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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0
이재명 대통령이 5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0 ⓒ 연합뉴스

"경훈님, 지금은 공무원입니다."

지난 5월 20일, 국무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AI 기업 대표' 출신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던진 말이다. 이 한마디는 웃음 속에 묻혔다. 하지만 이 장면은 단순한 농담이나 덕담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한민국이 앞으로 맞닥뜨릴 가장 중요한 정책적 질문 하나를 던진 순간이었다.

인공지능(AI)은 국민에게 '무료'여야 하는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국가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일부에선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 정책을 놓고 이 대통령과 배 부총리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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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좀 더 앞으로 돌려 보면, 배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질문들에 "2028년까지는 국민들이 AI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확답했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대통령은 "이제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면 이 대통령은 '평생 무료'를 말하는 것 같고, 배 부총리는 '2028년까지 무료'를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정말 두 사람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과기정통부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목표는 같고, 고민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AI를 한글·산수처럼 쓰게 하겠다는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5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0
이재명 대통령이 5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0 ⓒ 연합뉴스

다수의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이 대통령이 AI를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대통령이 말하는 AI는 단순한 새로운 산업이 아니다. 전기, 수도, 통신처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사회적 기반시설에 가깝다.

한 관계자는 이를 "한글, 산수, 계산기와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AI가 미래 사회의 필수 도구라면, 국민 누구도 비용 때문에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AI 기본사회' 구상도 같은 철학에서 출발한다. 과거 인터넷 접속이 기본권이 되었듯 AI 접근권 역시 기본권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전 국민이 무료로 AI를 쓰게 된다면, 2028년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배 부총리의 답은 신중했다. 올해 말부터 2028년까지 정부 지원 아래 무료 제공은 확실하지만, 그 이후는 기업 생태계와 투자 구조를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던진 질문은 매우 자연스럽다. 무료가 끝난다면 기본권은 끝나는 것인가. 이 대통령의 시선은 여기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AI 접근권'을 물었고, 배 부총리는 '지속가능성'을 답했다. 대통령에게 AI는 전기·수도·통신처럼 사회 참여를 위한 최소 기반시설(인프라)이다. 누구나 접근해야 하고, 비용 때문에 배제되어선 안 된다. 그래서 대통령은 회의에서 "한글, 산수, 계산기"를 반복해서 언급했다. AI가 앞으로 인간의 기본 역량이라면, 국가가 최소선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고다.

반면 배 부총리가 고민하는 것은 그다음 단계다. 정부가 언제까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 정부가 계속 부담하는 구조가 정말 지속 가능한가.

관계자들 설명을 종합하면, 과기정통부가 생각하는 '모두의 AI'는 처음부터 완전한 무상복지가 아니라 '기본 서비스 무료 + 고급 서비스 시장화 + 정부 마중물 지원' 구조에 가깝다. 이미 글로벌 AI 서비스들도 그렇게 움직인다. 기본 기능은 무료, 고도화 기능은 유료. 정부는 초기 이용자 기반과 국내 생태계를 키우고, 일정 시점 이후에는 기업이 자체 수익으로 무료 영역을 유지하는 구조다.

결국 배 부총리가 조심스러웠던 이유는 '2028년 이후 유료화'를 염두에 둬서가 아니라, 아직 그 구조를 단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배경훈 부총리는 왜 답을 아꼈나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변인실 이영규

앞서 언급했듯 배 부총리가 고민하는 지점은 조금 다르다. 그는 AI 기업 대표 출신이다. 누구보다 AI 서비스의 비용 구조를 잘 안다. 챗지피티(Chat-GPT)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실제로 공짜가 아니다. 엄청난 GPU(그래픽처리장치) 비용과 데이터센터 비용이 들어간다. 지금의 무료 서비스 역시 유료 이용자들이 내는 돈으로 유지된다. 배 부총리가 "2028년 이후는 추후 보고드리겠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무료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고민은 다른 데 있다. 무료를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무료를 유지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정부 예산으로 계속 지원할 것인가. 민간 기업이 일정 수준 성장한 뒤 무료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유지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두 방식을 결합할 것인가. 현재 정부 내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설계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028년이 중요한 이유

흥미로운 것은 여러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2028년 이후의 세계'다. 배 부총리는 지금의 AI와 2028년 이후의 AI를 사실상 다른 기술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AI는 질문하면 답하는 챗봇 수준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AI 에이전트' 시대로 넘어간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기차표를 예약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스스로 코레일과 SRT를 비교하고, 가격을 검토하고, 예약까지 끝내는 세상이다. 단순 질의응답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디지털 비서가 되는 것이다.

AI끼리 명령을 주고받고, 외부 서비스와 연결되고,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는 엄청난 양의 연산이 발생한다. 이때 비용 구조도 달라진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정액제가 아니라 사용량 기반의 '토큰 경제'가 된다. 그렇다면 무료의 의미 자체가 바뀐다. 지금의 무료는 '질문 몇 개 공짜'이지만, 미래의 무료는 '개인 경제활동 일부를 AI가 대신 수행'이라 할 수 있다.

비용과 가치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배 부총리가 말을 아낀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직 오지 않은 경제 질서를 지금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원칙을 세우자고 요구했다. AI 시대에도 기본권은 존재해야 한다고. 그래서 이 논쟁은 무료냐 유료냐가 아니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배 부총리는) 2028년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경제가 열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AI가 단순 소비재가 아니라 경제활동 주체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때의 무료와 지금의 무료는 같은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

사실은 '무료' 논쟁이 아니다... 'AI 기본사회'의 정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30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제주의 마음을 듣다'에서 배경훈 부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6.3.3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30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제주의 마음을 듣다'에서 배경훈 부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6.3.3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이번 논란을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의외로 이것이었다.

"간극은 없다."

관계자 A, B, C, D 모두 표현은 달랐지만 같은 취지의 설명을 했다. 대통령과 부총리 모두 국민이 부담 없이 AI를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대통령은 정책 철학을 말하고 있고, 부총리는 정책 설계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AI는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총리는 "그 공공재를 어떤 재원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둘 다 필요한 역할이다. 오히려 국가 정책이 성숙하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 다만 이번 논쟁은 한국 AI 정책이 앞으로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 하나를 남겼다. 진짜 질문은 지금부터다.

AI 기본사회는 복지인가, 산업정책인가.

만약 복지라면 국가는 장기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만약 산업정책이라면 어느 시점부터 민간이 책임져야 한다. 현실은 둘 다일 가능성이 높다. 초기에는 정부가 마중물을 붓고, 생태계가 형성되면 민간이 일부를 떠맡고, 그 과정에서도 최소한의 기본 서비스는 국가가 보장하는 방식 말이다. 사실 과기정통부 내부에서도 비슷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국무회의 장면은 대통령과 부총리의 충돌이라기보다 한국 AI 정책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맞닥뜨린 질문에 가깝다. AI를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은 쉽다. 예산을 투입하면 된다. 어려운 것은 그 서비스를 10년, 20년 뒤에도 유지하는 일이다.

국무회의장에서 이 대통령이 던진 "경훈님, 이제 공무원입니다"라는 농담 섞인 한마디는 그래서 가볍게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그 말 속에는 AI를 시장의 상품으로 볼 것인가, 국민의 권리로 볼 것인가라는 시대적 질문이 담겨 있다. 그리고 어쩌면 대한민국의 AI 기본사회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이재명#배경훈#모두의AI#AI기본사회#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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