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정책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새로운 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 정비였다."
지난 11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표정과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부처 내 신망이 두터웠던 이스란 1차관이 전격 교체된 것을 두고 '청와대의 불만과 문제 의식이 반영된 인사'라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 해석에 대해 이같이 일축했다. 이는 직접적인 해석을 피하는 동시에 복지부 인사 논란에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자리는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열린 정책간담회였다. 정 장관은 이날 연금 및 기금 운용, 보건의료체계, 통합돌봄 등 보건복지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를 위해 오는 7월 중 '지역필수공공의료실' 신설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1차관 교체 논란에 선 그은 정 장관... "7월 '지역필수공공의료실' 신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정책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먼저 정 장관은 지난 1년 성과를 소개했고, 김국일 기조실장이 향후 추진 계획 발표를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다양한 정책 관련 문답이 오갔으나, 가장 이목이 쏠린 대목은 단연 '조직 인사' 관련 질의였다.
최근 정치권과 관가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복지부의 정책 추진 속도와 성과에 아쉬움을 표해왔으며, 이에 따라 지난달 이스란 1차관을 전격 교체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청년층과 취약계층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인사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배경을 추가로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번 인사가 복지부의 정책 기조 전환과 맞물려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정 장관은 "지난 1년 동안에는 정상화에 많은 초점을 뒀고 경제 민생에 강점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사회적 고립이나 새로운 사회복지 수요에 대응하는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는 청와대의 성과 독려에 맞춰 하반기부터 사회복지·돌봄·취약계층 체감 정책 등 본격적인 복지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의지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 구상으로 이어졌다. 정 장관은 "보건의료정책실 하나가 모든 보건의료 업무를 전담하기엔 너무 무겁다"면서 이른바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 정책을 전담할 신설 조직인 '지역필수공공의료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안전부, 재정경제부와의 논의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오는 7월 중순 시행을 목표로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을 제시했다.
"기초연금 개편안 하반기 설정… 국내 주식 비중 확대는 시장 현실화 목적"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정책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연금 구조개혁과 국민연금 기금 운용 관련한 구체적인 방향성도 제시했다. 정 장관은 우선 기초연금 개편과 관련해 "노인 하위 70%에게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빈곤 해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아 저소득층을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안에는 개편 방향을 설정하고, 정부 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해 국회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개편 방식은 국민연금과의 연동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보다 확대(20.8%)하는 방안을 의결해 '정부가 주가 부양을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국내 주식을 더 사서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목적이 전혀 아니다. 현재 실제 보유 비율과 목표 비율 간의 격차가 너무 커서 이를 현실화한 것이다. 이를 급격히 조정할 경우 수익성·안정성은 물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현실화에 방점을 찍은 것 뿐이다. 내년까지 동향을 보고 감축하는 기존 정책 방향은 그대로 유지된다."
또한 고환율 상황에 따른 환헤지 정책에 대해서는 "지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한 원칙에 따라 외환 관리를 하고 있으며 기조 변화는 없다"고 명확히 했다.
결국 연금 개혁의 방향은 ▲저소득층 중심 노후소득 보장 강화 ▲다층 연금 체계 조정 ▲기금의 장기 안정성 유지라는 세 축으로 정리된다.
응급의료 최종 치료 역량 중심 개편… 도수치료·탈모 건보 공론화 거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정책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및 복지 분야의 현안에 대해서도 정 장관의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정 장관은 응급의료체계 개편과 관련해 "응급의료의 문제는 단순히 응급실의 진료(이송 전원)의 문제가 아니고 중증의 응급 상황에서의 치료 역량(24시간 응급 수술 인력 확보 등)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까지 응급의료기관 지정 기준을 시설 중심에서 최종 치료 역량 중심으로 개편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명확히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 중 의료 사고 부담을 줄여주는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정비와 내년도 시행 계획도 예고했다.
도수 치료 관리 급여 전환 논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정 장관은 "이미 2~3년 전 의료개혁 시행안 마련 당시 공청회를 거친 내용"이라면서, 가격과 횟수는 자동차 보험 등 유사 급여 기준과 현장 통계를 바탕으로 전문가·소비자 단체가 참여한 '비급여 협의체'에서 수차례 논의해 결정한 과학적 결과라고 해명했다.
청년층 탈모 건보 적용에 따른 포퓰리즘 비판에 대해선 "7월 초 국민 200명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농어촌 및 청년층 기본소득 관련 설계에 대해서는 "인공지능(AI) 시대 고용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미래 준비 단계로, 생애주기별 자산형성 제도 등을 분석해 청년 특화 소득보장 제도를 구상 중"이라며 "6월 말 미래사회보장포럼 등에서 공론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말 전국 시행된 통합돌봄의 재원 및 부처 간 장벽 우려에 대해선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돌봄정책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해 노인 사회주택 공급 등을 정교하게 짜겠다"고 답했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구멍 없는 매트(사회안전망)를 만들겠다"는 강조했다.
6~7년째 이어지는 낙태죄 입법 공백 지적에 대한 답변도 했다. 정 장관은 복지부, 식약처, 법무부 등 부처 간 쟁점을 조율 중이며 "하반기에는 방향을 정해 신속히 법 개정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앞당기는 방안도 공론화를 통해 의학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며 다듬겠다고 덧붙였다.
"취약계층을 먼저 보호, 사회 안전망은 촘촘히"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정책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한편 정 장관이 이날 반복해 강조한 것은 "취약계층을 먼저 보호하는 것"이라며 지난 성과보다 나아가 사회 안전망을 더 촘촘히 만들겠다는 앞으로의 방향이었다.
정 장관은 "그동안에는 취약계층 중심의 복지였다고 하면, (이제는) '모두의 복지'로 나아갈 수 있게, '기본사회'를 지향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 "'AI 전환'과 인구 구조 노령화 등 환경 변화를 담은 사회복지 정책의 전환, (동시에) 보건의료 정책으로의 전환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들도 같이 하겠다"고 강조했다.