에 살고 있는 50대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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